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에 방문해 본 울진의 대풍헌과 울진 물회
겨울에는 따뜻한 것을 먹어야 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것을 먹어야 한다는 법 같은 것은 없지만 사람들은 온도에 따라 반대로 하려고 한다. 사실 사람은 겉의 모습과 내면의 모습이 다를 수가 있다. 그냥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된다. 물론 과한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다. 동해를 가면 자연스럽게 물회가 연상이 된다. 살고 있는 곳에서는 동해에서 먹는 물회맛을 좀처럼 느껴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겨울의 추운 날 훌쩍 떠난 울진에서 물회로 저녁식사를 해보았다.
울진에 살지 않는 이상 겨울 이 시간에 대풍헌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가 않을 것이다. 물론 새해의 일출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은 있을지도 모른다. 울릉도·독도를 순찰하기 위해 떠나는 수토관 일행의 제반 준비를 해당지역인 강원도 동해안에서 모두 부담하고, 순풍을 기다리는 수토사 일행들의 유숙 경비를 대풍헌 인근 주민들이 부담해야 했었다.
밤의 시간이 고요하기만 하고 울진군에서도 거리가 있는 이곳에는 대풍헌의 겨울을 보내는 시간은 어땠을까. 대풍헌은 삼척·울진 등지의 관원들이 울릉도를 수토하기 위해 떠나면서 항해에 적당한 바람을 기다리던 곳이었다.
대풍헌은 정면(남쪽) 4칸, 우측면(서쪽) 4칸, 좌측면(동쪽) 3칸의 일자형 팔작집으로 동해안 해변의 작은 포구 구산리 마을 중심부에 남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울릉도로 가는 수토사는 해안경비부대 지휘관 격인 삼척영장과 월송만호가 번갈아 맡았었다.
너무 춥고 배가 고파서 울진군에서 물회를 하는 음식점을 찾아가 본다. 역시 겨울 하면 울진대게가 제 맛이라고 하더니 수조마다 울진대게가 손짓을 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내륙의 도시에서는 광어등을 넣은 물회가 일반적이지만 동해로 오면 가자미 등을 넣은 물회가 많이 나온다. 11월에 열린 울진의 수산물축제에서는 물회가 메인메뉴로 등장하기도 했었다. 살이 단단하고 도톰해 횟감으로 좋은 물고기를 넣어서 만든 물회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듯하다.
겨울에 먹는 물회는 여름보다도 더 아삭한 것이 특징이다. 더위에 금방 풀어져버리는 얼음이 아니어서 그런가. 여름에도 물회를 먹지만 겨울에 먹는 물회도 맛이 좋다. 물회를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생선회를 담백하게 건져 먹어도 좋고 잘 섞어서 양념과 어울리는 물회의 맛을 먹어도 좋다. 그리고 나온 밥을 나머지에다가 비벼서 먹으면 든든하다.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다. 완전한 것은 보기에 좋을지는 몰라도 생명력을 지니고 있지가 않다. 불완전한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감각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내일도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추운 상태에서 시원한 물회를 먹어서 그런지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