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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품격

사람의 길, 대동의 꿈으로 나아가는 안동유교문화박물관

어떤 말은 쓸모가 없고 어떤 글은 의미가 없다. 겸양과 인품이 깃들어있지 않은 말과 글은 서로의 관계를 멀게 만들어버린다. 오늘날 충고라고 말하지만 진심 어린 말은 드물다. 자신의 수준에서 말을 하지만 그 말속에는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지만 말은 누구나 한다. 말은 곧 사람이다. 인간의 초상이며 참된 인격의 모양을 닮아 있다. 어떤 배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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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말할 수 있는 안동에는 유교문화박물관이 조성이 되어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부속기관인 유교문화박물관은 우리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국내외에 알리고, 이를 토대로 국학자료의 기탁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에서 설립된 국내 최초의 '유교' 전문박물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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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보다 이른 시기에 공자, 맹자, 대학, 중용 등을 읽었기에 옛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더 깊은가를 알고 있었다. 현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그런 책들은 그냥 오래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공부는 직접 해본 다음에 말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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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정신과 육체는 하나로 연결이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야금을 배운 이유는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직접 해보고 말할 수 있다는 가치관에 입각해서 살아갈 뿐이다. 사람들은 해보지도 않은 것에 대해 너무 쉽게 평가하고 말한다. 그것을 멀리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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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행실도가 나오기 전에 지금과 같은 도덕과 윤리관이 만들어지지 않았었다. 사람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정을 평생을 걸쳐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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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본관에는 특별전시실을 포함한 모두 8개의 전시실과 2개의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 7월에는 세계기록유산 전시체험관을 개관하였다. 유교문화박물관의 상설전시 공간은 유교의 실천덕목인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순으로 스토리라인이 구성되어 있으며, 매년 새로운 주제를 담아 기획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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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필자가 거론할 사람은 바로 퇴계 이황이다. 그는 제자를 비롯하여 아는 이에게 상대방의 삶, 성격,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거기에 걸맞은 언어를 골라서 편지를 썼던 사람이다. 인간의 삶 전체를 통합적으로 보는 시선이 퇴계에게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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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하면 퇴계 이황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글을 통해 인격이 꽃피는 과정을 거칠 수가 있다. 그런 글은 챗 GPT가 만들 수 없는 표현이다. 문단마다 깊은 사유가 숨어 있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품격을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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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기에 좋은 글을 남겼던 사람이다. 진심으로 쓰인 문장은 사라지지 않고 살아 숨 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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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본 목판은 퇴계 이황 선생께서 경을 이루기 위해 평생토록 실천한 사무사, 무자기, 무불경, 신기독 4가지 판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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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은 본성을 되찾고 지키는 일이 '사무사', 보거나 듣는 사람이 없는 곳에 혼자 있는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생각을 하지 않는 마음과 태도의 '신기독', 스스로를 추호도 속이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무자기', 세상에 공경하지 않을 일이 없다는 '무불경'을 오래간만에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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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삿됨을 없애고 그 홀로 있는 자신을 조심시키며 스스로를 속임이 없으면 공경하지 않을 일이 없다는 표현의 思無邪 愼其獨 無自欺 毋不敬(사무사 신기독 무자기 무불경)은 세상의 헛됨에 흔들리지 않고 따스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듯이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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