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뭉치 시나몬롤
베이킹을 배우고 싶었는데 살면서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뭐 없는 건 끝까지 없어서, 결국 배우는 건 포기.
대충 오븐과 베이킹 도구, 베이킹 재료를 사다가 무모하고 용감하게도 걍 도전.
결국 고양이 넷과 밤낮 없이 바쁜 나에게 끝까지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주는
유튜브와 블로그를 쉼없이 곁눈질해가며 보고 있는 중이다.
대략 밤 11시에 시작한 시나몬 롤은 2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이 정도면 선방?
내일 아저씨가 집에 놀러온대서 서둘러 구어놓은 빵이긴 하다.
아저씨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랑이란 대체 뭘까.
나보다 열 다섯이나 어린 나의 남친인 아저씨는 그 나이 간극만큼이나 서툴고 어리다.
간혹 그가 내게 나도 어른인뎁...!! 이라고 말할 때면
자- 들어봐요- 중딩이 딱 이쒀! 걔가 아저씨, 사랑해요. 하면 당신은 뭐라 할래요? 할 때
대략 4초간의 침묵과 얼빠진 표정이 그가 얼마나 아직 어리고 서툰지를 담박에 알아차리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몹시 사랑한다.
그는 오늘 새벽 음악 세곡을 보내왔다.
밤새 나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만든 곡이라 했다.
미디 키보드로 대략 멜로디와 빽만 입힌 곡이긴 해도,
그의 스타일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장조와 단조를 넘나드는 곡과 왈츠 풍의 곡을 밤새 찍어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대략 한시면 졸도하는 걸 아는데, 그가 파일을 보내온 시간은 새벽 다섯시이니까.
시나몬롤은 이상한 빵이다.
생강 싫어, 계피 윽, 당근 꺼져 인 내게 유일하다시피 열정적으로 계피에 대해 관대해지게 만드는 빵이다.
마음이라는 건 알 수 없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때려쳐, 관둬 혹은 그냥 버려두고 떠나왔을 많은 상황들에 대해
그이기에 관대해질 수 밖에 없기도 한다.
계피 싫어!인 내가 시나몬 롤에는 관대해지듯, '아기'인 아저씨에게도 역시 같은 것일런지도.
내일 이 엉망진창인 빵을 건넬 때 기뻐해주길 바라는 건 너무 얍쌉하려나.
뭐, 그렇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