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에 흐르는 시내가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영동 월이산자락의 옥계폭포
어떤 공간에 가면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드는 곳들이 있다. 그런 공간 중에서 어떤 성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남성적인 곳이 있는가 반면에 여성적인 곳이 있다. 왜 세상은 남자와 여자로 구분해서 만들었을까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남성은 강인하지만 단순하며 여성은 약하지만 섬세하다. 양쪽의 장점을 가진 사람이 있고 양쪽의 단점만을 가진 사람도 있다.
옥천에서 영동을 넘어가서 영동읍으로 가는 길목에는 옥계폭포라는 이정표를 보고 안쪽으로 한참을 들어가면 여성을 닮은 폭포가 나온다. 난계 박연 선생이 좋아했다는 영동 옥계폭포다. 옥계에서 옥은 여성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피리를 연주할 때 박연선생은 바위틈에 피어난 난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시내를 보면서 자신의 호를 난계라고 하였다.
옥계폭포는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높이가 30여 미터가 되는 폭포로 마치 비단자락을 살포시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월이산의 주봉과 서봉에서 내려오는 산등성이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폭포의 양이 달라지겠지만 비가 오지 않았어도 충분이 그 매력이 돋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옥계폭포는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 영롱함이 더욱더 느껴지게 만든다. 폭포에서도 여자와 남자가 있다고 하는데 옥계폭포는 전형적인 음곡으로 여자폭포이다. 폭포의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 있고 앞에는 양바위가 놓여 있다.
비가 많이 내리고 난 후에 이곳의 모습이 어떨지가 궁금해진다. 옥계폭포는 한여름에도 청량하고 상쾌한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이 부근에는 생각보다 모기가 많다.
주변에는 바위가 자연의 힘에 의해 다양한 조각작품처럼 자리하고 있다. 폭포의 아래쪽에 가면 꽤나 깊은 물이 있어서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가 있다. 여성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것은 묘한 생동감이 들게 만든다.
영동군 심천면 난계사에서 옥천 방향으로 국도를 따라 3㎞를 가다가 왼쪽 천모산 계곡으로 1㎞ 더 들어가면 이 폭포가 보인다.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본다.
쏟아지는 물줄기와 날리는 포말이 돌에 뿌려지고 있다. 때론 무지개가 생겨날 것 같은 모습에 높은 봉우리에는 샘물이 흘러내려오는 것이 자연이 만들어낸 비경이라고 할만하다.
월이산은 지형도상의 이름으로 북서쪽 이원伊院 주민들은 먼 옛날부터 마을에서 남동쪽 산등성이 너머로 떠오르는 달을 보며 초저녁을 맞이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옥계폭포는 대전, 옥천, 영동 등을 모두 합쳐봐도 그 이름을 올릴만한 폭포이기도 하다. 폭포수 양쪽 바위벽이 수 억 년의 물줄기에 깎여 항아리처럼 움푹 패어 있다.
사람이 청아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 옥계폭포는 그 모양이 기이하고 신비로워 옛날부터 폭포에서 불임不姙 여인들이 기도를 하면 아기를 가질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음양의 기운이 맞아야 사람이 균형을 찾을 수 있듯이 풍경 역시 그런 균형감으로 묘한 즐거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