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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Feb 26. 2022

(감사) 서른둘이 주는 존귀


보글보글 글놀이 2월 네 번째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완성해라]

제목: 오방 블루스('O'Bang blues)
연주: 박 앤 장 뮤직 사무소




이번 주는 음악만 듣고 글을 쓴다. 귀로 듣는 소리를 눈에 보이는 활자로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똑같이 눈으로 보던 그림이나 사진을 글로 표현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주하는 영상을 직접 볼 수 있던 것도 아니다. 평소 가사를 잘 듣지 못하기 때문에 곡이 가져다주는 영감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가사조차 없는 연주곡이다. 차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 글이 너무 궁금했다.

월요일부터 시작한 글의 향연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대장은 음원을 편집하여 각 파트별로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을 자신의 소신과 생각에 빗대어 작품 하나를 창작했다. 따듯한 동화작가님께서는 지금까지 써온 형식과 전혀 다른 신박한 리뷰로 접근했는데, 죄송하지만 음악과 싱크로율 백 퍼센트인 어묵 우동으로 칼국수를 눌러버렸고, 글로 표현한 맛있는 음식이 수신호와 함께 뿜어져 나왔다.


맛깔난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지만 알쏭달쏭한 이야기까지 만들어 내자 후발 주자는 종합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 매거진 글벗들 글놀이에 음악이 잘 어울리니 기분은 좋지만, 찬물을 끼얹을까 봐 걱정이 가득해졌다.



사실 이번 주에 반드시 쓰고 싶은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주제를 음악과 어떻게 융합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연결지점을 찾기 위해 음악에 집중했다. '뚜둔 두두 둔 둥 뚜둔 두두 둔 둥' 드럼과 기타로 만들어 내는 리듬은 누군가 등장하거나 추리소설 원작 영화 또는 익숙한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에 적합한 소리와 리듬이었다. 재즈 풍이다 보니 사비(후렴구)를 통해 절정에서 감성을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끝날 때까지 비슷한 리듬으로 벌쓰(전반부)가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재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하다가 기초 지식을 습득했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학창 시절 음악시간에 배운 듯했는데,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여하튼, 재즈를 대표하는 것은 AABA의 32마디 형식으로, 다른 대중음악도 가장 기본이 되는 형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반복과 기승전결이 조합된 형식인 서른둘이라는 존귀한 숫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레카.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등번호 32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아쉽게도 인생 만화 슬램덩크나 좋아하는 축구 선수들은 대부분 17번 이하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스포츠인 농구 선수 중 최애 스포츠 스타 매직 존슨과 매직히포 현주엽 등번호가 32번이다. 매직과 서른둘이란 숫자가 겹쳐지는 게 신기하다.

서른둘이라는 숫자는 친근하면서 우리 주변에 가깝게 있다. 내가 살이 많이 쪘을 때 허리둘레가 동일한 사이즈였는데, 이삼십 대 남성 허리둘레 평균 사이즈도 32인치이다. 매일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모니터 대부분도 32인치이며, 가장 대중적이면서 인기 있는 아파트 평수는 28평형과 32평형이다. 참고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서른두 평이다.

이십 년간 같은 일을 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쳤던 경험이 있는데, 우연히 32개월 동안 임무를 수행했다. 삼 년이라고 말하지만 자격심사 기간이 사 개월이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서른두 달 동안 제자를 가르친다는 명분 아래 나를 돌아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덕분에 글 쓰기도 시작했다.

한 달은 아무리 길어봤자 31일까지이며, 아이스크림도 31개 맛을 넘길 수 없다는 진리에서 서른둘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서른한 살을 넘기자 운명처럼 소중한 사람이 나타났고 이역만리 타지에서 사랑에 빠질 수 있던 순간도 내 삶의 서른두 번째 해였다. 덕분에 결혼 십일 주년 기념으로 작년에 브런치 북 '레바논, 전쟁터에서 피어난 사랑'까지 출간할 수 있었다.

그만큼 서른둘이라는 숫자는 존귀하다. 십 년 뒤 내가 은퇴하는 해가 2032년이기도 하고, 운이 좋아서 한번 더 진급한다면 복무 기간은 이년 연장되어 32년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앞으로도 열두 해나 더 무탈해야 가능한 일이기에 결코 욕심은 부리지는 않는다.

어쩌면 지금까지 서른둘 이야기를 억지로 가져다 붙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게 느껴진다. 오늘을 위해서 수많은 32의 점들이 모였고, 선과 면을 넘어서면서 3차원 입체형상으로 아름답게 피어난다.




사실, 오늘 소개하는 음악 '오방 블루스'는 재 너머 이웃 동네에 사는 늙수그레한 사람의 테마곡이다. 주인공과 연관 있는 서른둘이 가져다주는 위엄과 존귀(honor, 많이 귀엽거나 아주 귀여운 귀신을 뜻하지 않음)는 우리 모두에게 존경받아 마땅하다. 감히 주인공이 지나온 서른두 해를 따져봤다.


사랑스러운 눈빛을 자주 발사하는데, 일초만 건네주었다고 해도 십억 번이다. 글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표현처럼 좋은 말씀을 일분씩만 전했다고 해도 천육백팔십만 번이며, 평소 발행 글에 대한 완성도를 봤을 때 정성 가득한 수업을 진행했을 텐데, 한 시간만 했어도 이십팔만 번의 가르침이 있었다. 항상 제자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혼을 담아 가르쳤기 때문에 어떤 형용으로도 노고를 대신할 수 없지만 서툰 글 솜씨로 감사하는 진심만은 가득 담고 싶었다.


그렇다. 오늘 주인공은 2월 28일 부로 32년간 교직에 몸 담고 정년 퇴임하는 최형식 선생님이다. 그동안 고생하신 우리 모두의 스승께 축하드리고 싶었고, 당신을 통해서 지금껏 인사드리지 못한 우리 선생님들의 정년퇴임도 이 자리를 빌려 함께 감사하고 싶었다. 우리 모두는 당신의 제자일 수도 있기에 스승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껏 살면서 생사도 모르는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한 이기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주인공은 나에게 오영희 선생님이고 이미화 선생님이며, 오인애 선생님이다. 그리고 김정준 선생님이면서 이정희 선생님처럼 다가온다. 나와 아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신 많은 선생님을 대표하실만한 분이기에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함께 하는 것도 어렵고 32km를 열 번이나 가야 만날 수 있지만, 글을 통해 가까워진 거리는 바로 눈앞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게다가 2022년에 이렇게 뜻깊은 행사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축복할 수 있다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다.


아쉽게도 교단에 서는 마지막 날은 함께 못하지만, 마지막까지 함께한 제자들이 존경심 가득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마주할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놓인다. 이제 곧 따듯한 동화 작가로 인생 2막을 시작할 텐데, 함께 걸을 수 있는 영광까지 얻었다.


더군다나 감사의 선물로 당신께서 오매불망 좋아하는 오방 블루스가 테마곡으로 나오니 슬프지만 어깨춤이 절로 날 것 같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지난주에 못 드신 맛깔난 칼국수 한 그릇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자~~ 다시~~ 음악 주세요~~!!!



2022년 2월 26일 고양에서 글벗이.




추신) 올해 서른두 살이 된 박형식 배우님도 군에 있을 때 우리에게 그 분과 함께해서 큰 영광이라고 미리 전했답니다(표지 사진 설명).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당신의 서른둘은 위엄 있고 근사합니다. 가끔 존귀~~^^


덧+) 혹시 오늘 댓글 쓰실 생각이 있는 분들은 서른두 해 동안 혼을 담아 우리를 가르치신 최형식 선생님께 마음을 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전 글 : 유명한 음악감독이 바빠서 아직 못 읽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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