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성실한 신봉자
예술이란 무엇인가.
작가의 고뇌란 무엇인가는 진지하게 고민하면 할수록 빠져나오기 힘든 질문이다.
해학으로 묘사할 수 있는 문장의 극치를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번에 접한 책은 예술의 성실한 신본자였다는 아쿠나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희작(戱作) 삼매(三昧)다. 다이쇼 시대에 활동했던 작가로 생모의 광기롸 비극적인 죽음으로 1927년에 절명하였다. 11개의 단편 작품이 담긴 이 책에는 인간의 본성과 쾌락에 대한 내용이 주로 그려져 있다.
무언가를 탐닉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 모른다. 책 속의 주인공들을 보면 탐닉한 것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 그냥 말세의 풍속을 즐기며 명예 따윈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본능을 제약하고 때론 위선으로 살아간다. 작가들은 다른 모습을 빌어 인간의 본성을 말한다. 나니아 연대기에서 인간세상에서 나니아의 세상으로 온 루시 페벤시를 하얀 마녀에게 이끌려던 톰누스는 사티로스다. 사티로스는 사티릭(satyric: 호색한)의 어원이기도 한데 남성의 본성을 극대화한 동물로 얼굴은 사람이지만 머리에 작은 뿔이 있고 하반신은 염소의 모양을 띤 반인반수(半人半獸)로 디오니소스의 시종(侍從)이기도 하다. 희작 삼매 속에 담긴 인간 에고이즘과 사티로스는 닮아 있다.
희작삼매에는 덤불 속, 마술, 희작삼매, 개화의 살인, 늪지, 게사와 모리토, 히나 인형, 가을, 짝사랑, 보은기, 한 줌의 흙이 담겨 있다. 35세의 나이에 자살하기 전까지 백여 편의 작품을 써냈는데 그중 11편이 이 책에 있다.
<마술 속에서> 나는 부끄러워 머리를 숙이고 한동안 말을 못 하였습니다.
"나의 마술을 배우고자 한다면 먼저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당신은 아직 그 정도의 수행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미스라 군은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빨간 꽃무늬를 짜 넣은 테이블 보 위에 팔꿈치를 짚고서 조용히 나를 타일렀습니다. 1919.11.10
책의 대표제목으로 사용된 작품 희작삼매는 이 책에 담긴 단편 중 가장 긴 작품일 것이다. 희작삼매는 1831년 9월 어느 날 오후의 간다도보초의 목욕탕 마쓰노유에서 시작한다.
"사팔뜨기가 어떤 악평을 쏟아낸다 해도 그것은 기껏해야 나를 불쾌하게 만들 뿐이다. 제아무리 솔개가 울어도 태양의 걸음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나는 <한켓덴>을 반드시 완성할 것이다. 그리고 그ㄸ가 일본이 고금에 비할 바 없는 대전기를 갖게 되는 날이다. 그는 회복한 자신감을 보듬으며 좁은 골목을 따라 조용히 집 쪽으로 접어들었다."
"편지는 이런 문구로 시작하여 선배로서 후배를 식객으로 들이지 않는 것은 더럽게 인색하기 그지없다는 공격으로 간신히 끝을 맺고 있었다. 바킨은 화가 나서 바로 답장을 썼다. 그리고 그 안에 '내 책이 당신 같은 경박한 사람에게 읽히는 것은 평생의 수치'라는 문구를 넣었다. 그 후 소식이 묘연하지만, 그는 아직도 소설 원고를 쓰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 온 나라 사람에게 읽히는 것을 꿈꾸고 있을까....?"
작가는 다른 사람과 다른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할뿐더러 그것을 담아낼 수 있는 문장력과 상식 이상의 것을 가져야 한다. 글을 읽으면 영상과 풍경이 떠오를 수 있어야 한다. 불안은 참을 수 없는 고독을 일으키는데 이것은 모든 글 쓰는 사람에게 해당이 되는 듯하다.
"나는 방금 전까지 이 나라 최고의 대작을 쓰려고 했다. 그너라 어쩌면 그것은, 누구나 갖는 자만심의 하나였는지 모른다."
누구와 쉽게 또는 어렵게 관계를 맺는 일들은 살아 있을 때는 항상 겪는 일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가 젊은 나이에 자살하기 전까지 작가는 인간세상을 따뜻하게 보듬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한다. 일본의 수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미쳤던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용서하십시오. 아버지! 피를 토하는 병에 걸린 저는 설령 목이 베이지 않았더라도 3년 이상 살지 못합니다. 부디 불효를 용서하세요. 저는 방탕하게 태어났지만 어쨌든 집안의 은혜는 갚았습니다....." 1922.3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것은 용기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굳센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주변에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을 믿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숭고한 가치이자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