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글보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영경 Jan 07. 2022

외계인의 적은 누구?

당신이 나쁘다고 비난하는 그는 누구일까?

2022년 보글보글과 함께하는 글놀이
1월 첫 번째 주제!
“두 편의 동화를 읽고, 내용을 연결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라!”


동글이의 이야기속에 나오는 착한 외계인, 나쁜 외계인, 나쁜 외계인 박사, 우주전쟁, 우주칼, 주먹 펀치 필수 단어를 넣어 이야기 만들기 글놀이입니다.


외계인의 적은 누구?

우주는 여러 개의 행성들이 있었습니다. 그 행성은 각각 달랐고 먼저 차지한 곳을 자신이 살 곳으로 정하면 그때부터 그 행성은 그들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외계인들은 제각각 다르게 생겼지만 크게 둘로 나뉘었습니다. 착한 외계인과 나쁜 외계인으로 서로 편을 가르고 살았지요. 그들은 아무 편에도 들어가 있지 않은 외계인이 남아있지 않도록 그들의 마음이 나쁜 쪽(검정색)인지 착한 쪽인지(흰색)를 읽는 색깔 레이더를 오른쪽 머리에 달았습니다. 그리고 왼쪽 레이더는 외계인들끼리 서로 인터넷 아.. 아니 '외터넷'이라는 초음파를 이용해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우주는 그들이 서로 각자의 무리로 나뉘어있었을 때 조용한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였다는 것일 뿐 그들은 그 속에서도 아주 소란스러웠습니다. 아주 나쁜 외계인- 덜 나쁜 외계인- 덜 덜 나쁜 외계인.., 착한 외계인- 덜 착한 외계인- 덜 덜 착한 외계인...으로 평가하고 번호를 매겨 줄을 세우느라 시끄러웠습니다. 겉으로는 우주의 질서가 잘 이루어지는 듯 보였지만 정말 평화로웠을까요?



어느 날 착한 외계인 박사 중 한 명이 우주먼지로 돌아가시면서 남겨두신 '별지도'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오래된 보물 지도처럼 생긴 그 별 지도는 이미 점령된 수많은 행성이 X 표시가 되어있었지만, 단 한 행성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있었습니다. 착한 외계인 박사의 아이는 그 지도를 순식간에 나쁜 외계인에게 뺏기고 말았습니다. 나쁜 외계인들은 서로 싸우며 그 지도를 갖겠다고 전쟁을 벌이더니 최후의 승자로 가장 나쁜 외계인 박사 1번이 결국 지도를 들고 먼저 우주선을 타고 동그라미가 표시된 행성으로 향했습니다.


착한 외계인들은 지도를 잃어버린 것에 절망했지만 박사의 아이는 영특했고 기억 속 아빠의 별지도를 따라 우주선을 타고 혼자 행성으로 향했습니다. 나쁜 외계인 박사가 최후의 별을 자기별로 만들어 다시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도록 그곳에 먼저 가야 했습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빠의 우주 칼을 '배낭'에 넣은 아이는 우주선에서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착하고 나쁜 것으로 이리저리 나누느라 한 번도 위에서 내려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거대하게만 보였던 자신의 별은 작고도 작은 점이 되어갔습니다. 아이의 기억은 놀랍게도 한 번도 헤매지 않고 그대로 동그라미로 표시된 그 별에 도착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알람 소리와 함께 우주선이 진동을 일으키며 와장창 부서져 폭파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가까스로 조종석 창문으로 탈출했습니다.



한편 같은 동그라미 행성에 나쁜 외계인 박사의 우주선도 도착했습니다. 먼저 출발했었지만 이쪽 저쪽 욕심이 많아 혹시 다른 행성도 있으려나 길을 헤매다 보니 착한 외계인 박사의 아이가 도착한 때와 거의 동시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우주선이 폭파되면서 동시에 그의 우주선도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나쁜 외계인 박사도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비록 행성에는 도착했지만 두 우주선의 폭파로 외계인 둘은 눈과 귀를 다쳐 보고 들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괜찮았습니다. 외계인들은 눈과 귀보다 더 예민했던 왼쪽 레이더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외계인에게 또 외계인이 나타났다

그런데 아무도 점령하지 않았다는 그 행성에서 움직임이 느껴졌습니다.


나쁜 외계인 박사가 레이더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어이~ 거기 누구 없나? 여기는 나쁜 외계인 1번, 응답하라 아무 외계인! 응답하라!"


그러자 착한 외계인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아 당신은 아빠의 지도를 뺏아간 나쁜 외계인 박사 1번?"


나쁜 외계인 박사가 말했습니다.

"너 그 박사의 아이로구나! 너는 대체 어디야!

네 아빠의 지도? 쳇! 우리는 완전히 속았어! 지도는 가짜야!이 행성은 이미 점령된 행성이라구!

아! 저기.. 저기 지금 누가 느껴져!

지도에서 본 위치가 여기가 맞는데... 분명 아무도 없다고 했는데."


착한 외계인이 대답했습니다.

"뭐라고? 아 그런데 나는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내가 도착한 행성도 이미 점령된 행성인것 같아!"


나쁜 외계인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외계인들이 있는 것 같군! 흥! 이놈들을 우주 밖으로 없애버리자고!!!"


그러고는 나쁜 외계인은 전쟁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자신의 우주칼을 잃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나쁜 외계인은 더 크게 웃으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무기가 없어도 괜찮아! 하하하 내 무적의 주먹 펀치 맛을 보라지!"




조용하던 행성에 우당탕탕 큰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잠시 후 나쁜 외계인 박사가 우주 밖으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나쁜 외계인 박사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습니다.

"이것 봐! 이것 봐!! 응답하라 착한 외계인~ 거기는 어떻게 되었나?"


착한 외계인이 대답했습니다.

"아 저는 방금 한 외계인이 달려들어, 무서워서 '배낭'으로 막다가 모르고 우주 밖으로 떨어뜨린 거 같아요.

그쪽은 어떻게 되었나요?"


나쁜 외계인이 대답했습니다.

"아.. 음.. 부끄럽지만 난 쫓겨나 버렸어.. 가진 건 주먹 펀치뿐인데 그 나쁜 놈이 비겁하게 무기로 방어하는 바람에 내 주먹의 힘이 거꾸로 튕겨서 우주 밖으로 밀려나버렸어. 흑흑흑... 우앙아앙~~"

나쁜 외계인 박사는 처음으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아이처럼 엉엉 울었습니다.


착한 외계인이 말했습니다.

"아 저는 이겼고 당신은 졌으니 우리는 비겼네요. 박사님이 괜찮다면 우리별에 와서 같이 지내지 않겠어요?"


다른 외계인이 함께 사는 행성
그 후

그렇게 그들은 동그라미 행성에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발견한 먹을거리는 외계인들에게 약이 되어주었습니다. 특히 빨강과 초록색을 띤 것은 평소에 보약처럼 먹을 수 있었는데 블루베리라는 열매를 먹고 눈이 나았고 브로콜리를 먹고 귀가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 CCTV를 확인해 본 후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이 처음 이 별에 온 날 전쟁을 벌였던 상대는 다름 아닌 두 외계인 자신들이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두 외계인들은 모든 것을 착한 것과 나쁜 것으로 둘로 나누는 판단은 하지 않고 살기로 했습니다.

완벽히 조화로운 이 행성에서 나쁜 외계인과 착한 외계인은 서로 결혼해 아이들을 낳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더 이상 레이더를 달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머리 위 레이더처럼 마음속에 언제나 선과 악의 레이더가 색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있었지요. 그 아이들이 다시 아이들을 낳고 행성은 많은 새로운 외계인들이 살았지만 평화롭게 살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나쁜 외계인의 기분이 더 많이 올라오는 날에는 붉으락푸르락 눈썹이 실룩거렸고, 착한 외계인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날은 미소 짓는 일이 많았지만 그 두 가지 중에 어떤 것 하나만이 좋고 나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것이 엄마 아빠를 조금씩 닮은 새 시대의 외계인의 증거일 뿐이라 생각하고 '오늘 나는 이렇구나~''아 너는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였지요. 레이더가 만드는 모든 색이 자신과 다른 이의 마음속에 똑같이 들어있다는 것을 외계인들은 알고 있었으니까요.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그들의 세상은 오색 색종이가 뿌려진 듯 화려한 색이었고 더없이 평화로웠습니다. 끝.




우리의 생각을 바라보면 선 과 악이라는 분류, 그 이분법의 세계에서 수없이 평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생각들에 도취되어 있다 보면 눈과 귀가 있어도 이 세상을 그 자체로 볼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좋고 나쁨을 가르치고 착하다는 말로 아이들을 달래며 자연스러운 감정을 누르게 하거나 그건 나쁜 거야 하고 죄의식을 심어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좋다 나쁘다 내 편 네 편으로 나누는 그 판단과 갈등 속에서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이분법적인 판단에서 벗어나는 것, 정도를 측정하고 수치화해서 틀에 넣는 것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 아이를 그 자체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부모의 큰 용기와 인내가 필요한 일입니다. 현실에서의 실현은 굉장히 힘들지만, 저는 수행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와 '그것'으로 서로를 나누지 않으려고 사소한 생각들을 돌아봅니다. 그럴 때 동화는 좋은 매개체가 되어주지요. 우리가 하나로 연결된 세상을 꿈꾸는 동화를 많이 읽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으로 글을 쓰게 되었어요.


엄마가  동화를 읽어주니 아이들은 가장 먼저 눈과 귀를 다친  외계인들을 크게 걱정했습니다. 그들이 나쁘고 착한가를 따지기 보다 아픈 그들이 제일 걱정이었습니다. 엄마의 상상  외계인들은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살아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1학년 둘째는 얼른 그들을 낫게 해주자고  이야기를 그만하라며 잠깐 멈추게 했고 3학년 첫째는 얼른 별에서 약초를 구해서 먹는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자고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특별한 약보다 과일과 밥이 보약이라는 내용으로 써서 그들의 눈과 귀가  낫게 해주었습니다. 그들이 나아서 서로를 보고 행복해지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신나서 거실을 뛰어다녔습니다.


저는 멋진 동화책을 만들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자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저의 아이들에게 가장 인정받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저의 순수한 목표입니다.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솔직한 이야기 비평가들입니다. 듣다가 재미없으면 바로 딴소리를 하거나 가차 없이 책을 덮어버리지요. 비록  아이들이지만  명도 아니고  명의 아이들이 좋아해 주는 이야기라면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의 문을 조금이라도 두드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 주변에 아이들이 있다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는 아이와 함께 있지 않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기 엄마들은 글을 쓰거나 읽기 힘들 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이 엄마라서 아주 좋은 독자를 두고 이야기를   있어 다행입니다. 사실 모든 엄마들이 잠자리에서는 재주 많은 이야기 꾼들입니다. 단지 너무 재미있었던  이야기가 자고 나면 기억이   뿐입니다.


이 이야기는 30년 전 발간된 인도의 명상가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이라는 책 속의' 에고 (ego)'라는 짧은 글을 읽다가 힌트를 얻은 내용입니다. 술 취한 두 사람이 호텔에서 자려고 들어갔는데 서로 같은 침대로 기어들어갔고, "이봐! 내 침대에 웬 남자가 있어!" " 내 침대에도 웬 남자가 있어!"라며 놀란 그 둘은 격렬한 레슬링 후 한 술꾼을 다른 하나가 침대에서 던져 버리고 난 후 침대 아래에 있던 술꾼과 서로 어찌 되었는지 묻고는 침대 위 술꾼이 침대 아래로 떨어진 술꾼에게 내 침대로 와서 함께 자자고 하는 짧은 글이었습니다.


짧은 우화 같은 글에서 우리는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우리 머리속에서 판단하려 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로를 그대로 수용해   있는 세상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지구는 동그랗게 표시된  외계인들의 행성만큼이나 완벽히 조화롭습니다.  선과 존재하는 균형 속에서 모든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바꾸거나 판단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판단하는 생각 자체를 떨쳐버리고 오로지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용기 있는 사람만이   있는 선택이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 글, 모두맑음 작가님의 글입니다.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소개합니다. 주제는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선정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한 편씩 소개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언제든지 제안하기를 눌러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우주에서 온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