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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길과 이나리

두 물줄기가 합쳐진 길을 걸어보는 낙동강시발점 테마공원

개인적으로 이나리라는 표현이 좋다. 한자라고 하더라도 한글로 읽으면 다른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 있다. 멀리 태백의 황지못에서 발원한 물길은 봉화군까지 도달하여 운곡천과 만나 드디어 낙동강의 본류를 이루게 된다. 그전까지는 천이라고 부르다가 이제야 낙동강의 이름에 걸맞은 물길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봉화에서 두 물길이 합쳐지는 나루를 바로 이나리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이나리는 쌀농사를 보호하는 신이자 번영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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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봉화군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물속에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운곡천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곳에는 매호유원지가 자리하고 있다. 유원지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여름에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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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라는 표현이 일본에서 번영의 신이라는 의미처럼 물길의 풍요라는 생각이 든다. 쌀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이기 때문이다. 저 앞에 보이는 명호 이나리 출렁다리는 합수머리에 자리한 상징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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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명호지역은 청량산, 낙동강, 운곡천, 도깨비도로등이 자리한 곳으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관광자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공원 북쪽에서 강을 건너 남쪽 명호이나리 출렁다리까지는 차에서 내려 짧은 산책 삼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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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흘러가는 물을 따라 내러 가면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이 나온다. 물길의 양쪽으로 나있는 샛길로 접어들면 사람과 마을을 만나는 곳이 나오고 가을여행의 감성이 새순처럼 돋아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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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온도는 아직 가을이 아닌 것 같지만 풍경은 계절의 전령이 찾아온 것처럼 가을색이 묻어 나오고 있는 느낌이 드는 공원이다. 가을 역시 이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을 따라 번지고 있었더. 구석구석 마주하면서 지나치다 보면 때론 삶의 여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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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이든 시작이 있다고 했던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이 물은 언젠가는 바다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최근에 태극권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한 발 한 발 디딜 때 마치 시간이 멈춘 듯이 몸을 움직여보았다. 빠르게 걷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아주 느리게 걷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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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젓줄이 가도 한 낙동강 이곳에서 시작해서 느릿하게 누비며 남하하게 된다. 예던길은 '가다' '다니다'를 뜻하는 옛말 '예다'에서 딴 이름으로 선비길이기도 하다. 초록 물빛과 기암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때론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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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시발점에 걸맞게 강폭이 상당히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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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과 인물이 교류했던 낙동강은 남쪽에서는 어류와 소금을 실은 배가 올라오고 내려갈 때에는 경북에서 생산된 물건을 싣고 가는 교역의 물줄기 역할을 했던 곳이다. 낙동강을 두고 걸어도 좋고 가을날 드라이브의 상쾌함을 더해보기에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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