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한 달 살기, 낭만보다 먼저 마주한 '49원' !

치앙마이 한 달 살기

by 데이터공방


� 망설여지는 한 달 살기, 범인은 '바트 환율'


이번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시작하기 전, 저를 가장 크게 망설이게 했던 부분은 다름 아닌 환율이었습니다. 제 기억 속의 태국 바트는 늘 1바트에 35원에서 40원 사이를 오가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환전을 고민하던 찰나에 어느덧 49원을 넘어버린 수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체감상으로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른 기분이 들어 선뜻 환전 지갑을 열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실제 치앙마이에서 머무는 동안에도 환율의 압박은 상당했습니다. 단순히 환전 금액만 오른 것이 아니라 현지의 물가 역시 눈에 띄게 상승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라나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옷값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고, 나이키 신발 같은 경우에는 할인이 붙어 있어도 한국보다 오히려 비싸게 느껴지는 상황도 많았습니다. 그나마 로컬 음식들은 여전히 저렴해서 다행이었지만, 한 끼에 50바트 이상을 지불하게 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예전의 저렴했던 태국 물가가 그리워지기도 했습니다.



� 왜 유독 태국 바트만 비정상적으로 오를까?


도대체 바트가 왜 이렇게 오른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 데이터를 살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원화의 가치가 떨어진 탓이 아닐까 짐작했지만, 세계 기준 통화인 달러와의 관계를 보니 상황은 더 복잡했습니다. 24년 1분기 대비 바트화의 가치는 무려 14%나 상승했더군요. 주변국인 중국 위안(+2.5%), 일본 엔(+1.4%), 싱가포르 달러(+3.2%) 등과 비교하더라도 바트화의 강세는 매우 독보적이고 비정상적인 수치였습니다.


반면에 원화 가치는 오히려 하락한 것을 보며, 단순히 '우리 돈의 가치가 낮아졌다'는 것 그 이상의 배경이 태국 내부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환율은 단순히 경제 지표를 넘어 그 국가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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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트화 강세의 이면: "회색 자본"의 습격

태국 중앙은행(BOT) 에서는 바트화 강세에 대해 "금 가격 급등에 따른 수출 대금 유입" 으로 설명했지만,

공색 금 수출액만큼의 알 수 없는 금액의 돈이 태국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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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공식 금 수출액 125억달러 다음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회색 자본" 92억 달러가 보입니다. 회색 자본은 이미 공식적인 금 수출 규모의 70%에 육박하며, 바트화의 수요를 비정상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조사기관마다 금액이 다 조금씩 상이한데, 태국으로 유입되는 범죄 자금이 연간 조 바트(약 320억 달러)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이 회색 자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한데, 불법자금이 가상화폐 형태로 들어온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가장 신빙성 있어보입니다. 마침, 여행을 갈 즈음에 시작되었던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국지적인 전쟁을 보면서 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2025.12 국경 무력 충돌: 단순한 전쟁이 아니다?



여행을 떠날 즈음 들려왔던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국군 무력 충돌 소식도 이제야 다르게 보입니다. 단순한 영토 분쟁인 줄 알았지만, 실제 태국 정부가 F16 전투기 등을 동원해 정밀 타격한 곳은 국경 지대의 대규모 스캠 단지들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국경 수비를 내걸었지만, 본질은 바트화 수요의 핵심인 불법 스캠 산업의 인프라를 파괴하여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국가적 결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측의 우려 섞인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작전을 이어나가는 태국 정부의 모습에서, 이것이 단순히 치안 유지를 넘어 국가 경제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환율 전쟁'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법 세력과의 결탁을 끊어내고 투기적 자금의 유입을 막으려는 그들의 강경한 태도가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 그래서 바트는 떨어졌나??


태국 정부는 현재 환율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온라인 금 투기를 막기 위해 거래 한도를 제한하고 암호화폐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소폭의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50원을 육박하던 환율이 40원 중후반대로 내려온 것을 보며, 이러한 강경책들이 조금씩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예전처럼 35원대의 환율을 다시 보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여행자들이 마음 편히 치앙마이를 찾을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도시 치앙마이. 그곳의 맑은 하늘만큼이나 환율의 흐름도 다시금 맑고 투명해져서, 다음 여행에서는 환전 지갑이 조금 더 가벼운 설렘으로 가득 차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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