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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Mar 18. 2022

시련을 지나면 다시 봄봄봄

Feat. <살아가는 거야> 로이킴


 보글보글 3월 3주
두 번째 주제 '봄노래'

봄이면 생각나는 노래 몇 곡이 있지만 매년 쏟아지는 다른 노래들로 봄은 다시 새로움을 더한다.

그중에서 봄캐럴로 유명했던 봄봄봄. 벌써 9년이 지난 곡이다.


봄에 뿌려진 씨앗은 흙속에서 자신 안의 청사진을 밖으로 표현하고 싶어 빛을 향해 싹을 틔우고 뿌리를 아래로 내린다. 시간이 지나 그 씨앗은 생각보다 큰 나무로 모습을 바꾸고 있어 우리는 잘 알아채지 못한 채 봄을 지나치고 산다.


봄마다 자주 들려왔던 목소리의 로이킴에 대해서도 잠시 잊어버리고 살기도 한다. 아쉬울 것 없이 매일 듣기 좋은 수많은 노래들은 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면 피곤한 이슈들이 쏟아지는 뉴스 기사들에 지쳐 그렇지 않아도 삶이 고난인데 세상에 제일 할 필요가 없는 게 연예인들 걱정이라며 등을 돌려버린다. 수많은 가십거리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힘도 가지고 있지 않는 보통 사람들은 또 다른 가벼운 흥밋거리로 와르르 몰려간다. 사람도 사건도 음악도 겉핥기로 빠르게 스크롤해 넘겨버린다.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빛나는 음악들은 쉽게 어둠으로 밀려나버린다.


내가 로이킴을 개인적으로 알아서 쓰는 글이 아니다. 그리고 안다고 말했지만 남편이 아는 사람이지, 사실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다. 우린 오래전 인사를 나누었고 나는 그저 반짝이는 소년의 모습에 감탄했었던 짧은 순간이 기억이 날 뿐이다.


시간이 지난 후 그의 노래를 가슴으로 다시 듣고 있다. 나는 그가 봄을, 또 사랑을 세 번씩이나 말하지 않고는 못 버틸 만큼 최고조에 있을 때보다 저 아래 고통에 머물며 은둔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그제야 수려한 외모 때문에 가려져버린 그 안의 더 소중한 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좋은 환경, 훌륭한 부모님의 가정교육, 그리고 자신의 능력의 무한함을 이미 알고 거침없이 도전하는 청년의 빛은 그저 순위의 최고점에서 반짝하고 짧게 빛나고 말 것이 아니었다. 최선을 다한 노력을 통해 탁월함을 뽐내던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의 씨앗을 그저 놓아두지 않았다. 스스로 탁월함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진정으로 노력할 줄 알았다. 성공의 비밀을 일찌감치 알고 있던 빛나던 청년이었다.


그러나 내가 단순히 탁월함 만으로 그가 빛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가장 높은 곳에서 추락을 겪으며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현실 지옥을 경험했다. 그는 모두가 등을 돌렸던 무섭고 외로웠던 어둠 속에서도  변명을 하기보다 오로지 음악으로 자신만의 말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나는  젊은 청년에게서 다시  봄을 느꼈다.




<Home> (2014) 들어보려면 클릭

로이킴 작사, 작곡. 정지찬 편곡


화려한 불빛들 그리고 바쁜 일상들 뒤에

숨겨진 초라한 너의 뒷모습과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너의 무거운 어깨를 위해


너의 발걸음이 들릴 때

웃으며 마중을 나가는 게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나의 유일한 선물이었지

어디 아픈 덴 없니

많이 힘들었지

난 걱정 안 해도 돼

너만 괜찮으면 돼

가슴이 시릴 때

아무도 없을 땐

늘 여기로 오면 돼....




음악을 다시 들으며 그를 지지해 주고 살아내게 해 준 사랑과 신뢰의 힘을 보게 된다. 그는 어둠의 기간 동안 사랑하는 가족과 집에 계속 머무르며 말 대신 노래를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이전의 자신의 노래 'Home'에서의 가사처럼 그의 부모는 '난 걱정 안 해도 돼 너만 괜찮으면 돼'라고 그의 곁에 있어주었을 것이다. 노래를 듣는 동안 아파하는 아들과 매일 눈을 마주치며 웃으면서도 줄줄 흘러내렸을 부모의 가슴속 눈물이 떠올라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내 가슴도 무너질 듯했다.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거운 어깨를 위해 음악으로 기쁨을 주고 위로해 주던 그가 정작 자신이 힘들 때 어땠을까? 우리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동굴 속에서 그는 스스로를 치유할 노래를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힘든 논란 이후 다시 한 곡을 발표했다.



<살아가는 거야> (2020.5.27)

로이킴 작사 작곡 정지찬 편곡


앞이 캄캄해서

더 나아가기엔 너무 힘들어서

잠시 뒤를 돌아봤을 땐

내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아서

다시 한걸음 내디뎠지만


사실 나도 그리 강하진 않아

보이진 않아도 상처투성이야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거야


나를 사랑하는 당신이

나의 아픔을 마주하면

무너져 내릴까 봐

지켜주는 거야

또 견디어 보는 거야


사실 나도 그리 강하진 않아

보이진 않아도 상처투성이야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거야


나의 간절했던 바람들과

때론 이기적이었던 기도들이

흐르고 흘러 그곳에 닿을 수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텐데

언젠가는 결국 끝이 나겠지

그 뒤엔 무언가 날 위로해 주겠지

많은 걸 잃어서 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내가 나를 맞이하겠지

그보다 나은 내가 기다리겠지




그 어둠 속에서 읊조렸던 노래는 그의 진짜 목소리였고 세 번씩 좋아하는 것들을 불렀던 가장 좋은 시절에 불렀던 노래의 완벽한 극단의 시간에 있었을 때 만들어진 노래였다.


그는 행복했던 시절에 그의 음악을 프로듀싱해 주었던 남편을 다시 찾아왔었다. 길을 잃었을 때 '북두칠성'을 찾듯 노래로 그의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남편은 자신과의 나이 차이를 떠나 언제나 음악으로 연결된 그의 음악친구였다. 언젠가 인터뷰에서는 '정지찬은 음악의 아버지 바흐'라고 남편을 칭송하기도 했을 만큼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아는 겸손한 청년이었다. (스타뉴스 기사) 남편은 작업실에서 그와 음악을 만들어 가는 동안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고 좋은 시절에도 힘든 시절에도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 있어주었다.


그는 이 노래를 녹음하는 동안 자신에게 수 천 번 들려주었을 것이다. 부르고 불러 눈물이 더 이상 나지 않을 만큼 질리도록 불러 가슴에서 씻겨 떠나보내려 했을 것이다. 아픔과 고통을 안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노래에서 찾아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노래가 '흐르고 흘러 그곳에 닿을 수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알고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힘들 때,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 이 노래를 꺼내 듣고 울며 치유한다. 그를 치유하는 노래의 힘이 너무나 강력해서 눈물이 쏟아지고 그의 고통이 내 고통마저 씻어주는 듯했다.

음악은 그저 노랫말이 아니라 사람이고 진정한 스토리이다. 음악은 휴대폰 속에 그냥 들어있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상처투성이 심장을 가지고 우리 앞에서 진심으로 노래하고 있다. 또한 그 마음을 최대한 잘 전달하려 온 힘으로 그 선율과 악기를 조정하는 연주자와 편곡자들도 당신의 가까이에 실제로 있다.


음악이 클릭만으로 스트리밍으로 너무나 쉽게 흩어져 버리는 안타까운 시대에 산다. 그러나 쉽게 소비되는 한 곡의 음악은 아마 듣는 우리가 모든 사물과 모든 관계를 쉽게 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빛나는 시기든, 어둠의 시기든, 또 역경을 거쳐 나와 영웅의 여정의 마무리로 다시 이 혼란의 세상으로 귀환을 택한 사람의 이야기든, 당신은 누군가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본 적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당신도 아마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자기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말이 있다. 노래 한 곡을 그렇게 대접해 보라. 음악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어느 날 '치유'라는 놀라운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음악은 마음을 열고 들을 것.

누구에게나 특별히 더 그런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날이다. (끝)




*그는 <살아가는 거야>를 발표하고 활동 없이 불과 20일도 안되어 바로 해병대에 입대했고 (2020. 6.15) 지난해 말 전역했습니다. (2021.12.14)


* 2012년 슈퍼스타 K4 우승자로 알려진 후 올해로 10년이 되는 로이킴은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어왔습니다. 장애물에 부딪히면 새싹이 그 장애물을 밀어내지 않고 그 옆으로 비켜 자라듯 천천히 10살의 나무로 자라고 있습니다. 봄을 위해 겨울이 필요한 만큼 그에게 어둠이 오히려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 그동안 남편이 프로듀서로 로이킴과 함께 작업했던 1,2,3집 앨범을 천천히 다시 들어보면서 글을 썼습니다.


-남편과 처음 작업한 로이킴의 첫 번째 앨범. '봄봄봄' (2013.04.22)


-'봄봄봄' 이 수록된 정규앨범 [Love Love Love] (2013.6.25)


-다음 해 정규 2집 앨범 [HOME] (2014.10.8)


-그리고 또 이듬해 세 번째 정규앨범 '북두칠성' (2015.12.4)


* 보너스 들국화의 <제발>을 로이킴의 목소리로 들어보세요.

(제발 목말라 마음 열어 사랑을 해줘)



*매거진의 이전 글, 늘봄유정 작가님의 (프러포즈) 그대 고운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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