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이 항상 거짓으로 채워진 임산부 범죄자 이야기
어두운 공간에서 두 사람만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책상이 있는 곳에 의자에 앉아 있었으며 한 사람은 서서 그를 등지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의 두 사람은 한 동안 침묵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서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빠가 어릴 때 그런 폭력을 행사해서 살인을 하게 되었다는 건가?"
"예 어릴 때의 기억은 지옥이었습니다."
"아빠에게서의 학대와 엄마의 무관심으로 인해 본인이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가 될 수가 없어. 그건 자신 내부에 있는 잔인함을 변명하려는 것에 불과하지."
"당신은 절대 알 수가 없잖아. 당신같이 정신과 전문의들은 실제 상황은 모른 채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떠들어대기만 하지."
"물론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연극성 성격장애가 일어나는 것은 내부 기질에서 비롯된 것도 적지가 않아. 우선 당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아보자고."
이들의 대화는 그다지 크지 않은 공간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들 둘의 대화를 보는 것은 100여 석의 좌석에서 5명 정도에 불과했었다. 이들은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연극인들로 이날 2차 공연을 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 무대의 안쪽에는 배가 부른 여자가 어두운 얼굴로 작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 형사는 오래간만에 쉬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평택호를 찾았다. 어릴 때만 해도 아산만방조제로 가로막혀서 생긴 평택호는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많은 여행지였다. 시간이 지나 평택호는 가끔씩 사람들이 찾는 여행지로 전락했다. 평택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줄지어 있었던 횟집들 대부분도 문을 닫아서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어릴 때의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마음이 편한 곳이었다. 봄이라서 그런지 연둣빛 잎사귀가 피어 있는 모습이 잔잔한 호수를 잘 조망하게끔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때 한 형사의 전화가의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한 사람은 김형사였다. 쉬는 날 전화를 했다는 것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어 김형사 무슨 일이야?"
"한 형사님 서로 들어오셔야겠는데요."
"왜 무슨 일인데?"
"유괴사건입니다."
"요즘 같은 때에 유괴사건이 일어났다는 거야?"
"예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알았어 들어갈게."
전화를 끊은 한 형사는 물끄러미 평택호의 수면의 평화로움을 찰나의 순간에 만끽하고 자신의 차가 세워진 곳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길에 연인으로 보이는 두 남녀의 모습이 독특해 보였다. 나이차이가 적지 않아 보이는 남녀인데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모습에서 편안함과 불편함이 같이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어릴 때의 아빠는 자신이 하고 싶다는 것은 웬만한 것을 다해 주시는 분이었다. 정확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행시로 공무원에 들어서면서 다른 사람보다도 빠른 진급으로 3급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아주 풍요로운 것은 아니었어도 자신이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대부분 배울 수가 있었다. 아빠는 바른길을 걷는 것을 중요시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걸맞은 사람이었다. 지금이야 그런 여성상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지만 현모양처를 말할 때 그런 여성상이랄까. 어릴 때부터 자신만의 작품세상을 꿈꾸었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갈만할 정도로 공부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왜 공부를 통해 좋은 대학에 가서 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꿈은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또 이 가방은 왜 산 거니?" 엄마가 또 잔소리를 했다.
"살만하니까 산 거지. 왜 또 뭐라고 해."
"결혼을 했으면 이제 결혼한 사람처럼 살아야지. 결혼하기 이전처럼 과소비를 하면 어떻게 생활이 돼."
"엄마, 정말 짜증 나 죽겠어. 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못살게 만들어?"
"수경아, 네가 글을 쓰고 싶고 대본을 쓰고 싶다고 해서 가난한 이서방을 선택했잖아. 엄마가 그 길은 가난하고 힘든 삶이라고 했잖아. 결혼할 때 도와준 돈은 남아 았기는 해?"
"잘될 거야. 세상은 그냥 잘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되는 것이 세상이야. 걱정할 것 같은 게 뭐가 있어. 살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지방대학도 다니다가 공부도 제대로 안 해서 전문대 문예창작과 나 겨우 나온 네가 왜 그렇게 꿈을 크게 꾸니. 제발 잔소리 듣기 싫으면 이제는 너에게 맞는 길을 찾아."
"몰라. 어떻게든 길은 생길 거야."
그렇게 이야기하고 집에서 나왔지만 이미 그녀에게 생긴 빛은 8,000만 원이었다. 20대 초반에 유학까지 갔다 오던 생활을 뒤로하고 20대 후반의 나이에 생긴 빛은 그녀가 부모에게 지원받아 얻은 전셋집을 가압류하게 만들었고 매월 나오는 카드빛에 허덕이게 만들었다. 아빠가 고위공무원이기는 했지만 외벌이라고 아주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다. 남편이 이끄는 연극단은 사실 거의 돈을 벌지 못했다. 최근에 했던 연극조차 관객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극단을 운영하는 사무실의 임대료도 못 낼 지경이었다. 형편이 그럴수록 그녀는 백화점을 가고 싶어졌다. 괜찮게 살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소비하다가 결혼 2년 만에 빛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생겨버렸다. 그녀에게는 결단이 필요했다.
"어떻게 된 건가요?"
"초등학교 1학년의 부모가 신고를 했는데 몇 시간 전에 돈 1억 원을 준비하라는 짧은 통화만을 하고 끊었다고 하나 봐."
"요즘 같이 CCTV 도 많고 보는 눈도 많은데 유괴라니 말이 됩니까? 그래서 어떻게 연락을 했다는 겁니까."
"자신의 폰은 아니고 공중전화에서 했다는데 그 공중전화가 강동구의 한 전화부스인 것으로 나왔어."
"CCTV는 확인해 봤습니까?"
"거기가 낮은 산이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에 하나 설치가 되어 있는 거 외에는 없다고 하네."
"납치된 아이의 부모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다고 합니까?"
"우선 두어 명 가서 확인하고 있는데 한 형사와 김형사가 가서 체크해 봐. 유괴는 48시간이 넘으면 끝나는 거야. 6시간 뒤에 암사생태공원에서 보기로 했다고 하네."
"거기는 열린 공간이어서 통제하기도 쉽지가 않을 텐데요."
말을 끝낸 한 형사는 김형사와 팀의 다른 인원들과 함께 암사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유괴사건이어서 최대한 노출 없이 공간 통제가 되어야 되는 데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입구와 출구가 너무나 많은 야외공원은 테러를 막기 위해 통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최대한 노출은 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의심 가는 사람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한형사와 김형사는 유괴당한 아이의 부모집에 가서 이동을 준비했다. 아이의 부모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이었다. 유괴하려는 범죄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강남의 초등학교 하나를 골라서 선택했을 것이다.
강남의 한 초등학교 앞에는 아이들을 태우려는 부모의 차들로 줄지어 서있었다. 그렇게 집으로 가던 학생들 사이로 어린 소녀가 자신의 집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소녀를 한 여자가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인형이 들려있었다. 그녀는 걸어가는 소녀의 곁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그녀에게 있던 재능중에 하나는 바로 상대의 경계를 풀어내는 것이기도 했다. 아이에게 인형을 보여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자 소녀는 의심 없이 그녀를 따라나섰다. 그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한형사를 거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CCTV를 살펴보았다. 경찰서로 들어간 한 형사는 그날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CCTV 동선을 따라갔지만 어느 순간 그녀와 소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차를 가지고 이동하지도 않았고 대중교통을 타지도 않았다. CCTV를 의식했는지 주로 뒷모습이 촬영이 되어서 얼굴확인은 안되었지만 여자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김형사 현장은 잘 통제되고 있어?"
CCTV를 확인해 본 한형사는 현장에 나가 있는 김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은 나타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최대한 형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유괴범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분명히 공범에 여자가 있던지 여자의 단독범행일 가능성도 커."
"유괴를 여자가 단독으로 한다는 말인가요?"
"아무튼 잘 지켜봐. 나는 아이를 찾아볼게."
전화를 끊은 한 형사는 CCTV상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진 지역에 서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번화는 했지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었다. 이 지역에서 만약 아이를 데리고 들어간다면 어디일까. 지상은 눈에 뜨일 테고 지하로 갔을 텐데 지하에 주로 자리한 것은 노래방 아니면 소극단이었다. 어머니가 아이가 유괴되었음을 직감하고 신고를 했지만 유괴범은 10일 동안이나 잡지를 못한 상태였다. 이미 아이의 생사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지만 일말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10일 전 한형사와 김형사는 신고를 받고 암사생태공원으로 향했다. 다시 공개수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놓고 사람들을 검문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한 형사는 김형사와 다른 형사들에게 그 현장을 맡기고 사라졌던 그 순간을 찾기 위해 CCTV 확인을 하기 위해 현장으로 갔었다. 그리고 김형사에게 내용을 전달해 주었지만 당시 현장에서 검색한 30명의 사람들 중에서 의심할만한 사람은 없었다. 특이한 것은 만삭의 임산부가 있었는데 현장에 있었던 형사들은 대부분 의심하지 않았다. 개인정보를 비롯하여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얻지 못했었다. 이때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 초등학생 유괴사건 담당자이신가요?"
"아~ 예. 제가 맞습니다."
"혹시 지금 유괴된 아이를 찾았나요?"
"아니요. 아직 못 찾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나요."
"아마도 제가 아는 사람이 그 유괴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 그럼 전화를 주신 분은 누구신가요?"
"저는 강동구 부구청장 김신흥입니다."
"그러십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서로 나오실 건가요?"
"제가 알기로는 유괴범 전화 온 것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녹음이 되었을까요."
"예 있습니다."
"그럼 제가 목소리 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연락을 하고 나서 1시간쯤 후에 경찰서로 들어가서 김부구청장을 만나게 되었다. 정년퇴직까지 5년쯤 정도 남은 중년의 남자는 올곧은 모습의 점잖은 사람이었다. 유괴범죄와의 연관성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네준 다음에 차를 한잔 권했지만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혹시 지금 말씀하시려는 사람이 따님이신가요?"
흠칫 놀랐다는 듯이 중년의 남자는 한 형사를 바라보았다.
"지금 사시는 곳이 강동구시죠? 그리고 따님은 결혼을 하셨는데 남편분이 연극이나 이런 분야에서 일하시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보려고 합니다."
"뒷조사를 하신 건가요?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는데요."
"아니요. 지금까지 제가 조사한 것과 자료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현장을 다시 다녀왔는데 그 빈 공간을 부구청장님이 채워주셨습니다. 자 그럼 녹음된 통화를 들어보실까요?"
길지는 않은 통화였지만 돈을 요구한 것과 딸을 잘 데리고 있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엄사생태공원에서 몇 시에 보자는 대화내용이 흘러나왔다. 나름 목소리를 바꾸려고 노력을 했지만 부모의 귀는 속일 수가 없었다.
"지금 김수경 씨 어디 있습니까?"
얼마 되지 않은 크기의 방에는 먹다가만 컵라면과 도시락등이 널려 있었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것도 어언 10일이 되어간다. 출산까지는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3일 전 전화를 꺼놓기 전까지 엄마와 통화를 했었다. 커다란 명품 로고가 박힌 가방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주목하고 모든 사람이 사랑해 주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지만 그런 존재는 상상 속에만 있었다. 엄마는 배속의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할 것을 종용했다.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들도 내 뒤를 따라간다고 말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사실 부모는 자신에게 무척 잘해주었다. 어릴 때부터 부족함이 없게 자라게 해 주었고 유학을 보내주었지만 공부에는 영 관심이 없었는데 그런 자신에게 실망하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나이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극단에서 당당하게 연기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꿈을 꿀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았다.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클 때의 모습과 같은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돌이킬 수 없었던 10일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았다.
"아줌마, 재미있는 것 있다고 하지 않았아요?"
"그런 건 내 말을 잘 들으면 보여줄게. 저기에 앉아봐."
소녀는 김수경이 시키는 대로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녀는 유괴할 때 아이의 모습을 가지고 협박을 할 요량이었다. 그렇지만 만삭의 몸으로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아이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두 손과 두 발을 묶어두었다. 상자에 넣었두고 나와서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어서 약속을 잡고 들어왔는 에 아이의 몸부림 때문인지 상자에서 나와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 돈을 받고 보내줄 생각도 약간은 있었지만 어차피 자신의 얼굴을 본 아이를 살려두는 것은 너무나 많은 리스크가 뒤따랐다. 테이프를 들고 아이에게 다가가서 눈을 빼놓고 코에서부터 입까지 칭칭 감았다. 아이는 숨이 막히는지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수경은 자신의 배속의 아이를 생각하면서 고통을 줄여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아이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발버둥 치던 아이는 점점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축 쳐진 아이를 가방에 집어넣어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한 형사는 김형사와 함께 김수경의 남편의 명의로 되어 있는 한 극단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예상한 대로 지하에 위치한 극단의 사무실의 입구에는 오랫동안 각종 공과금을 미납했는지 입구에는 청구서등이 꽂혀 있기도 하고 아래에 떨어져 있기도 했다. 한참 동안 사람들이 오가지 않았는지 몰라도 손잡이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119 대원들과 함께 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안쪽으로 들어섰다. 스위치를 찾아서 조명을 켰다. 전기까지는 끊기지 않았는지 불이 들어왔다. 연극등에서 사용하는 소품이 이곳저곳에 떨어져 있었다. 어디선가에서 맡아보지 못한 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냥 음식이 썩은 것이 아니라 시취였다. 결국 그 냄새의 근원에는 안쪽에 숨겨놓은 가방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가방을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더워진 날씨로 인해 상당히 부패가 많이 진행된 아이의 모습이 가방 안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혼이 떠나간 아이의 눈은 공포와 절망에 사로잡힌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한 형사는 아이를 확인하고 수경의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 확인했습니다. 김수경 씨 어디에 있나요."
"살아있나요?" 한 형사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니요. 안타깝게도 당일 김수경이 살해한 것 같습니다."
예상했다는 듯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집사람에게 확인했는데요. 수경이가 동작구의 라온모델에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조사를 할 테니 우선 집으로 돌아가세요."
한 형사는 김형사와 그 지역의 지구대와 함께 모텔을 방문해서 그녀를 검거할 수가 있었다. 이미 그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이 체념한 듯 반항은 하지 않았다. 그냥 평범해 보이는 임산부를 보면허 한 형사는 뭔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조서를 받는 과정에서 김수경은 자신에게 공범이 있었다는 말도 했으며 수사에 혼란을 초래하였으나 결국에는 단독범행인 것이 드러났다. 그녀의 남편조차 그 범죄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가 모두 끝나고 검찰로 사건을 넘기고 난 후에 김형사와 여의도의 탁 트인 곳에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녀의 부모는 이렇게 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까?"
"저도 지금 유치원에 아이가 다니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말할 수도 없고 단언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자신을 속이는 것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은 분명해 보여.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는 그걸 왜 모르고 살까. 거짓은 거짓으로 채울 수 없는걸 말이야."
"김수경 부모님들은 괜찮겠죠? 하기사 그 부모님들이 아니라 그 아이의 부모가 더 걱정이 되네요."
"그러게 모든 어른들은 자신이 아이였을 때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잖아. 자신이 바라보았던 세상을 잊어버리고 그 고통조차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겠지."
이 소설은 실제 1997년 서울에서 일어난 전현주납치살해사건(박초롱초롱빛나리유괴사건)을 모티브로 쓴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