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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신작 백인액션

스파이의 탈을 쓴 가족영화로 그려진 X세대의 부모영화

지금도 특정 연령대를 어떤 세대로 통칭하기도 하는데 영어로 구분되는 그 시작은 아마도 X세대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7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X세대라고 불렀고 자유로우면서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세대이기도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에 PC통신 나우누리, 유니텔, 천리안을 거쳐서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활용했으며 자신들이 무척이나 열린 생각을 가졌다고 했지만 이제 50대에 모두 들어선 세대이기도 하다.


영어를 그대로 한글로 차용해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백인의 액션이 아니라 스파이었다가 일상생활로 돌아온 부부가 다시 스파이액션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이런 건 적절한 한국어로 바꾸어서 제목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겉으로는 스파이액션이지만 사실 가족영화다. 태어나 자식으로 살다가 다시 자식을 보게 된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단절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때론 불신까지 하는 우리 시대의 부모를 그린 느낌이다. 물론 X세대 부모들은 60대 이상의 부모들과는 결이 다르다. 아직도 자신들이 쿨하다고 생각하면서 당시의 자유로웠던 랩을 따라 하는 그런 젊음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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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플릭스의 3주 차에 개봉한 핫한 영화인 백인액션은 카메론 디아즈가 톰 크루즈와 나왔던 나잇&데이와 너무나 비슷한 구성과 플롯이어서 익숙한 느낌도 들 것이다. 이제는 보기가 쉽지 않은 4인 가족이면서 딸과 아들이 한 명씩 있는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에밀리와 맷은 아주 중요한 것을 지키려고 하다가 에밀리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그 생활을 청산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15년 동안 거의 완벽히 신분을 세탁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딸과 아들이 있는데 특히 딸과의 충돌이 이들을 다시금 현업에 복귀하게 된 계기가 된다. 예전의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일방에 가까운 관계였다면 X세대의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다르다. 자식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그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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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자신들이 모든 경험을 했기에 자식에게 가장 좋은 선택과 조언을 해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성인들의 나쁜 행동(?)을 따라 하고 싶어 한다. 필자의 경우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지만 아이들은 보통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기에 부모와 충돌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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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부모와 자식이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불화가 있을까. 결국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도 옳고 그른 일이 무엇인지 알고 부모가 선택하고 행동하는 일이라도 의구심이 들면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부모가 부모답지 않을 때 자식은 부모에 대한 존경을 하지 않는다. 자식은 결국 떠나보내는데 의미가 있고 부모 역시 이들의 독립과 홀로 서는 것을 응원해 주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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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적당히 즐거웠고 적당히 의미를 부여해서 그런지 부담이 없다. 카메론 디아즈는 예전에 전형적인 미국여성의 모습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은 것이 보인다. 1972년생이니 X세대의 선두에 서 있는 셈이다. 카메론 디아지는 첫 영화인 마스크를 통해 일약 스타에 올라섰다. 첫 영화에 그렇게 인기를 누리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카메론 디아즈는 2014년 이후에 할리우드를 떠났는데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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