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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3. 2017

볼까 vs 감상할까

대명 공연문화거리, 봉산 문화거리

대구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 있는 곳은  소극장이 즐비한 대명 문화거리와 각종 소규모 전시를 만날 수 있는 봉산 문화거리이다. 전자는 연극이라는 분야를 통해 콘텐츠 생산과 소비를 선순환하는 곳이고 후자는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대명 공연문화거리에는 예술단체 약 100개와 예술인 550여 명이 음악, 공연, 미술, 복합 문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공급자가 콘텐츠를 기획·창작·생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소극장이 하나의 블록을 사이에 두고 1층이나 지하에 만들어져 있다. 이곳을 무대로 살아가는 연극인뿐만이 아니라 연극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즐거운 추억을 선사한다. 대구 문화공연의 1번지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상시적으로 공연 활동을 제공하여 생활 속의 문화 향수권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대명 공연문화거리에는 독특한 가게들도 적지 않은데 그중에 피겨를 파는 몇 곳도 있다.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피겨는 영화와 만화 속에서 만난 캐릭터를 소장할 수 있어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실제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어벤저스에서 적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마블코믹스는 주연과 조연을 합쳐 8,000~9,000여 명의 캐릭터를 창조했는데, 작품의 90퍼센트 이상이 슈퍼 히어로가 등장한다. 피겨 중 인기가 많은 캐릭터들은 마블사에서 만든 캐릭터들이 상당수 차지한다. 

대명 공연문화거리의 대표적인 소극장에서는 울돌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극단 한울림의 20주년 기념공연으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李舜臣)이 왜군의 선단과 싸워 승전한 명량해전의 격전지인 울돌목에서 만나는 민초들의 삶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명량의 지명 유래는 물살이 빠르고 소리가 요란하여 바닷 목이 우는 것 같다고 하여 ‘울돌목’이라 한 데서 나왔다.

규모가 크지 않은 소극장은 연극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들과 근접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다. 공연장이 큰 곳에서는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쉽지가 않지만 대명 공연문화거리의 소극장에서는 배우들과 같이 느끼고 호흡할 수 있어서 좋다. 

울돌목은 8월 23일과 24일 대구 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조류는 사리[大潮] 때의 유속이 11.5노트이고, 수심은 19m인 명량은  빠른 물살을 이용해 배 12척으로 10배 이상의 적함 130여 척을 크게 격파한 이순신 장군이 있었지만 이는 그 지역에 거주했던 민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명 공연문화거리를 방문한 날에는 울돌목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연습해보고 있었다. 

예술인 및 예술단체의 예술적 감성과 역량을 한 곳에 모을 수 있게 이 일대를 공연문화의 거점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는 대명 공연 문화거리는 거리 색에 맞는 색다른 맛집들이 여러 곳이 있다. 대명 공연문화거리에 있는 소극장은 상업화된 기성 연극에 반해서 생겨났는데 한국에서는 1980년대 삼일로 창고극장, 실험 소극장, 민예 소극장, 카페 테아트르 추 등에서 소극장 운동을 펼쳐지기도 했었다. 대구의 대명 공연문화거리에서는 적은 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방식에서 혁신이 있는 다양한 연극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대명 공연문화거리가 보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 거리라면 대구 중구 봉산 문화길 38에 있는 봉산 문화거리는 화랑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문화거리로 감상하는 곳이다. 예전부터 화랑 몇 곳이 몰려 있던 곳이 1991년부터 문화예술거리로 변모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 곳으로 변화한 곳이 봉산 문화거리다. 

봉산 문화거리에서는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데 오는 18일부터 9월 3일까지 봉산 문화회관 가온홀에서 키다리 아저씨가 뮤지컬로 열린다. 예전에는 예술가들이 자신이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는데 봉산 문화회관, 청소년 문화의 집이 생기면서 찾는 사람도 예술가에서 일반시민으로 그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 

봉산 문화거리에서는 1년 내내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봉산미술제가 열리는 10월에는 거리에 축제의 열기로 가득 채워진다. 미술작품부터 도예 작품, 조각, 목공예까지 아우르는 전시전을 대부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독특한 분위기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마루야마 나오후미의 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의 회화는 배경과 사물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없고 사물의 형태가 흐릿한 명암과 채색의 미묘한 변화로 표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명확하게 공간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희미한 영상이 존재하는 관람자는 각각의 사람과 순간과 그 추억을 연상하고 기억을 상기시킨다. 마루야마의 모호한 영역과 작품은 관람자 각자의 기억에 의해 완성되고 Unique Piece 된다. 

우손갤러리의 마루야마 나오후미의 회화전은 9월 8일까지 만나볼 수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90년대 드로잉 작품을 비롯하여 약 4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마루야마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다가 순수미술에 매료되어 화가의 길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삶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환경의 우연성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정적인 상태가 이 화가의 색이다. 

대형 미술관을 가서야 만날 수 있는 것이 예술이 아니라 이제는 사람들의 속으로 파고 들어와서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각 갤러리에서 전시작품이 주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향이 좋은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감상하고  때로는 작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현대적인 작품부터 오래된 고미술까지 취향에 맞는 작품전 하나 이상을 만날 수 있다. 

봉산 문화거리는 갤러리 타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봉산 문화거리에는 동원화랑, 중앙갤러리, 신미화랑, 우손갤러리, 수화랑, 이상숙갤러리, 갤러리 오늘, 예송갤러리, 모란동백 갤러리, 갤러리혜원, 갤러리소헌, 리안갤러리, 분도 갤러리, 대백플라자 갤러리 등 대구를 대표하는 큰 화랑들이 자리하고 있다. 

봉산 문화거리의 한 화랑을 들어가 보니 입체적인 작품 마럴린 먼로가 재현되어 있었다. 3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마럴린 먼로는 15년간 연기활동을 하면서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Gentlemen Prefer Blondes), <7년 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 <버스 정류장>(Bus Stop), 그리고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등이 잘 알려진 대표작이다.  

이 갤러리에서 느낄 수 있는 작품 성향은 팝아트다. 상업 및 광고 디자인에서 힌트를 얻어 이전까지의 예술과 다른 예술사조를 팝아트라고 부르는데 하이컬처와 반대편에 있는 대중문화가 팝아트에 녹아 있다. 문화이론가인 리처드 해밀튼은 팝아트를 '인기 있고 소모품적인 저가의 대량생산품, 젊고 재치 있고 섹시하며 눈길을 끄는 매력으로 가득한 빅 비즈니스'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의 시대로 넘어간 지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무채색의 흑백사진은 그만의 매력이 있다.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포즈를 취했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이 흑백사진 속에서 컬러처럼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대명 공연문화거리와 봉산 문화거리 모두 대중문화를 연상시킨다. 도시적이고 민주적이며 수많은 예술가들이 대구의 대중문화거리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익명의 사람들이 남긴 거리미술이나 주류 갤러리 문화가 공존하는 보는 문화거리 대명 공연문화거리 vs 감상하는 봉산 문화거리 모두 대구의 대표적인 예술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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