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안동의 무릉유원지와 백조공원이 자리한 곳에서
사람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무엇일까. 모든 사람에게 견디기 힘든 기준이 같다면 해결책도 수월하게 만들어질 수가 있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마음이 다르고 상황도 다르며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빨리 무언가를 되고 싶어 하고 가지고 싶어 하면서 쉼이 없는 결핍 증후군을 유발하고 이 때문에 개인의 삶은 소진되고 있다. 이런 때 무릉도원을 찾을 수는 없어도 그런 상상은 할 수는 있다.
안동에 자리한 무릉유원지를 찾아온 것이 얼마만인가. 그때는 겨울이었는데 이번에는 여름에 방문해 보았다. 확실히 여름이 더 생동감이 있어서 좋다. 강가에는 너른 땅이 있고 누구나 와서 그늘에서 쉴 수가 있다.
무릉도원은 아름다운 풍광을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질병이나 걱정 그런 것이 없는 세상도 같이 포함이 된다. 세상에 걱정 하나 없이 자신이 이루고 싶은 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더 시간이라던가 육체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든다. 전에는 그런 것들이 소중한지도 모르며 살았다. 어떤 것이 없어져봐야 알고 결핍이 있어야 채워질 수가 있다. 아무 필요가 없는데 굳이 채우려고 하지도 않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도 모른다.
진(晉) 나라 때 무릉의 한 어부가 배를 저어 복숭아꽃이 아름답게 핀 수원지로 거슬러 올랐는데 굴속에서 진(秦) 나라의 난리를 피해 온 사람들을 만났는데, 하도 살기 좋아 이들은 바깥세상의 변천과 세월의 흐름을 몰랐다고 한다. 무릉도원은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표현으로 ‘이상향’ ‘별천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필자는 무릉도원은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알기에 마치 그런 이상향이 최고의 공간처럼 느껴지지만 그런 곳에 산다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조용하게 안동의 무릉유원지를 걸어본다. 곳곳에는 물길 자국이 선명하며 물길의 맞은편에 자리한 절벽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배가 있다면 저 건너편으로 가볼 수도 있겠지만 무릉유원지의 매력은 이렇게 반대편에서 만나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무릉유원지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면 백조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큰고니, 휘파람고니, 고니, 혹고니, 검은머리고니, 흑고니 등 6종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백조는 고니류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무릉유원지를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이곳 백조공원도 가볍게 돌아보기에 좋다. 백조의 도시 안동이라고 안내가 되어 있는데 그만큼 우아하게 양반처럼 살아볼 수 있는 도시여서 그런가.
백조공원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민 누구나 무료로 입장해 백조를 관찰할 수 있으나, 관찰 도중 백조에게 함부로 먹이를 주거나 돌을 던지는 행위 등 백조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을 삼가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될 시간이 왔다. 탁 트인 하늘에서 여름에만 볼 수 있는 푸르름을 볼 수가 있다. 각박한 현실에 힘들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순간도 필요하다. 깊고 진한 안동의 매력과 계곡물소리 그리고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들어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