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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아프리카 BJ, 유흥업소

현질로 모든 것이 규정되는 곳에서 인간성이란 있을까.

이 세상 모든 것이 돈으로만 결정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대부분의 것들은 돈으로 이미 결정이 되어 있기도 하다. 한국의 교육이 매우 왜곡되어 있고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의 교육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 미국도 예체능계에서 교육을 받으려면 한국보다 더 많은 사교육비가 들어간다. 문제는 그런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는 가정만이 자식을 교육시킨다는 점이고 한국은 그렇지 않은 가정도 그런 사교육비를 지출한다는 것에 있다.


한국은 자기 객관화가 안되어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즉 자신의 수준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스매칭이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노력한 것을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대우가 남다르기를 원한다. 그런 현실을 자각하기보다는 자신을 대리해서 만족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 아무리 외쳐봐야 소용이 없으니 대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소비를 하는데 문제는 그런 돈을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데도 소비하면서 거지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돈 빼먹기에 혈안이 되어 게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면서 리니지의 주가는 사상 최고를 찍었지만 거기까지였다. 극악적인 확률형 아이템과 현질을 많이 하면 강력한 캐릭터로 탈바꿈할 수 있는 시스템은 리니지가 지향했던 세계관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결국 돈 많은 놈이 장땡이라는 유일한 규칙아래 노력을 통한 공정성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덕분에 그 레벨에 올라가기 위해 현질을 한 유저들이 있어서 당기 순이익은 최대가 되었고 주가에 반영이 되었다.


게임의 개념이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돈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리니지는 그 이후로 수직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때 엔씨소포트의 주식을 산 사람들은 자신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리니지의 추억을 가지고 있었던 개저씨들이라고 불리던 사람들도 떠나기 시작했다. 리니지에서 특정 레벨로 올린다는 것은 보편적인 가치는 아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인정받기 위한 욕구가 발현된 결과이기도 하다. 현실에서는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하지만 그 세상에서는 그들만의 대접문화가 있었다. 와~ 하는 아이템을 보유함으로써 PK 당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TV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는 아프리카 BJ가 생존하는 방식 역시 리니지와 다르지는 않다. 특정 여성을 두고 별다른 생산적인 것도 없이 그냥 이것저것 주저리주저리 하다가 돈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낀다. 일명 그들만의 방에서 인정받는 것은 오직 돈으로 결정이 된다. 일명 큰 손인 회장이 되거나 나름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별풍선을 막 써줘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을 수가 있다. 우월한 느낌을 받고 다른 이들의 오~~ 하는 반응을 보기 위해서는 무조건 현질을 해야 가능하다.


이들로 인해서 사회에서는 적지 않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해도 적지가 않다. 미성년자가 자신의 부모폰을 이용해서 별풍선을 쏘다가 문제가 되고 어떤 택배기사는 대출을 받아서 현질을 하다가 돈이 떨어져서 아무런 죄 없는 여성을 살해하기도 했다. 보편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행동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주목받고 우월하다는 느낌을 받고 싶으려는 비뚤어진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의 일탈이라고 볼 수가 있을까.


그런 비슷한 맥락으로 유흥업소 역시 그렇다. 리니지의 세상이나 아프리카 TV보다 더 협소한 세상이지만 그곳에서도 돈의 법칙은 통한다. 폐쇄된 방에서 돈이 많은 사람에게 왕 같은 대접을 하고 주목을 해준다. 그곳에서 삶의 보편성 같은 것은 없다. 얼마나 비싼 술을 시키면서도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돈을 많이 썼을 뿐인데 텐프로 같은 이야기를 쓰면서 마치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사람만이 갈 수 있는 특별한 공간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들기도 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생존했는데 필요한 강함에 대한 욕구를 끊임없이 추구하였다. 약하면 생존하기가 힘든 현실에서 무리를 이루었고 그 속에서 강한 수컷이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지만 적어도 생존이 보장될 수 있는 사회를 이루면서 살아왔다. 문명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힘으로 생존하는 역사는 반복이 되었다. 본격적인 자본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물리적인 힘은 돈으로 치환이 되었다. 즉 돈은 물리적인 힘을 대체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기 위해 몸을 부풀리는 동물들처럼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그만큼 강한 존재임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유전자는 남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기반한 폭력이나 지배는 어느 정도 수용을 하면서 살아간다. 돈을 쓰면서 상대방의 행동을 제약하던가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지만 사람들은 수용하면서 살아간다. 너무 심해졌을 경우 갑질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누구나 그 힘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돈을 어떻게 쓰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인성을 알 수가 있다. 기업인이나 정치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하는 것은 그들에게 돈이 없었을 때와 돈이 있을 때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리니지에서 돈을 쓰는 것이나 아프리카 BJ에게 별풍선을 쏴주는 것이나 유흥업소에서 돈을 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돈이 가진 폭력성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단지 범죄의 영역이 아닐 뿐이다. 특정한 공간에서는 사람이 가진 수많은 가치가 의미가 없을 때가 있다. 오로지 그곳에서는 돈 많이 유일한 가치가 된다. 그런 공간에 빠져있으면 있을수록 인간성은 잃어버리고 돈에 휘둘리는 인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세상에는 인간답게라는 표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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