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색감이 있는 정읍에 자리한 새로운 문화예술플랫폼 새암 아트브리즈
정읍은 계절이 또렷한 도시다. 많은 사람들이 내장산의 단풍으로 기억하지만, 그 풍경을 지나 일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전혀 다른 시간의 결을 만날 수 있다.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의 흐름에서 조금 벗어난 자리, 그 안에서 지역의 삶과 함께 숨 쉬는 공간들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새암 아트 브리즈는 그런 정읍의 또 다른 층을 보여주는 장소로 문화예술플랫폼이기도 하다.
새암 아트 브리즈는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오래된 도시이지만 정읍은 매력만큼은 풍부한 도시이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오자마다 양쪽으로 나뉘어 있는 공간이 눈에 뜨인다. 좌측에는 정읍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판매소품들이 있고 우측에는 전시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정읍 새암 아트브리지에는 정읍의 곳곳에 자리한 다양한 공간에 대한 소개가 있는 책자가 준비가 되어 있다.
요즘 지역 곳곳에서 ‘문화플랫폼’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예전의 문화시설이 공연을 보거나 전시를 관람하는 데서 역할이 끝났다면, 문화플랫폼은 그보다 조금 더 열린 개념에 가깝다.
새암 아트브리즈에 조성되어 있는 문화플랫폼에는 특정한 프로그램이 있을 때만 찾는 장소가 아니라, 작업과 전시, 모임과 체험이 함께 이루어지며 사람들이 머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되는 공간이다.
편한 좌석에 앉아서 잠시 몸에 쌓인 스트레스도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대도시에서는 이런 기능이 자연스럽게 분산되어 있지만, 지역에서는 한 공간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게 된다. 전시장이기도 하고, 창작의 작업실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기도 한다.
새암 아트 브리즈 역시 그런 역할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기능에 머무르기보다, 지역 안에서 창작과 경험이 이어지도록 돕는 매개 공간에 가까운 곳이다.
가지고 싶은 다양한 소품들이 있는데 가격대는 약간 있는 편이다. 조금 더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이곳에서 사고 싶은 물건들을 구입해가고 싶다.
이곳은 작품을 소비하는 전시장이라기보다, 지역 안에서 창작이 머무는 방식을 보여주는 공간에 가깝다. 관람을 위한 장소라기보다, 일상의 시간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무엇을 봤다’기보다 ‘어떤 분위기를 지나왔다’는 감각이 더 오래 남는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된다면 새암 아트 브리즈에 조성되어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도 머물러보고 싶다. 편의와 서비스가 완벽하게 준비된 장소라기보다, 머무는 사람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곳에 가깝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이용한다’는 느낌보다 잠시 삶을 나누고 간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낯선 여행자들이 같은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고, 누군가는 그날 다녀온 장소를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본다.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어도 그 자체로 장면이 되는 공간,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바로 그 느슨한 연결감에 있다.
호텔이 익명의 안락함을 제공한다면 게스트하우스는 작은 불편함 대신 사람의 온기와 기억을 남기는 방식을 택한다. 직접 끓여 마시는 커피, 오래된 나무 바닥의 소리 등은 여행 정보를 적어둔 메모 한 장 같은 사소한 요소들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게스트하우스는 잠을 자는 곳이라기보다, 여행의 시간을 잠시 내려놓고 머무르게 하는 작은 생활공간에 가깝다.
새암 아트 브리즈의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다시 정읍의 거리를 걷다 보면, 이 도시는 단순히 계절 관광지로만 남기에는 아까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읍의 내장산이 보여주는 시간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시간이 함께 흐르는 도시. 그 사이에서 이런 공간 하나가 도시의 결을 조금 더 천천히 머물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