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내장탕에 대한 단상

대전에서 맵고 얼큰하고 땀나는 그런 닭 내장탕은 어디에?

외식메뉴로서 혹은 배달음식으로서 가장 인기가 있는 음식재료는 바로 닭이다. 닭을 먹는다는 건 늘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먹거리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근육맨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가슴살, 쫄깃하면서도 씹는 맛이 있는 다리, 고소한 껍질. 그러나 시장 골목 안쪽이나 오래된 식당의 메뉴판에는 그 뒤편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닭 내장탕.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한 번 숟가락을 들면 생각보다 깊은 이야기가 따라붙는 음식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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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내장은 언제나 메인이 아닌 변방의 재료였다. 살코기를 걷어낸 뒤 남은 것, 쉽게 상하고 손질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천대받던 부위였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진한 맛은 그 안에 숨어 있다. 닭의 간과 모래집, 심장과 창자에서 우러나는 국물은 맑지 않고 약간 탁하다. 그 탁함 속에는 삶의 농도가 녹아 있다. 깔끔하지 않아서 더 솔직하고, 정제되지 않아서 더 맵고 뜨겁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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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끓는 냄비 위로 올라오는 냄새는 처음엔 맵고 거칠기만 하다. 비릿함과 진득함의 경계에서 코끝을 시험하듯 맴돌다가, 들깨와 마늘, 깻잎, 고춧가루가 더해지는 순간 완전히 다른 향으로 변하면서 입맛을 자극한다. 그 냄새는 이상하게도 오래된 겨울의 기억을 데려온다. 연탄불이 피어 있던 부엌, 김이 서린 창문, 그리고 몸속까지 데워지던 뜨거운 국물의 온기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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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내장탕은 호불호가 분명한 음식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맛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맛이 아니라는 건, 누군가의 취향과 삶의 경험이 그대로 반영된 음식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살코기 중심의 세상에서 버려졌던 것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중심이 되는 순간. 내장탕은 음식이 아니라 가치의 역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식감도 독특하게 다가온다. 간은 부드럽게 부서지고, 모래집은 오래 씹히며 탄력을 남긴다. 심장은 작지만 단단하고, 창자는 고소함과 쌉싸름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한 그릇 안에 서로 다른 질감과 맛이 공존한다. 마치 사람의 인생처럼, 순탄한 부분과 거친 부분이 섞여 있어야 비로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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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내장을 굳이 왜 먹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늘 완전한 것만을 소비하려고 한다. 보기 좋은 것, 손질된 것, 냄새나지 않는 것들. 닭 내장탕은 그 기준을 비틀어 놓는다. 버려질 수밖에 없던 것들이 모여 가장 뜨거운 중심이 되는 음식의 맛은 오래된 서민의 지혜이자 삶의 맛과 닮아 있다. 겨울날 김이 피어오르는 내장탕 한 그릇 앞에 앉으면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진한 맛은 언제나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의 식탁에서 밀려난 재료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닭 내장탕은 그렇게 오늘도 조용히 끓고 있다. 아주 맵게,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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