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만 4살이면 학교를 들어간다-
영국은 학교를 조금 일찍 들어간다.
만 4살이면 초등학교 '리셉션' 혹은 '파운데이션'이라고 불리는 과정에 들어간다. 한국으로 치면 유치원과 비슷한데, 학교니까 '읽기'와 '셈' 같은 기초적인 교육과정이 포함이 된다. 입학 예정 학생의 학부모 미팅에서 선생님이 리셉션 과정에서 글자를 읽는 것을 거의 마스터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했다. 생각보다 읽기를 빨리 시작해서 사실 놀랐다. 요즘 한국의 아이들은 워낙 조기교육을 많이 해서 네다섯 살에 한글을 읽는 것을 보통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에는 다섯 살에 한글을 떼면 굉장히 이른 것이었다. 그 정도면 영재 수준이었는데. 그냥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한글을 읽을 수만 있으면 되는 게 상식적인 선의 조기교육이었다. 그리고 그게 맞는 것 같다. 7살 8살에 글자를 읽기 시작한 내 나이 또래나 나보가 연배가 높은 사람들이 지금 학생들에 비해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언제부터 글자를 읽기 시작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꾸준히 책을 탐독하는 십 대 그리고 성인으로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 교과서나 문제지의 '글'만 읽는 게 아니라. 입시와 상관없는 글들을 흥미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다양한 글을 경험했던 게 유아기-소년기-청소년기와 이십 대 삼십 대를 거친 나에게는 삶의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다. 때로는 공감하고, 흡입되고, 의심하고 반문하면서 읽었던 그 모든 글들이.
나는 아이랑 같이 책을 읽는 게 재미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더 실감 나게 읽어 주는 편협한 자세. 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가지고 마음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덧붙이는 지금 딸아이의 나이가 딱 좋은 것 같다. 너무 귀엽다. 아이 구경하는 맛에 책 읽는 게 즐겁다.
어쨌든, 우리 애도 이번 9월이면 학교에 입학한다. 내가 학부모라니... 애가 학교에 들어가서 1년은 다니고 나서야 내가 '학부모'라는 사실에 익숙해질 것 같다. 아.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