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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영 Jul 15. 2019

책임감이 사라진 시대

행복할 권리 [묵상독서 198차]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라는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따라서 2022년부터 약 5년에 걸쳐 각 회원국에 게임중독이란 질병을 치료하도록 권고한다. 

WHO가 제시한 '게임중독'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한다

 - 다른 관심사나 일상생활보다 게임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 이로 인해 삶에 문제가 생겨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된다


이런 결정은 반드시 찬성과 반대하는 쪽이 있게 마련이다. 

찬성 측은 이득을 보는 부류이고, 반대 측은 득보다 실이 많은 부류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이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대 뜻을 밝혔다. 

게임 업계와 PC방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의료계와 대형 제약사들은 드러내놓진 않지만 쾌재를 부르며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새로운 치료, 약을 개발/판매할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 업계와 PC방 업계가 꼭 피해를 입는다고 볼 수도 없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게임사용장애'라는 안전한 법적 보호막 안에서 더 게임을 즐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심한 이기심'이라 불리던 것이 이젠 버젓이 '반사회적 인격장애APD'라고 규정되어 있고, 

소심함이란 불리던 증상이 '사회불안 장애'라는 이상 상태가 되었고, 

이해와 관심, 지원과 치료의 대상이 되었듯이. 


문제는 이상 상태로 진단받으면 문제를 자기 의지로 극복하려는 투쟁을 멈추고 일단 약물치료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이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일정한 법적 보호?를 받는다. 

흉악범들은 온전한 정신보다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는 것이 형량에 더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의 죄에 약간의 면죄부를 받기 위해 사이코패스 연기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긴. 음주 후 일으키는 각종 범죄에까지 심신미약이라는 법적 보호 장치가 적용되는 상황이니 말 다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니 그런 흉악범이 될 수밖에 없었고, 

나는 심신 미약 상태였으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살인과 성폭행이 발생한 것이다'라는 주장이 먹히는 현실이다.    

"장애 현상은 개인적 책임감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현대적 욕구가 낳은 결과 한 가지에 불과하다. 현대인들은 비난이나 그보다 더한 책임 추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보다는 모두들 어떤 질병의 희생자 입장에 서고 싶어 한다." 119쪽


이는 특수한 장애를 가진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미한 장애는 현대인들에게 보편화돼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 번째 장애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지기를 거부하고 남 탓하는 증상이다. 

명명백백한 일도 인정하지 못하고 의심한다.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도 음모이론에 기대 책임 전가하는 일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도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두 번째 장애는 어떤 상황에도 나는 누릴 자격이 있다는 증상이다.

"1970년대 이후 권리 요구의 발달은 개인 부채가 계속 늘기 시작한 현상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132쪽

세 번째 장애는 다양성에 대한 숭배 증상이다. 

모든 집단의 가치와 요구는 똑같이 타당하다는 믿음인데 이 주장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그 주장이 맞는다면 내 가치는 부정되고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은 의지박약하고, 투정 부리기 좋아하고, 자기 주관 없는 현대인을 만들었다. 

종종 뭘 제대로 알려 하지 않고 속한 집단(소속 지역)의 대세에 따라 자기 의견을 결정한다. 

이는 실험에 의해서도 밝혀졌다. 

보면 믿게 된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집단이 믿으라고 말하는 것을 믿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_그레고리 번스

이런 증상은 정치적 신념에 특히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주위에 좌파가 많으면 나도 좌파, 우파가 많으면 나도 우파가 된다.


끌려다니는 자로 살지 않으려면, 

죄의 편에 서지 않으려면, 

사실에 접근하려는,

책임감 있는 자로 살려는, 

고독한 분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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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행복할 권리>>(마이클 폴리/어크로스)를 읽고, 『묵상 글쓰기 방식』으로 쓴 글입니다. 

책의 주장과 다소 다를 수 있으며, 제 생각이 다수 첨가됐음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행복할권리 #마이클폴리 #욕망의시대 #행복 #정체성 #이찬영 #아침공부 #묵상 #묵상독서 #공부독서 #책임감 


5부 위대한 여행

6부 사라진 책임감 


write by 기록과 미래연구소, 이찬영 

시간관리, 목표관리, 학습관리, 지식관리, 자기경영에 관한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 zanrong.com

최강 아날로그 생산성 다이어리, 스케투(sche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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