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의 봄 산책 명소 김해율하유적공원을 거닐다.
아직 김해의 공원에 봄꽃 물결로 출렁거리는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조금씩 올라오는 봄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는 곳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김해에서 거리 봄꽃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라면 내외동의 연지공원과 율하동의 율하유적공원이다. 율하지구 신도시 조성사업으로 조성한 산책길인 '율하천길'은 먹거리길로 유명하다. 주변에 율하유적전시관을 비롯하여 선사유적을 살펴보고 아이들과 방문했다면 김해시어린이교통공원을 방문해 보아도 좋다.
조금은 산행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공원을 돌아보는 것보다 뒤편에 자리한 반룡산의 둘레길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김해 율하동에 있는 반룡산이라는 이름은 용이 몸을 틀고 도사리고 있는 형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오래전 사람들은 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자연 속에서 상징을 읽어냈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시는 계절의 변화를 천천히 받아들인다. 산과 들은 어느 날 갑자기 봄이 온 것처럼 변하지만, 도시는 조금 더 느리게 따뜻해진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3월의 어느 날 김해 율하동의 공원을 걸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율하동은 김해시에서 비교적 새로 만들어진 동네다. 깔끔하게 정리된 거리와 아파트 단지 사이로 작은 공원들이 이어져 있다. 그 천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도심 속이지만 어딘가 여유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겨울을 지나온 나무들은 아직 완전히 푸르지는 않지만 가지 끝에는 봄의 기운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3월의 햇살은 포근하게 느껴진다. 한겨울의 햇살처럼 차갑지도 않고, 여름처럼 강하지도 않다. 그저 조용히 어깨 위에 내려앉는 온기 같은 느낌이랄까. 공원을 걷는 사람들도 겨울보다 조금 느긋해 보인다. 두꺼운 패딩 대신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을 하고, 벤치에 앉아 햇살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날에는 괜히 생각이 많아진다. 특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걸음을 옮기다 보면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늘 그렇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이 짧은 시간은 마치 시간의 틈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3월의 율하동은 그런 하루를 보내기 좋은 동네였다.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이 겹쳐 있는 이 짧은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걷고 있었다. 천변길을 걸으면서 여유롭게 보내본 하루는 조금은 특별해진 느낌이 든다.
김해율하공원 내에 조성된 율하유적공원은 경남 김해시 율하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 2006년에 걸쳐 진행된 김해 율하 2 지구 택지개발사업 부지 내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 유적을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공원을 한 바퀴 천천히 걷고 나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가까워졌다. 산책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배가 금방 고파진다. 거창한 음식을 찾기보다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찾게 된 것이 칼국수였다.
칼국수는 특별한 음식은 아니다. 밀가루 반죽을 밀어 칼로 썰어 만든 면을 국물에 끓여 먹는 단순한 음식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음식일수록 이상하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그릇과 담백한 국물, 그리고 부드러운 면발이 어우러지면 마음까지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
김해 율하동의 작은 식당에서 먹은 칼국수도 그랬다. 특별히 화려한 맛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국물과 면을 한 젓가락씩 먹다 보니 몸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산책 후에 먹는 음식은 항상 조금 더 맛있게 느껴진다.
아마도 계절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날에는 특별한 여행이 아니어도 괜찮다. 가까운 공원을 걷고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하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