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케이크, 잔치국수, 회, 그림

1월의 어느 날을 재미있고 맛있게 보내는 방법

꽃과 케이크는 일상적으로 만나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주로 다른 사람을 위해서 선물하는 특별한 것이라고 할까. 힘차게 시작했던 1월도 이제 마지막 주말이다. 마지막 주말은 항상 묘한 여운을 남긴다. 그렇게 의미 있게 채워질 것 같은 1월의 시간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엿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의 꽃, 어떤 사람의 케이크를 보고 있으면 이 사람들의 사연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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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이나 70, 80, 90을 축하하는 잔치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돈을 쓰면서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는 요즘 그냥 가족끼리 단출하게 식사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다. 직장에서 누군가가 그런 잔치를 연다고 하면 욕먹기가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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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서 사용하는 신부가 들고 있는 꽃이나 부케는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요즘처럼 결혼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시대지만 그래도 가끔씩 보는 꽃은 그 느낌이 다르다. 부케는 프랑스어 bouquet에서 왔다. 원래 뜻은 “향기, 꽃의 묶음”으로 동사 어원으로 본다면 bosquet → 작은 숲, 나무가 모인 곳 즉,

� 흩어진 꽃과 향기를 하나로 모은 것이라는 의미다. 부케는 원래 행운을 부르는 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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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 외면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통시장에 가면 그냥 다양한 물품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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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회를 지탱해 가는 것은 관계가 아닐까. 여러 꽃이 모이면 이야기가 되듯이 여러 사람이 모이면 이야기가 된다. 개인은 관계로 나아가고 감정은 약속으로 이어지고 순간은 기억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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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잔치국수도 주문해서 먹어본다. 멸치를 우려낸 육수에 방금 끓여낸 국수를 담고 애호박과 김, 파와 깨를 얹어서 먹으면 한 끼의 간식 혹은 식사로도 좋다. 국수 한 그릇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시간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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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후루룩 마시면서 잠시 1월의 시간을 되돌려본다. 그냥 지나가는 것 같은 시간 속에서도 삶의 즐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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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도 먹기 위해 작은 가게도 들려보았다. 이번에 선택한 횟감은 강도다리다. 강도다리는 이름부터 흥미로운데 ‘강(江)’과 ‘바다(海)’가 만나는 지점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라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강도다리는 연안과 하구, 비교적 얕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가자미류로, 봄철이 되면 가장 맛이 오른다. 도다리와 비슷하지만, 맛과 식감에서는 분명한 개성을 가진 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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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꽃을 이렇게 많이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 중 하나다. 누군가는 선물하고 누군가는 받으면서 기쁨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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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다리 회는 처음에는 부드럽고 씹을수록 탄력이 살아나는 미묘한 식감의 층위를 가진다. 광어처럼 단단하지 않고 우럭처럼 거칠지 않으며 도다리처럼 너무 연하지도 않다. � 딱 중간 지점의 이상적인 식감 때문에 초밥, 세꼬시, 물회, 숙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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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는 대중적으로 생산되는 제품들도 있지만 요즘에는 미대에서 전공을 한 사람들이 케이크를 만들면서 작품처럼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케이크(cake)라는 단어는 고대 노르드어 kaka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aka → 둥글게 만든 빵, 과자였는데 이후 독일어 Kuchen, 영어 cake로 발전했다. � 즉, 케이크의 시작은 “특별한 빵”이 아니라 “조금 더 정성 들인 빵”이었다. 케이크는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시간인 것은 분명하다. 그걸 지폐로 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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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한가한 듯 혹은 바쁜듯한 주말에 그림을 그리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1월은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선택들이, 큰 사건보다 사소한 순간들이 한 달을 만들었다. 우리는 대단한 날보다 평범한 날을 더 많이 살고, 특별한 감정보다 익숙한 감정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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