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팔경(扶餘八景)의 수북정

부여에서 해맞이를 하기에 좋은 백마강변에 자리한 부여의 정자

병오년 새해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부여군에서도 2026년 병오년 새해를 맞아 군민과 방문객들이 함께 참여하는 해맞이 행사가 1월 1일 성흥산에서 개최가 되었었다. 성흥산 사랑나무는 웅장한 수형과 독특한 경관으로 사랑과 희망을 상징하는 부여의 대표 명소로, 매년 새해 첫날이면 일출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기원하는 해맞이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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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다른 일정이 있어서 부여군 성흥산에 열린 해맞이 행사를 참석하지 못했지만 대신 금강변에 자리한 부여 팔경 중 한 곳이라는 수북정을 방문해 보았다. 이곳에서 해맞이를 해보고 2026년에는 모두에게 힘과 위로, 새로운 다짐을 전하는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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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정은 조선 광해군(1608∼1623) 때 양주(楊州) 목사(牧使) 김흥국(1557∼1623)이 건립하였다 하며, 그의 호를 따서 수북정이라 부르고 있다. 부여와 보령을 이어주는 다리의 옆에 있지만 풍광만큼은 일품인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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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동지(同志)와 더불어 글과 술로 소일하였으며, 스스로를 강상풍월주인(江上風月主人)이라 칭하였던 금흥국의 가장 친했던 사람 중 한 명은 논산의 돈암서원에 모셔진 김장생이라는 유학자이다. 그는 유학의 거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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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만든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서 올해에는 어떤 계획을 세우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에 좋다. 수북정의 바닥은 모두 우물마루로 깔았고 지붕은 겹처마 팔작지붕이다. 천정도 가운데 기둥 부분의 서까래를 감춘 우물천장이고, 주변은 서가래가 노출된 연등천정으로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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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언덕이지만 그 위에 홀로 자리한 수북정(水北亭) 정면에 붙어 있는 예서체의 기품 있으며 시선을 끄는 현판 글씨는 명필로 이름 날렸던 기원 유한지(綺園 兪漢芝·1760~1834)가 쓴 글씨라고 한다. 양주에 가면 김흥국의 묘가 있는데 인조 때 받은 ‘부제학’이라 하지 않고 유언에 따라 광해군 때의 마지막 벼슬인 ‘양주목사’라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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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정이 내려다보고 있는 부여군을 흐르는 백마강은 국가정원 승격을 위해 도약을 기다리고 있다. 백마강 국가정원은 기존 사례를 모방하기보다 부여만의 스토리를 담아야 지속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 부여군만의 독자적 스토리와 장소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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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에는 하얀 말을 미끼로 용을 낚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백마강(白馬江)’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곳에서 해맞이를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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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빛으로 돛배 실루엣을 비추는 조명은 강변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낭만적인 겨울 야경을 만나볼 수가 있다. 백마강의 코스모스길과 황포돛배는 부여의 전통과 자연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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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는 꼭 산 정상에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백마강가에 앉아 천천히 밝아오는 물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 해의 시작을 충분히 맞이할 수 있다. 백마강 위로 은은하게 번지는 아침빛을 바라보며 올해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이 살아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북정에 머물렀던 옛사람들처럼 자연 앞에서 마음을 비워보고 흘러가는 시간에 나를 잠시 맡기는 해맞이도 나쁘지 않다. 병오년의 해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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