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된 살인 Part 8

생각의 차이

도준


구리는 사건 조사를 위해 3~4번 온 기억뿐이 없는 것 같다. 항상 이때가 힘들다. 피해자의 부모나 가족에게 시신을 확인시키는 것은 익숙해지지가 않는 것 같다. 구리시장 이면 골목에 있는 빌라에 살고 있는 피해자의 어머니는 조그마한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노원서의 박도준입니다. 최미숙 씨 계십니까?"

"예 제가 최미숙인데요. 무슨 일로..."

"딸 이은애 씨의 어머니 맞으시죠?"

"예 맞는데요. 혹시 은애에게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

"그게요. 사체가 발견되었는데요. 감식 결과 이은애 씨로 밝혀졌습니다. 같이 가서 확인해주시겠습니까?"

"아니에요. 잘못 아셨을 거예요."


자식의 죽음 앞에 초연한 부모도 없고 바로 인정하는 부모도 드물다.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확인 과정을 거치면 스스로 무너져 내린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 시간 공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을 상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일이다.


"피해자 아니 은애 씨가 마지막으로 집에 온 게 언제인가요?"

"그 죽은 사람이 우리 은애가 확실한가요?"

"지문 조사 결과 이은애 씨가 확실합니다."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 2주 전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아무 일 없었는데..."

"그럼 그때 어떤 이상한 느낌이나 따라다니는 수상한 남자 이야기는 없던가요?"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어요."

"따님이 Bar라는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아셨나요?"

"예.. 알고 있었어요."

"그거 외에 다른 일도 하신 적이 있나요?"

"주말에는 아는 언니 화장품 가게 일을 도와준다고 했었어요."

"혹시 생각나시는 것 있으면 말해주세요. 보통 딸들의 경우 엄마와 많은 대화를 하지만 걱정할 일 같은 것은 의도적으로 빼고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같은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민 경위는 집요하게 파고 든다. 이럴 때 엄마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


은애


죽으면 그렇게 되는 건가? 그냥 머릿속에 기억을 끄집어내면 어느새 그 공간에 이동해 있다. 내가 어떻게 죽은지 깨닫는 순간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 그 범인의 얼굴은 기억하지만 누군지는 모른다. 엄마는 지금 무엇을 할까? 엄마는 지금 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형사들의 차량에 같이 탑승해서 이동중이다. 엄마의 수척한 얼굴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상대방의 감정에 상관없이 질문을 퍼붓는 형사들에게서 나의 일이 직업적인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살았는데.. 맞다. 주말에 화장품 가게에서도 일했었지. 생각 외로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까다롭고 더 지저분할 때가 많다.


"손님 사용하신 립스틱은 환불이 안돼요."

"아니 나한테 맞는지 알려면 한번 발라봐야지 알죠."

"그래서 여기 샘플이 있잖아요. 발색을 확인해보시라고요."

"아무튼 환불 안 해주시면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 거예요."


여자가 들고 있는 DSLR의 사용법은 알긴 아는 건가? 아마 이런 용도로 구매했던지 어설픈 남자친구에게 빌려 왔을 것이다. 매장을 운영하는 언니가 눈짓으로 부른다.


"그냥 해줘. 저런 사람 상대해봤자. 피곤해."

"내가 분명히 지난주에 안 어울린다고 했거든."

"얼굴 기억했다가 다음에 조심해야지."


그 사이 여자는 이 립스틱 저 립스틱을 손등에 바르며 비교해보고 있었다.


"손님 다음번에는 절대 환불이 안되고요. 레드 컬러의 립스틱은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럼 올 가을에 유행하는 건 뭔가요?"

"유행하는 것을 찾으시는 것보다 맞는 것을 찾는 게 좋아요."

"제가 그거 물어봤어요?"

"올 가을에는 아마도 레드와 버건디를 많이 바르고 다닐 거예요. 피부톤에 상관없이 어울리거든요."

"제 피부에도 괜찮겠네요."

"이렇게 볼 때는 매트해 보이지만 실제 입술에 바르면 발색 되면서 투명한 광택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편이에요."


화장품 가게에서 일해도 별별 여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잠시 딴생각을 한 것 같다. 어머니에게 말을 전하고 싶지만 내 말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


"진짜 우리 딸 맞긴 해요?"
"가서 보셔야 될 것 같아요."

"엄마 나 죽었어. 그런데 모르겠어 슬픈지 원통한 건지 아무런 느낌이 없어."


엄마는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제야 현실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검시소에서 딸의 시신을 확인한 엄마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엄마에게 말할 수만 있다면 조금은 그 아픔을 덜어줄 수 있을 텐데. 대체 나는 누구와 대화를 할 수 있는지...


도준


"민 경위님 피해자의 엄마에게 더 이상의 정보를 얻기는 힘들것 같은데요."

"그런데 왜 손가락 두개는 잘라갔을까요?"

"기념품 수집은 아닐 거예요."

"평소와 다르게 사체를 유기할 만큼 급박한 상황에서 손가락 두개라.. 아마 그 손가락에는 범인의 피부조직 같은 것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커요."


보통 심리분석가의 경우 검증이 필요한 가능성이나 가설을 이야기하는데 경험이 있는 형사들의 경우 '실제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전화가 울린다. 진형 사다.


"그래 뭐좀 알아냈어?"

"예 주변 조사를 했는데요. 주말에 동대문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는 언니 한 테에서는 별로 알아낸 것은 없고요. 최근에 수경이라는 친구와 여러 번 만난 것 같습니다. 최근 계좌로 100만 원이 이체가 되었고요. 그리고 남자와 만나지 않은지는 1년이 넘었는데 전 남자친구는 지금 프랑스에 가 있습니다. 같이 Bar를 운영하는 친구인 수희도 없어진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었어요."

"그럼 남자친구는 용의 선상에서 제외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그 Bar에서 자주 방문하는 남자 손님들에 대해서 알아보고 CCTV 확보해서 범죄자 DB랑 비교해봐. 그리고 수경이한테 왜 100만 원이 갔는지 알아보고."

"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그래 진형사도."

"100만 원을 수경이란 친구한테 준 건가요?"

"예 최근에 이은애 씨의 계좌에서 수경이란 친구에게 이체가 되었다고 하네요."

"100만 원이면 작은 돈도 아니고 큰 돈도 아닌데.. 그냥 여행계 같은 것은 아닐 것 같고요."

"저도 그게 조금 신경 쓰여요. 그리고 Bar에서 남자 손님의 경우 별별 사람이 오니까 그중에서 의심되는 인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100만 원.. 수경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아마 100만 원을 요구했던 것은 아닐 거예요."

"흠.. 한 번 확인해봐야겠네요. 수경이라는 친구가 어딘지 모르게 걸리네요."


수경


은애와 연락이 안된지 4일이나 되었는데 소식을 가져다 준 것은 진형사란 사람이다. 친구들이 불러서 클럽으로 나간 날 그날 일이 벌어진 건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요즘 왜 이렇게 주변에 많은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전 남자친구와의 소송도 그렇고 돈 문제도 그렇고 친구 은애의 죽음까지 왜 이리 복잡하게 꼬여가는지 모르겠다. 은애가 원한을 살 친구는 아닌데 왜 그렇게 되었을까?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


"진짜? 그때 몇 번 봤던 그 친구 말하는 거지? 은애"

"응! 형사란 사람이 왔는데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그게 은애라는 거야. 그리고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

"어떻게 한대. 진짜 세상 무섭다. 누가 한 거래?"

"모른대 지금 조사하고 있는데 아직 누군지 모르나 봐."

"은애는 요즘 만나는 남자도 없었거든."

"혹시 모르지.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

"복잡해 죽겠어. 이일 저일 막 꼬이니까."

"오늘 다른 생각 안 하고 야외로 나갈까? 그냥 강원도로 가는 건 어때?"

"강원도? 오늘 남자 친구하고는 안 만나?"

"아 오늘 친구들하고 놀러 간대."

"그래 이렇게 복잡할 때는 머리 식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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