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진화와 따오기

우포늪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따오기의 복원을 넘어선 의미

20대 초반이었나. 대학생이 되고 나서 지식인으로서 자격을 갖추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책들에 관심을 가졌다. 경제학의 교과서라고 말했던 에덤 스미스의 국부론, 생명의 진화를 다룬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인간의 심리를 다룬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 동양의 정수를 담은 논어등을 사서 읽어보았다.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 본질을 찾아가려는 의지는 이성에 대한 관심보다 더 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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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여행지이며 생태가 살아있는 우포늪이 있다.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넓은 물과 갈대, 그리고 그 위를 스치는 새들의 움직임이 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아주 오래된 자연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우포늪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 늪지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모든 생명체는 가장 강한 유전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적응을 잘하는 유전자가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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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역시 수많은 종들 중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에 성공했다. 그리고 숲은 도시가 되었고 강은 제방으로 막혔다. 농경지와 산업이 확장되면서 많은 생물의 서식지가 사라졌다. 인간의 문명은 자연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어 왔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생명체들이 절멸되었다. 그중에 따오기도 있었다. 창녕 우포늪에는 우포 따오기 복원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때 한국에서 사라졌던 새가 다시 하늘을 날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따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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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고 필요에 의해서는 다른 생명체의 서식공간을 파괴하면서 영역을 늘려나갔다. 종의 기원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쓴 다윈이 살았던 시대의 인간은 자연을 관찰하는 존재였지만 지금의 인간은 자연을 복원하려는 존재가 되고 있다. 우포늪의 하늘을 다시 나는 따오기를 바라보는 순간, 인간 문명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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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동물들은 소, 돼지, 닭처럼 사육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개나 고양이처럼 반려동물로 만드는 것은 더욱더 어렵다. 야생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동물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각보다 단순한 이야기다. 생물은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 맞게 조금씩 변하며 살아남는다. 그 작은 변화가 긴 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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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오기는 자연 속의 생물은 환경에 맞게 진화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을 바꾸는 존재다. 숲이 도시가 되고 늪이 농지가 되면서 많은 생물이 사라졌다. 따오기도 그런 변화 속에서 한반도에서 사라졌던 새였다. 올해 창녕에서는 3.1 민속 문화제에서 지역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무구지 놀이, 마당극, 따오기 춤 공연 등 전통예술 중심의 행사를 새롭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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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을 걷다 보면 인간이 만든 도시의 시간과는 다른 흐름을 느끼게 된다. 자연의 시간은 훨씬 느리다. 갈대가 자라고 물이 흐르고 철새가 계절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은 몇 년이 아니라 수십 년, 수백 년의 시간을 품고 있다. 인간의 문명은 빠르게 변하지만 자연의 변화는 훨씬 더 긴 호흡으로 이루어진다. 우포늪 위를 천천히 날아오르는 따오기를 바라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진화는 단지 생물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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