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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찬영 Jul 30. 2019

유익한 거인으로 사는 노년 생활법

<행복한 권리> 묵상독서

40대에 늦둥이를 낳았던 아버지는 내가 10대였을 때 줄곧 50대였다.

그때 바라본 아버지는 이미 왠지 거무튀튀하고 시골 구들장 냄새 비슷한 노인 티가 났다.

예민한 사춘기에 40살 차이의 아버지는 항상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었다.

다행히 나는 늦둥이를 낳은 편은 아니라서 50대에 20대의 자녀를 두고 있다.

행여 그들에게 내가 아버지에게 가졌던 느낌을 주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늘 조심하지만,

그들이 내 잔소리를 듣는 표정을 생각하면 마냥 자신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다시 시간이 흘러 자녀들이 내 나이쯤 돼서 또다시 내 이미지를 추억하며 자신의 위치를 점검할 일을 생각하면,

또 그때, 지금 내 아버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듯 나도 그럴지도 모를 일을 생각하면,

세월의 무상함이란, 그 흐름의 속절없음이란 !!

<나이 듦>은 이런 현상을 동반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설명은 글쓴이 생각임)

① 기억의 쇠퇴 :

중년의 때를 포함한 최근의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유년, 청년 때의 기억은 더 또렷해지기도 한다.

② 수축 :

육체적인 것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도 쪼그라든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목소리는 커진다)

③ 인색함 :

돈이 있어도 잘 안 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자신을 위해서는 예외가 되기도 한다. (며칠 전 설렁탕 집에서 2만 원짜리 특대 꼬리곰탕에다 두 종류의 맥주를 시켜 놓고 드시는 건너 테이블의 할아버지를 보면서 든 생각임)

④ 시간이 빨리 지나감 :

그림을 그릴 때 두 지점 사이에 흥미 있는 대상이 있다면 더 길어 보이고, 아무것도 없으면 짧아 보이는 원근법의 원리가 노년의 무료한 일상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은 느낌에 적용된다고 말하는 데 내 생각엔 반대다. 무료하면 한 시간도 지겹고, 재밌으면 1년도 짧다. 다만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는 느낌은 원근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하는 일 없이 시간만 흘렀으니 빠르다고 느낄 수밖에.

⑤ 형이상학적 조급증 :

에스컬레이터에서 둘이 나란히 서서 길을 막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은근히 짜증이 나는 걸 느끼면서 나도 노년의 조급증에 전염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⑥ 불확실성 :

이건 원래는 젊음의 특징이어야 하고, 노년은 안정이 그 속성이어야 하는데 세월이 하수상하니 젊은이나 노년이나 다 불확실성 투성이이다.

⑦ 대장 강박증 :

아무리 돈이 많아 좋은 걸 사 먹을 수 있어도 제대로 싸거나 제 때 싸지 못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그런데 뇌가 불확실성에 오염되었듯 대장도 수시로 불확실하다.

⑧ 갱년기 우울증 :

저자는 이 원인으로 변화와 신체적 쇠퇴의 자각, 개인적 무능력과 하찮음에 대한 깨달음, 세상은 갈수록 무관심해지고, 자신의 힘과 에너지는 줄어드는데 요구는 많아지고 무자비해지는 현상에 대한 인식이 그런 원인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가능성의 죽음, 절박한 느낌의 상실'일 것이라고 말한다.

위의 8가지 증상은 일견 어쩔 수 없는 것인 듯 보이지만, 대부분 스스로 자초하는 일이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

30, 40대에도 강시처럼 사는 젊은이들이나 80, 90대에도 청년처럼 사는 신노년들이 주민등록 상의 나이와 실제 사회적 나이는 큰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육체의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생명의 빛이 찬란한 청년의 하루를 경험하려면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고 배우고, 배운 것을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럴 때 세상에 유익한 거인巨人이 된다.

그래야 커진 자신의 몸집이 세상에 공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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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독서 202차>

위 글은 <<행복할 권리>>(마이클 폴리/어크로스)를 읽고, 『묵상 글쓰기 방식』으로 쓴 글입니다.

책의 주장과 다소 다를 수 있으며, 제 생각이 다수 첨가됐음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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