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포도 베이글
으아아아아-!!!!
나 브레이크 먼저 간다잉-
아침 러시가 터지기 전, 15분 / 한 시간 / 15분의 휴식 타임을 가지고 있는 우리.
스타벅스 매장의 오픈 포지션 출근자는 6시 30분까지이다.
문 열자마자 경비 해제, 불 켜고 포스기 켜고 머신 켜고 브루 기계 켜고 쇼케이스 켜고
밖에 있는 빵 들여다 놓고 MD나 부재료, 컵 쭉쭉 밀어서 안쪽으로 밀어넣고
켜진 포스기에 후다닥 뛰어가 출근 처리한 다음
일단 금고 열어서 금액 맞춰보고 포스기 세팅 액수 맞춰보고 있으면 7시 출근자 오고.
오픈은 7시.
이제 그때부터 후루룩 휙휙 준비가 정신 없어진다.
빵 진열하고 포스기 넣고 직장인 오전 출근 직전 갖게 되는 10분 정도의 여유.
잽싸게 건포도 베이글을 오븐에 넣어두고는 후다닥 나가서 담배 한대 피우고
그리고 돌아오면 적당하게 구워져 있는 베이글과 딸기잼, 그리고 버터.
센스 터지는 파트너라면 아아 벤티 사이즈까지 준비되어 있다.
아직 한산한 매장 어딘가 구석에 박혀서 스타벅스 특유의 음악을 들으면서
갖 구워 뜨거운 베이글 위에 버터를 조각내 올려두고 녹아 흐르는 동안 잼을 얹고
크게 한 입 베어물면... 크... 그 눅진한 버터향과 미친 단 맛,
그리고 목줄기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야말로 행복이었다. 찐 행복.
왁- 왁- 물어 제끼면서 서둘러 해치우고 다른 파트너들 브레이크 보냈다가 아침 러시 끝내고
빠진 빵 또 채워넣고 10시 출근자 오면 식사 갔다가 돌아와서 점심 러시 준비하고
우유 스팀 냄새에 거의 토하기 직전까지 헉헉대며 스팀하고 한 시간 반을 보내면 마지막 브레이크.
그랬다, 내 기억 속 20여년 전 스타벅스 매장에서의 기억은.
그 때 그 쫀득했던 건포도 베이글과 버터향과 딸기쨈,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것들의 향과 맛,
그리고 스타벅스 음악으로 기억되는 그 시절이 내겐 정말 '벨에포크' 같은 시기였던 걸로 기억된다.
베이글을 물에 데쳐야 쫀득한 맛이 살아난다고 하는데,
물에 꼭 데치지 않고서도 구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그 과정을 생략해서 구웠다.
복잡하지 않고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반죽이라 밍밍하면서도 부드러웠다.
특히 윗면 크랙이 신기했는데,
식을 때 귀를 가까이 대보면 빠직, 빠직하고 크랙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신기해서 아 뜨거, 아 뜨거 하면서도 손에서 베이글을 놓치 못한다.
그 시절처럼 버터를 듬뿍 바르고는 딸기쨈을 가득 올렸다.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진하기는 덜하지만 핀으로 내린 커피도 꽤 진하기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가득.
그렇게나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심지어 그 때 먹은 그 베이글이 아닌데도
새벽 2시에 구어낸 크랙 베이글은 그 어린 날의 나로 다시 데려간다.
그립기도 하고 지긋지긋했기도 했던 내 어린 날.
또 언젠가 그 어린날이 그리워지거든, 베이글을 굽고 딸기쨈을 얹고 버터를 바르겠지.
그리고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 벌컥 맥주 마시듯 마셔대며
베이글을 크게 한 입 왕- 깨물 때 느끼는 행복감에 흠뻑 취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