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전통문화체험관의 짚과 풀로 여미다. 전시전
예술은 내적인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던가. 하루하루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2024년의 시간도 저물어가고 있다. 자신의 인격을 뛰어넘는 위대한 작품을 그린 상징적 색채의 거장은 때론 뜨거운 감성을 지닌 색을 채워서 삶을 그려보려고 했다. 우리 민족은 이맘때가 되면 한 해 수확을 끝내고 남은 짚풀을 이용해서 다양한 실생활도구들을 만들기도 했었다.
서민들의 예술대상이며 물감이 넉넉하지 않았을 때 만들었던 짚과 풀로 여미었던 전시전이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열려서 방문해 보았다. 얼마 전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22번째 절기인 동지를 맞아 행사가 열리기도 했었다.
과거 동짓날 관상감(觀象監·조선시대에 천문·지리 업무를 담당한 관서)에서 만든 책력을 나눠주던 것처럼 이날 새해 달력도 받을 수가 있었다. 12월을 마무리짓은 전시전으로 짚과 풀로 여미는 전시전이 열렸다.
지금이야 석유화학을 통해 편리한 다양한 물품들이 생산되고 있지만 자연 속에서 대부분의 재료를 만들어서 사용했을 과거에 짚은 정말 유용한 재료였다. 볏짚 한 오리는 매우 약하지만 서너 오리를 함께 꼰 줄은 든든해서 무엇을 얽거나 매거나 두르는 데에 쓰며 줄과 줄을 꼬아 만든 밧줄은 유용했다.
왼손으로 비벼 꼰 이른바 왼새끼에는 특별한 힘이 있어 질병이나 잡귀를 물리쳐 준다고 여기기도 했었는데 정월 열나흗날 짚으로 허수아비처럼 만들어 동전 몇 닢과 사람의 이름, 태어난 해의 간지 따위를 적은 쪽지를 끼워 넣어 길에 버리기도 했었다.
짚과 풀로 여미는 것은 하나의 예술작품 혹은 서민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명인의 기술로 대를 이어서 전해지고 있다. 오늘날에는 짚으로 결어 만든 그릇이나 기구 따위를 농촌에서조차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이렇게나마 전통을 접할 수가 있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지금이야 짚이 집에서 활용되는 경우는 많지가 않겠지만 짚은 한 가정의 재운(財運) 그 자체이기도 하였다.
농가에서는 볏가릿대라 하여 정월 열나흗날이나 보름날 짚으로 둑처럼 만들어 이삭 등을 넣은 다음 장대에 매달아 두었다가 2월 초하룻날 내렸다고 한다. 그만큼 다음 해에 풍년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전시전에서 손재주가 있는 명인의 작품들을 살펴보고 옥천의 전통문화체험관을 돌아본다.
옥천의 옛 시가지에 자리한 이 체험관에는 한옥 숙소(13실)와 전통문화 체험장이 있으며 한옥 숙박 요금은 평일 7만 원(4인실)∼11만 원(8인실)이다. 옥천군의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으면 30% 할인받을 수 있다.
연중 세시풍속을 접해볼 수 있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은 이날이 마지막 방문이 될 듯하다. 매월 문화가 있는 날에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때론 대금, 가야금, 거문고 등 현악과 타악등으로 만든 음악도 들어볼 수 있는 올해의 시간도 이렇게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