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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Feb 25. 2022

캣 걸의 모험

음악이 창조하는 놀이의 세계


2월 4주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완성하라]



*이번 주 매거진의 미션은 음원 ‘오방 블루스’ (박앤장 뮤직 사무소)를 듣고 글쓰기입니다.

음원을 배경음악으로 놀던 딸아이가 직접 스토리를 만들고 동영상으로 제작한 후 제 감상을 쓴 글입니다.

(글 보다 영상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영상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매거진 글을 쓰려고 틀어놓은 음악(오방 블루스)에 아이가 신나서 수다를 시작했습니다. 일 년 전부터 종이를 잘라 만들어 오던 시리즈 <캣 걸>의 뉴 에피소드가 번뜩 생각난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 불을 다 끄고 누운 방에서 그 음악을 또 틀어달라더니 눈 감은 아이의 머릿속에 영화가 펼쳐집니다. 짧은 4분짜리 영화의 배경음악입니다. 마치 영화감독처럼 “여기! 이렇게 미행하고, 아 여기 도망치고!…” 중얼거리며 눈 감은 채로 자신의 <캣걸> 시리즈의 영상 버전을 뚝딱 구상하더니 푹 자고 일어나 아침부터 클레이로 캐릭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음악이 바로 스토리로 만들어지고 거기엔 주저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첫째의 책 <캣걸> 시리즈 현재 10권 쓰는 중

자기가 그린 그림 속 2차원으로 있던 그들을 3차원의 세계로 끌어내어 조물조물 손으로 만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완성된 후 엄마는 영상을 찍고 아이는 음악에 맞추어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신나게 만들어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였습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섬광이 뇌에서 비쳐 보일 것 같았습니다.


인생의 의미 없는 일(삽질)이란 없는 겁니다.

누군가는 한심해 보이는 재활용품 더미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조각들이 모여 새로운 또 하나가 되었지요. 우리 인생의 삽질도 재미있게 즐기며 모아본다면 큰 산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보였어요.


코로나로 집에 있던 아이들은 집에서 작은 세상을 창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미술 재료는 사주지만 장난감은 잘 안 사주니 캐릭터들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그들이 움직일 무대도 만들어갔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아 더 행복했고 그 무대 속에 살아 춤추는 자기가 만든 캐릭터가 신나서 또 만들게 되는 끝도 없는 몰입의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격리의 시간으로 갑갑한 집에서의 시간들 일지 몰라도 아이들은 클레이와 재활용품이나 종이로 세상 모든 것을 내 손끝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그저 돈 주고 사면되는 인형보다 같은 캐릭터라도 내가 만든 딱 그 크기, 그 동작, 그 표정의 주인공들이 나에게 의미 있고 내 마음에 쏙 든다는 것을 배우며 스스로 창조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거대한 삽질들 사이에서 열심히 먼지를 털고 청소를 하며 종종 잔소리를 하는 것 말고는 그저 관찰만 하면 되었습니다. 모든 기획과 실행은 그들이 했으니까요.

그렇게 뭔가 해주려는 마음에 힘을 빼고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면 되는 겁니다.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어른에 물들고 엄마인 저는 아이들의 몰입과 순수함에 또 에너지를 얻습니다.


“이 노래 어떤 것 같아?”라고만 물었을 따름인데 순식간에 펼쳐지는 아이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저는 아이를 존중하지 않고 살 방법을 이제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사랑으로 관찰해주고

좋아하는 것을 더 펼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주고 곁에 머물러 줄 수 있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아이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한 어른이야말로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창조의 에너지를 그들에게 얻어서 이런 짧은 관찰일기라도 쓸 수 있는 글감을 얻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아이도 엄마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육아를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엄마도 더 자라고 싶습니다.




<캣걸의 모험>


-프롤로그


캣걸은 오래전부터 악당 팍시를 잡으려 경찰이 되었다. 드디어 캣걸은 악당 팍시를 미행하라는 임무를 받았고 캣걸은 팍시가 머무는 근처에 집을 얻는다.

팍시를 미행하게 된 캣걸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영상 내용


캣걸은 철저하게 팍시의 동선을 파악하다 들켜 다시 집에 돌아와 상상을 한다. 나뭇가지를 구부려서 악당 팍시를 튕겨 날려버릴 계획을 머릿속으로 세운 후, 실제로 팍시를 만난 캣걸은 계획대로 성공했다.

그 후 악당을 잡아 감옥에 가둔다.

악당을 물리치는 캣걸 오늘도 무사히 임무 완수! (딸아이가 불러준 대로 받아썼습니다.)


<캣 걸의 모험> 배경음악 - ‘오방 블루스’ (박앤장 뮤직사무소)




둘째 윤호가 만든 도그맨 캐릭터와 배경 건물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그맨> 시리즈가 <캣 걸>을 탄생시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아이들의 작업이 재즈처럼 모방과 반복과 변주가 신나게 이어지길




*<오방 블루스> 음원을   있게 허락해주신 '박앤장 뮤직 사무소' 감사드립니다.


아이들과 제가 이번 미션 덕분에 ‘4분의 5박’ 그 어려운 리듬을 깨우쳤?습니다.


* 오방五方 : 동 · 서 · 남 · 북쪽과 그 중심을 말하는 오방의 뜻이 있지만, 최고네! 너무 좋다! 의 '오방'의 뜻으로 쓰였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KBS에서 '도올 아인, 오방간다' 라는 프로그램 이름에 '오방간다'는 유아인 님이 프로그램명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라고 합니다. 최고다! 너무 좋다! 그런 뜻이겠지요.

보글보글 매거진의 모든 도전이 최고입니다.

오방 보글보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 글, 송유정 작가님의 동화입니다.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소개합니다. 주제는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선정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한 편씩 소개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언제든지 제안하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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