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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불, 미얀마의 지진

우리는 어떤 정치를 생각해야 하는가.

오만한 인간들은 때론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그냥 사는 대로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다. 인간의 오만은 특정종교를 믿음으로 비롯이 되기도 한다. 절대적인 누군가가 있기에 스스로가 믿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혹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성과를 막연하게 자신의 성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왜곡된 생각과 판단으로 정치인을 뽑으면 정치인이 독재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다.


최근 천재지변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두 건 일어났다. 한국의 산불은 인재에 가깝지만 기후변화와 더불어 바람등의 영향도 적지가 않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시스템이 갖추어 있기 때문에 최소의 피해를 남기고 불길을 잡을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미얀마에서 일어난 지진은 그렇지 못했다. 최소 2,000명 혹은 미얀마 정부가 감추고 있는 사망자까지 포함하면 이상이 될 수가 있다. 정치는 국민 대부분이 잘살게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어떤 재해나 국가적인 재난 속에서 피해는 최소화할 수가 있다.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필리핀은 한국보다 엄청 잘 사는 나라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분명히 경제적으로는 가능성이 있는 국가였다. 물가가 낮아서 여행 가기 좋은 동남아의 대표적인 나라로 남아서 다행일까? 아무튼 필리핀 국민의 입장이라면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고 그냥 가난하게 살다가 가난하게 세상을 떠나기에 딱 좋은 나라다. 어떤 국가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사람의 재능이 꽃이 필 수가 있다.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적지가 않을 것이다. 필리핀이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조금은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필리핀은 그렇게 가난하게 만든 것은 바로 정치였다. 초기에 마누엘 로하스가 토지제도를 바꾸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고 했지만 사고로 사망을 하고 난 후 마르코스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빈부격차는 극으로 치닫게 된다. 가진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려고 많은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온갖 부패로 인해 필리핀은 구조적으로 가난한 나라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졌다. 마르코스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떠벌였던 대표적인 정치인이었다. 모든 부패한 정치인은 자유와 공정 그리고 국민을 위한다고 말한다.


정치는 이념이 아니다. 국민들이 살기에 안전한 나라를 위한 투자, 균형 있는 국토발전을 위한 관점, 자신의 이익이 아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미얀마의 지진은 국가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은 결정으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이다. 한국이 재난에 대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산불은 훨씬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정치는 후진국은 아니지만 선진국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유복한 정치인이나 매우 가난한 집안에서 정치인이 된 사람이나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 유복한 정치인은 절대 평범한 국민들의 삶을 이해할 수가 없다. 가난한 집안에서 어떻게든 성공해서 정치인이 되려는 사람은 생각보다 탐욕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양쪽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정치인이 되기에는 너무나 척박하며 다른 정치인들이 탐욕스럽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은 그들의 생각이 얼마나 협소했는지 알 수가 있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아예 이해를 못 한다. 자기 객관화가 되는 정치인들은 많지가 않다.


많은 주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기도 한다. 정치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옥죄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삶을 살면 되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나이브하게 세상을 바라본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살 수는 없어도 안전하게 그리고 자신이 꿈꾸는 삶을 아주 조금은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태어난 집안과 상관없이 기회를 줄 수 있는 국가를 만들 수 있는 사람 혹은 한 번 정해진 서열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아직까지 한국은 안전한 나라이며 바람직한 정치인을 뽑을 수 있는 권리가 국민에게는 있다. 기회 없는 필리핀이나 정치권력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극심한 미얀마 같은 나라에서 살지 않고 싶다면 코앞에 놓여 있는 달콤한 간식이 아니라 저 멀리에 있는 준비된 한정식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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