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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재미있고 현실을 직시했지만 조금은 괴리가 있는 드라마 多리뷰

일본 드라마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한국 드라마는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그건 여러 스타일의 드라마를 보아온 입장으로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드라마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너무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설정하고 마치 현실처럼 포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주인공은 이건 뭐 있을 수도 없는 능력보유에다가 성격까지 완벽하게 그려지기까지 한다. 여기에 여자는 왜 항상 가난하던가 과도하게 씩씩한지 모르겠다. 개인저적으로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에 괴리감이 커서 보는 내내 불편하기만 하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캐릭터를 설정하면 왜 좋아할까. 모르겠다. 현실이 너무나 그지 같아서 비현실적이라도 그런 세상을 꿈꾸는 것인지도 말이다.


짧더라도 드라마 한 편을 모두 보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렇게 시간도 나지도 않지만 그걸 보고 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 오래간만에 호텔과 모텔의 애매한 선상에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마침 넷플릭스의 아이디도 지원을 해준 덕분에 중증외상센터를 모두 볼 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OTT를 정기결제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어차피 볼 것도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씩 흥행하는 것 외에는 딱히 볼만한 것이 많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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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가 그나마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전장을 누비던 우수한 군인이 매우 출중한 천재 외과의라는 설정에 못하는 것이 거의 없는 사기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중증외상센터의 현실과 의료계의 문제를 잘 짚어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설정이 우연에 우연을 더하고 극적인 효과를 덧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볼만했다. 한국의 의료는 과연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일까. 금전적인 여유가 충분한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그래서 중증외상센터는 병원 입장에서 정부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륵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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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는 사실 가장 공부를 잘하지만 가장 이기적인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머리도 좋고 사람의 존재이유를 찾기 위해 예술을 전공한다던가 사람이 철학적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문학을 하는 사람도 존재해야 사회는 건강하다. 무조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군으로 나아가기 위한 교육은 반드시 국가의 다양성을 해치고 극단적인 생각과 뒤틀린 엘리트의식만을 고취시킨다. 지금의 한국사회를 망치는 주역은 사실 서울대 출신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은 없다. 영화 속에서 중증외상팀을 맡기 위해 들어온 백강혁은 의대 중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대학을 나왔지만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기에 명문의대를 나온 사람들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간판이 아니라 실력으로 성장하는 삶을 응원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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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도 가장 정치적인 공간이다. 특히 의대에서 잘 나가기 위해서는 개원의를 해야겠지만 명예를 얻기 위한 최고의 자리는 교수가 되는 것이다. 외과 과장이자 차기 기조실장 자리를 노리고 있는 병원 실세로 등장한 한유림은 갑작스러운 딸의 사고로 모든 게 바뀌었는데 백강혁이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며 모든 절차와 과정을 생략, 결국 딸을 살려내는 걸 보고 백강혁 편으로 돌아섰다. 이것도 뻔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사람에게는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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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혁에게 반해서 외과전문의로 바꾸게 된 양재원은 자신의 세부전공인 항문으로 불리다가 노예 1호, 양재원 선생까지 불리기까지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도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않는다. 인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이름은 마치 지우개로 지우듯이 사라져 버려서 다시 물어볼 때도 허다하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나머지는 지우기도 한다. 철학자의 이름을 기억할망정 필요 없는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지 않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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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남자는 목적지향적이어서 빠르게 이루어야 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특성이 있지만 여자는 아우르는 특성이 있다. 남자들 중에서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은 거의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사람의 빈 공간을 메워주는 것이 어찌 보면 여자이기도 하다. 불같은 백강혁과 백강혁의 과한 카리스마에 힘들어하는 양재원 사이를 잘 중재하며 중증외상센터를 빈 공간을 메우는 것은 간호사 천장미다.


중증외상센터를 보면 현실이 씁쓸하고 드라마는 판타지적 설정이 있다. 저런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등장시켜야 현실의 문제를 깨나 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실과 너무나 괴리가 있을 정도로 사명감이 있으면서 실력은 출중한 백강혁이 아니었다면 이 모든 설정은 의미가 없다. 분명한 것은 돈 없는 환자를 살리려는 의사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보험이 다른 국가들보다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나이가 많이 들게 되면 의료비는 가장 큰 리스크가 된다. 중증외상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현실이다. 사람은 악운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연한 행운에 기대면서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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