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떠날 거야, 항저우
愛_ 4
나는 항저우에서 지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우울해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초기에는 일그러지는 계획들에 좌절하고, 예전의 경험과 너무 다른 중국을 겪으며 힘들어하면서 지냈다. 웃기게도 사람에 지치면서도 사람 때문에 버티면서 지냈다. 이게 바로 사람 사는 건가?! 아무튼.
우울이 극에 달하면 남편이랑 같이 나갈 때 말고는 거의 외출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너무 축 쳐져있으니, 남편이 “우리 바람 쐬러 가자”라고 하는 것 아닌가. 바람이라.. 고작 바람 좀 쐰다고 기분이 좋아질까? 그래도 속는 셈 치고 남편을 따라나섰다.
남편은 나를 데리고 城市阳台(chéngshìyángtái)로 갔다. 城市는 도시라는 뜻이고 阳台는 베란다라는 뜻이다. 직역을 한다면 도시의 베란다?! 참 귀여운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钱塘江(Qiángtángjiāng, 쳰탕지앙)이라는 저장성(浙江省)에서 가장 큰 강변에 베란다같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钱塘江은 京杭运河(jīnghángyùnhé)의 일부로 항저우에서 베이징까지 연결되는 운하이다.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에 주요한 운하로 사용되었고, 2006년 2013년에 중국의 全国重点文物保护单位로 지정되었으며, 2014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百度百科 참고). 이렇듯 钱塘江은 강이지만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고 중국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되는 강이다. 그 강을 바라보는 베란다라니! 이런 호사가! 시원한 바람을 쐬며 강을 바라보니 확실히 기분이 전환되는 것 같았다.
중국은 한국보다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지 많은 것들이 한국의 것들보다 크고 광활한 느낌이 든다. 쳰탕지앙도 분명히 강이지만, 왜인지 바다를 보는 듯한 기분이 얼핏 든다. 바다로 흘려가는 강이라서 그런지 바람도 보통 강바람보다 더 강한 느낌이다. 이와 관련하여 쳰탕지앙에 유명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钱塘江大潮(Qiángtángjiāng dàcháo)라고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조수(潮水) 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거대한 물결이다. 특히 매년 음력 8월 15일에서 8월 18일에는 그 높이가 수미터에 달하는 밀물이 상당히 장관이라고 한다. 이에 2009년 钱江观潮(이 물결을 보는 것)이 浙江省非物质文化遗产(저장성 무형문화재)에 등록되고, 2020년에는 浙江省文化印记(저장성 문화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생긴 분류)에 등록되었다고 한다(百度百科 참고).
저 거대한 물결은 항저우 도심에서 볼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아직 못 봤지만, 항저우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쳰탕지앙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전환이 되는 상쾌함이 있다. 그때 남편이랑 바람 쐤던 기억이 좋아서 요즘에도 가끔 우울하거나 답답하면 이 베란다로 간다. 저녁 시간에는 조명쇼도 해서 가끔 그 시간에 맞춰 조명쇼도 보고 바람도 쐬다가 온다. 이제 이곳은 나에게 상쾌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장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