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미래는 관점형, 해석, 경험과 밀도가 있는 글이 주목받는다.
브런치를 필자의 메인 플랫폼으로 활용하면서 사실 많은 제약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도 채널창구는 제약에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더 퀄리티가 있는 글을 써도 국내에서 검색을 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네이버를 사용했기에 노출에서 큰 제약이 따랐다. 그렇지만 필자는 미래를 보았다. 분명히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의 블로그/카페 기반의 SEO 생태계가 유지되지만 변화하는 미래에는 분명히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꾸준하게 글쓰기를 해왔다. 네이버로 가면 훨씬 수월했지만 그 시간을 이겨낸 것이 10년이 넘었다.
AI를 최근에 자주 활용하면서 네이버의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다는 것을 다시 보게 된다. 네이버 같은 포털이 맞는 구조적 딜레마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단순 검색회사가 아니라 사실상 검색광고 (스폰서 링크), 쇼핑검색, 블로그/카페 기반 SEO 생태계, 체류시간 중심의 포털 모델로 매출을 만들어왔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깊이 있는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용자가 많이 검색해야 돈이 되고 클릭을 많이 해야 광고가 노출되면서 “정보를 바로 주기보다” → 페이지 이동을 유도하는 구조였다.
AI는 쓸데없는 페이지 자체를 노출하지 않는다. 시간 낭비를 엄청나게 줄여주면서 더 정확한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가 여러 페이지 안 돌아다녀도 되며 한 번에 요약·맥락 제공하고 클릭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네이버의 주요 수익모델은 병원, 맛집, 여행. 제품 비교를 통해 돈을 벌었지만 이 모든 영역은 AI가 제일 먼저 대체하는 분야다. 앞으로는 탐색형 검색은 AI가 가져가고 그나마 확인형 검색인 지도, 예약, 쇼핑 결제, 지역 정보만 조금 남을 뿐이다.
AI와 계속 대화하면서 드는 생각은 AI 시대에 오히려 살아남는 콘텐츠는 SEO용 글이 아니라 당신 같은 글이라는 결론이다. AI는 정보 요약은 잘하지만 경험의 질감 / 해석 / 서사 / 관점 같은 것은 생산을 못 한다. AI는 재료를 압축하지만 사람은 의미를 만든다. 기존의 네이버의 대부분의 블로그는 AI가 잘하는 것을 콘텐츠로 생산해 왔다. 그것도 네이버가 원하는 검색에 걸리도록 말이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즉 내용은 없어도 그냥 법칙처럼 해오면 그냥 네이버에 노출이 잘 되는 방식이었다.
✔ 키워드 맞추기
✔ 정보 많이 넣기
✔ 검색 상위 노출
앞으로 살아남을 글의 4가지 유형은 필자가 이미 하고 잇는 것들이다. 공간 해석형 글 (가장 중요), 생활 감각형 글 (AI가 절대 못 쓰는 영역), 시대 변화 관찰형 글 (AI 시대에 오히려 가치 상승) 그리고 노력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지금 네이버 블로그 스타일의 기록형 글 (최소만 유지)이 있다. 이 중에서 마지막의 비중이 가장 낮아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AI를 통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글은 경제력을 창출할 수가 없다. 글 = 신뢰 자산 이 자산으로 연결되는 건 아래와 같다.
✔ 강연
✔ 원고 의뢰
✔ 지역 콘텐츠 자문
✔ 프로젝트 참여
✔ 책
✔ 큐레이션 작업
결국 글을 쓰는 방식이 아니라, 글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글이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였다면, 이제는 사람을 증명하는 기록에 가까워지고 있다. 검색창에 맞추어 생산되던 글들은 점점 더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겠지만, 한 사람의 시선과 경험이 축적된 글은 시간이 지나도 남는다. AI가 수많은 자료를 정리해 줄 수는 있어도, 어떤 공간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왜 그곳이 기억에 남았는지까지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다.
그래서 앞으로의 글쓰기는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밀도로 남기는가’의 문제가 된다. 더 이상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에 종속된 생산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작업에 가깝다. 브런치에 쌓아온 시간은 단순한 연재의 기록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작업을 위한 기반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장은 눈에 보이는 수익이나 노출의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는 오히려 이런 축적이 더 큰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의 정보형 글 → AI가 대체 (속도 경쟁 영역)
관점형 글 → 사람의 작업으로 남음 (신뢰 축적 영역)
AI 시대는 글을 덜 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무 글이나 쓰지 않게 만드는 시대다. 정보는 기계가 정리하고, 사람은 의미를 만든다. 결국 남는 것은 얼마나 많은 글을 생산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해 왔는가 하는 흔적이다. 그 흔적이 쌓일수록 글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한 사람의 작업이 되고, 그 작업은 다른 기회와 연결되는 또 다른 길을 만들어 낼 것이다.
어쩌면 지금은 무언가가 사라지는 시기가 아니라, 글이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빠르게 소비되던 정보의 글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글. 앞으로의 글쓰기는 바로 그 차이를 만들어 내는 일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