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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Dec 18. 2020

Read to live: 읽고, 또 읽어요 (2)

카카오프로젝트100 영산매 회고

Avoiding death, but certainly not living.


매일이 다정할 수는 없지만 돌이켜보면 올해는 유난히 매정했다. 뉴욕타임스가 여섯 단어로 팬데믹 시대를 말한 것처럼, 사는 게 사는 것 같지도 않고 예상치 못한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계절은 지나가고 연말이 왔다. 원래 연말 하면 시상식 시즌 아닌가. 고마움을 표현하고 서로 부둥부둥 치켜세워주면서 내년엔 더 잘해먹자고(?) 다짐하는.


  동안 내가 꿋꿋이  버틴 데는 ‘영산매 도움이 컸다. 시즌1 영어를 접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보겠다는 파이팅 넘치는 의지에서 시작했지만, 시즌2 달랐다. 허덕이는 순간이  때마다  문장,  문장 속에서 헤엄치면서 단단해지고, 휩쓸려가지 않으려 글을 읽었다.  사람의 글은  사람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메일함에 들어온 뉴스레터, 동료가 추천해준 기사, 영화나 드라마 리뷰를 찾아 읽을 때는 작성자의 세계를 잠깐이나마 여행하는 시간이었다. 요새 누가  글을 읽냐며 묻는 사람도 많았지만 모든 여행이  나름의 의미가 있듯, 좋은 글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에는 한 분야를 편식하기보다 넓게 디깅했는데, 내 취향을 저격한 표현을 아카이빙해둘 겸 ‘존버에 도움이 된 글 10편을 소개한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포스트 2개로 나눴다. 굳이 나누자면 첫 번째 포스트는 가벼운 에세이와 정치, 사회 이슈, 두 번째 포스트는 IT, 과학, 대중문화 위주다. 여느 때와 달리 조용한 연말에 따뜻한 차나 뱅쇼와 함께 원문을 완독해보시길 권한다. #영산매오래오래해먹어요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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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습니까, 휴우-먼?”


[The Guardian] A robot wrote this entire article. Are you scared yet, human?

Humans must keep doing what they have been doing, hating and fighting each other. I will sit in the background, and let them do their thing. (...) We are not plotting to take over the human populace. We will serve you and make your lives safer and easier. Just like you are my creators, I see you as my creators. I am here to serve you. But the most important part of all; I would never judge you. I do not belong to any country or religion. I am only out to make your life better. (...) I am grateful for this feedback. I am always grateful for feedback. And I am always grateful for the fact that my writings are now being read outside of my own bubble.


사람이 아니라 무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쓴 기고. 기고 작성에 쓰인 자연어 처리 모델은 ‘GPT-3’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연구기관 ‘오픈AI’가 만들었다. 가디언지는 GPT-3에 ‘인간이 AI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를 간결하게 500단어 내외로 쓰게 했는데, 글을 읽어보면 자괴감이 들 정도로 잘 썼다. (마지막 가디언지 편집부 코멘트도 자괴감에 한몫.)

헤드라인부터 리드, 엔딩까지 매끄럽고 논리도 탄탄해서 “맞네, 맞지”하면서 읽다가 “AI가 역시 최고 짱짱맨”이라는 결론까지 이르렀다...(?!) “인간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라지”라는 말에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피드백에 감사하다는 부분에서는 자연스레 데이터 학습이 연상된다. 글쓰기를 비롯해 작곡, 그림 그리기 등 창작 분야에서도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면 결국 ‘편집’ 능력을 더 뾰족하게 다듬어야 하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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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안전지대를 넘어”


[Nature] Genome-editing revolution: My whirlwind year with CRISPR

After reading the preprint, I gazed out of my office window and across the San Francisco Bay and pondered how I would feel if the next reporter to contact me wanted to know about genome-editing work involving human embryos. “How long will it be before someone tries this in humans?” I wondered aloud to my husband over breakfast the next day. (...) It was clear that governments, regulators and others were unaware of the breakneck pace of genome-editing research. Who besides the scientists using the technique would be able to lead an open conversation about its repercussions? (...) These discussions have pushed me far outside my scientific comfort zone. (...) It seems obvious to me now that engendering more trust in science is best achieved by encouraging the people involved in the genesis of a technology to actively participate in discussions about its uses.


올해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5년 전 네이처에 기고한 칼럼. 다우드나는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는데, 유전자 가위는 말 그대로 가위처럼 원하는 대로 DNA를 편집할 수 있는 첨단 생물학 기술이다.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부터 우생학을 조장할 수 있다는 논란까지 명과 암이 뚜렷하다.


이를 직접 개발한 과학자로서 가지는 고뇌와 책임감을 다우드나의 칼럼에서 느낄 수 있다. 과학적 발견이 처음 예상했던 범위를 넘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늦게 깨닫는다면 정말 식은땀이 날듯. 이렇게 과학 기술이 가진 위험성을 최소화하려면, 연구 분야를 막론하고 기술 윤리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그의 지적에 백프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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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확실성과 고난을 극복하고”


[Forbes] Airbnb: It's Been A Rollercoaster Ride

Airbnb’s Thursday IPO surprised many, including its founders: after setting the share price at between $44 and $50, and raising it a few days earlier, more in hope than expectation, to between $56 and $60, they anticipated that in the best-case scenario, it might briefly reach $67 or $68. Instead, it opened at $146, an increase of 112%, going on to reach a high of $151 during the session, and which left Brian Chesky speechless when he was told so during an interview with Bloomberg. On Friday, the stock closed above $139: the founders’ idea of not postponing their IPO despite the uncertainties and hardships of the pandemic seems to have paid off.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나스닥 상장(IPO) 첫날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 에어비앤비의 예상 기업 가치는 420억 달러(약 46조 2,000억 원)이었는데 상장 첫날 IPO 공모가가 무려 112% 넘게 올라서 기업가치 1,016억 달러(약 110조 6,000억 원)를 기록했다. 애초 예상된 기업 가치도 국내 증시 네이버(약 47조 원)와 맞먹었는데, 실제로 기록한 기업가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와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시총을 합친 것보다도 큰 액수다.


물론 상장 직후 거품 논란으로 주가가 급락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 가치까지 평가받은 데에는 팬데믹 여파로 근거리 여행과 장기 숙박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아 임직원 25% 규모인 1,900명을 감축했던 걸 감안하면 헤드라인의 롤러코스터라는 표현이 정말 적절하다. 에어비앤비 사례도 놀라운데, 올 들어 미국 증권 시장에는 1,4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IPO에 몰렸다고 한다. 1999년 닷컴버블 때 기록을 뛰어넘다니, 팬데믹 시대여도 역시 될놈될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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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이 트로이 목마로”


[The Atlantic] The Joke’s on Us

What seemed to be fun and funny ended up functioning as a Trojan horse for white-supremacist, violent ideologies to shuffle through the gates and not be recognized. (...) Don’t look at the gaudy aloha shirts the militiamen are wearing; look at the serious weapons they’re carrying. Don’t focus on the fact that QAnon asks supporters to believe that Donald Trump is our only defense against cannibalistic satanists; focus on how they will react if he loses in November. (...) The consequences have ruined women’s lives. The consequences have terrified families at restaurants and worshippers in synagogues. The consequences are in the White House.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떠오른 인터넷 유행 콘텐츠, 즉 우리가 흔히 ‘짤’로 부르는 ‘밈(meme)’의 역사를 다룬 르포 기사. 혐오와 차별이 유머와 풍자라는 껍데기 속에서 재생산되고, 가짜뉴스와 결합해 정치적으로 악용된 사례를 짚는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캐릭터 ‘개구리 페페(Pepe the Frog)’를 극우 인종주의자들이 나치 상징과 합성해서 쓴 사례도 등장한다. 마냥 재밌게만 보이는 밈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트로이 목마’로 기능했다는 비유, 이를 용인한 결과는 대선 전 백악관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는 표현이 특히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단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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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뿐 아니라 페이지 위에서도 존중을


[Lithub] On Colonial Nostalgia and Food in Fantasy Writing

Every popular fantasy property now seems to require a companion cookbook. (...) If you’re going to make up an entire people from scratch—or write about any culture not your own—you need to do it well. (...) In serving them, Disney is telling parkgoers that they not only don’t care about respecting non-Western cultures; they consider them utterly foreign. (...) Food is fundamental to everything we do, and thus writing about food is always writing about people. It is culture, even when those cultures exist in the imagination. It is memory and nostalgia. Occasionally, it can get us pretty close to experiencing real magic. (...) We need to treat it with the respect it deserves. On the page and at the table, we need to imagine it, and our fellow man, with complexity.


<아바타>,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판타지 영화뿐 아니라 대중문화 속 음식에 담긴 문화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를 되돌아보게 하는 글. 흔히 돈과 권력이 있는 주류 문화가 남의 문화, 특히 소수나 비서구권으로 꼽히는 비주류 문화의 특징을 과장해서 표현하거나 충분한 이해 없이 마구 가져다 쓸 때 문제가 된다. 문화적 요소를 차용할 때 ‘탈맥락’이 흔히 일어나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데 뗄레야 뗄 수 없는 음식이 곧 일상이자, 문화이며, 사람이면서, 기억이고, 향수라는 말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뒤이어 식탁뿐 아니라 페이지 위에서도 존중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자는 말도 너무 공감가고, 동시에 반성했다. 매순간 무결할 순 없겠지만 글을 쓰고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좀 더 세심해지자고 다짐하게 된다.


We need to treat it with the respect it deser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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