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따라 걷다.

삶의 속도를 늦춰주는 바다풍경이 있는 창원 장수암과 국민보도연맹사

창원에서 마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시야가 갑자기 트이는 구간이 나타난다. 탁 트인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감각은 여유다. 창원의 바다가 주는 여유를 느끼는 곳에서 차창을 내리면 짠 내음이 먼저 들어오고, 그다음에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창원에서 수확되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길은 어디로 향하기 위해 달리는 길이라기보다, 그 자체를 지나가는 시간이 더 중요한 길처럼 느껴진다. 굽이마다 시선이 멈추고, 잠시 속도를 늦추게 만든다. 그렇게 도착하게 되는 곳이 장수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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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개인차량을 이용하면 창원의 바다를 마음껏 만끽해 볼 수가 있다. 바다 보러 나왔다가, 점심은 시장에서 해결하고, 어느새 감성 카페에서 디저트 먹방까지. 한 도시 안에서 힐링·먹방·감성투어가 모두 완성되는 도시가 창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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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의 풍경을 보면서 가다 보면 나오는 작은 사찰이 장수암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바다풍경을 만끽하기 위해 방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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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암에 서면 바다는 넓게 펼쳐지지만, 단순히 탁 트인 풍경이라기보다 조용히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 바위 위에 앉아 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면, 파도는 세게 부딪히지 않고 반복해서 밀려왔다가 물러난다. 이곳의 바다는 과장되지 않고, 오히려 고즈넉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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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과 바위, 그리고 그 사이로 이어지는 수평선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은 모습이다. 관광지의 화려함보다는, 시간을 오래 견뎌온 장소가 가진 밀도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풍경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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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 장소를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풍경을 본다는 것은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는 종종 ‘보기 좋은 곳’을 찾는다. 그러나 어떤 장소는 단순히 시각적인 대상이 아니라, 그곳에 머물렀던 시간까지 함께 마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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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암의 조금 높은 곳에 오면 창원의 바다가 더 잘 보인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바다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로, 사계절 해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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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암에서 바라본 바다는 특별히 극적인 색을 띠지도, 거대한 파도를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대신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풍경을 소비하기보다 잠시 멈춰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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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에 남아 있는 또 다른 시간이 이곳에 새겨져 있다. 장수암이 자리한 이 일대는 한때 한국전쟁 전후의 비극적인 역사와 맞닿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마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들이 이 지역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지금의 고요한 바다와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바로 그 간극 때문에 이곳의 풍경은 더욱 복합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잔잔한 물결과 바위뿐이지만, 그 아래에는 말해지지 못한 시간들이 함께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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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해안도로를 따라 다시 차를 움직이며 뒤를 돌아보면, 바다는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다만 그곳을 지나온 사람의 마음속에는 조금 다른 결의 시간이 남게 해주고 있다. 언제 다시 창원의 바다를 보기 위해 올진 모르겠지만 아직 한해의 계획을 세우지 못한 이곳을 방문해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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