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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an 05. 2022

우주에서 온 편지

2022년! '보글보글'과 함께 하는 글놀이
1월 첫 주 주제
[두 편의 동화를 읽고, 내용을 연결하여 이야기 만들기]

우주에서 온 편지

* 첫 번째 편지

2021년 5월 25일 
'우주에서 전쟁이 일어났어요.
나쁜 놈들이 우주를 파괴하고 있어요.
자기들이 우주를 지배하려고 온 거예요.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아주 멀리멀리 가면 살기 좋은 행성이 있대요.
착한 외계인들이 평화로운 행성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별을 보며 이렇게 상상하는 게 재미있어요. 
깜깜한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아주 작지만 내 눈에는 선명하게 보이거든요.
눈을 감았다 뜨니 왼쪽의 작은 별이 눈곱만큼 움직였어요.
다시 한번 감았다 뜨니 이번에는 오른쪽 위에 있던 별이 사라졌어요.
깜빡! 왼쪽 작은 별 옆에 조금 큰 별이 생겨났어요. 
깜빡! 그 두 별 사이에 아주 작은 별이 생겨났어요. 
깜빡! 세 개의 별이 손을 잡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아요. 
꼭 우리 가족처럼 세 개의 별이네요.
저 별들처럼 우리 가족도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


* 두 번째 편지

2021년 6월 10일 
오늘은 우주 생일이에요.
엄마 아빠는 하늘만큼 우주만큼 사랑받는 사람이 되라고 '우주'라는 이름을 내게 줬대요.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나 봐요. 하늘만큼 우주만큼 사랑받던 때요. 
하지만 어쩌면 그건, 제가 태어나기 전의 일일 거예요.

내 이름이 우주라는 게 싫어요.
생일도 싫어요. 
엄마 아빠는 왜 나를 우주라고 부르게 됐는지는 생각도 안 나는지 내게 고함을 질러요. 
우주 생일이지만 엄마 아빠는 오늘도 싸웠어요.
케이크는 먹지도 못했어요. 촛불에 불을 붙이다가 싸움이 시작되었거든요.
조용히 내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어요.
창밖에 별이 보여요. 자세히 보려는데 자꾸 별이 흐려져요. 
눈을 비비고 다시 별을 봐요.
다시 흐려져요.

평화로운 행성은 진짜 있을까요?
빨리 이 나쁜 외계인들의 행성에서 탈출하고 싶어요. 
우주만큼, 내 이름만큼, 사랑받고 싶어요...


* 세 번째 편지

2021년 6월 29일
나쁜 외계인들은 매일 화가 나 있어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아니에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나 때문인가 봐요. 
나를 지배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니까 자꾸 화가 나나 봐요.
우주만큼 사랑하고 싶지만 먼지만큼도 사랑할 이유를 못 찾겠나 봐요. 
엄마는 내가 아빠 닮아서 싫대요.
아빠는 내가 엄마 닮아서 싫대요.

가끔, 꿈을 꾸어요.
나라는 우주 안에서 엄마라는 별과 아빠라는 별이 행복하게 사는 꿈이요.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나면 집은 언제 그랬나 싶게 고요해요.
거실로 나가보면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그래도 조용해요. 
지난번 생일에도 조용한 거실에 앉아 찌그러진 케이크를 혼자 먹었어요. 
슬프지만 맛있었고 외로웠지만 조용해서 좋았어요. 
엄마 아빠가 케이크를 서로 먹으려고 싸운 건 아니었으니 다행이지요. 
내년 생일에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네 번째 편지

2021년 9월 23일
'착한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 나라로 가고 있어요.
우주 나라에 있는 나쁜 외계인하고 싸우려고요.
나쁜 박사 외계인이 우주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었대요.
우주 칼이랑 주먹 펀치만 있으면 이길 수 있어요.
착한 외계인이 꼭 이겼으면 좋겠어요.'

착한 외계인이 나쁜 외계인을 물리치는 상상을 해요. 
상상 속에서는 백번 천 번 착한 외계인이 이겼지만 현실에서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쁜 외계인은 항상 덩치도 크고 힘도 세고 무섭게 생겼어요.
자기만 모든 걸 알고 자기만 옳대요.
하지만 자기 때문에 우주가 엉망이 되는 줄은 모르죠.
우주가 엉망이 되면 나쁜 외계인들 역시 살기 힘들어진다는 것도 모르는 거예요.
나쁜 외계인은 바보예요.

착한 외계인은 늘 작고 힘이 없어요.
그래서야 어떻게 나쁜 외계인을 물리칠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우주 칼과 주먹 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또 왜 그렇게 찾기 힘든 걸까요.
무기들을 찾으려면 입에서 불을 뿜는 용과도 싸워야 하고 깊은 계곡을 씩씩하게 건너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요? 
정말 속상해요.
착한 외계인은 상상 속에서도 그렇고 실제로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하지만 꼭 이겼으면 좋겠어요. 
우주 전체가 살려면 착한 외계인이 이기는 수밖에 없거든요. 
착한 외계인이 반드시 이길 거라고 믿을래요.
왜냐하면 그들에겐 용기가 있으니까요.
용기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물리칠 수 있어요. 
그 어떤 것도...


* 마지막 편지

2021년 10월 13일
제 이름은 우주예요. 
나를 점점 파괴하는데도 바보같이 나쁜 외계인들을 사랑하는 우주.

침대에 누워 하늘을 봐요.
오늘따라 유난히 별이 밝네요. 
그중에서 밝게 빛나는 별 하나가 보여요. 좀 더 가까이 가볼까요?
빛나는 게 아니라 눈물이 맺혀 반짝였던 거네요. 
잠옷 소매로 닦아주었어요. 
내 눈에 맺힌 것도 닦아냈어요. 
별도 우주도 우는 건 오늘까지예요. 
이제는 울지 않을 거예요. 
우주를 도와줄 착한 외계인이 어딘가에 있다고 믿으니까요. 

아마도 이번이 여러분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 거예요.
나쁜 외계인의 힘은 점점 커지고 우주는 점점 약해지고 있거든요.
누구든 이 편지를 읽는다면 우주 칼과 주먹 펀치가 없어도 좋으니 나쁜 외계인을 무찔러 주세요.
그들이 더이상 우주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말이에요. 



6월 10일은 한 아이가 태어난 날입니다. 

10월 13일은 그 아이가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한 날입니다.   

5월 25일, 6월 29일, 9월 23일은 그 작은 아이의 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됐던 날입니다. 


그 아이만을 기억하고자 쓴 글은 아닙니다. 

어린이라는 우주를 어떤 방식으로든 흔들어놓는, 

혹은 위험에 처한 아이를 구하지 못한, 

저를 비롯한 모든 어른들이 함께 반성하자고 쓴 글입니다. 


때리고 방치하는 것만이 학대가 아닙니다. 

아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자신으로 인해 엄마 아빠가 싸운다고 여기게 하는 것,

아이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그 모두가 학대입니다. 


이 땅에 부모 된 사람이라면, 늘 의문을 품어야 합니다. 

'이 아이는 왜 이모양일까?'라는 의문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라는 의문입니다.    


때때로 아이에게 모질게 대했던 과거의 어느 날이 생각납니다. 

아이의 기억에서는 사라졌다지만 사과를 합니다. 

겸연쩍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안도를 합니다. 

끝까지 이기적인 엄마를, 아이는 품어줍니다. 


그렇게 넓은 우주가 아이들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우주의 평화를, 

지켜주어야겠습니다. 

         

* 오늘 댓글은, '우주'에게 보내는 답장으로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 글, 최형식 작가님의 글입니다.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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