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떠날 거야, 항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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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외국어를 배울 땐 그 나라의 표준어를 배운다. 나 역시도 표준어로 만든 중국어 교재를 통해서 중국어를 배웠다. 중국어의 표준어(普通话pǔtōnghuà)는 현재 중국 수도인 베이징의 말을 기준으로 베이징 사투리를 덜어낸 중국어를 뜻한다(以北京语音为标准音,以北方话为基础方言). 그런 이유로 중국 북방의 말들이 표준어에 가깝다. 이런 표준어의 기준이 만들어진 것은 1955년이며, 1956년부터 본격적으로 표준어 보급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1982년 중•고등학교(中学)를 핵심 표준어 보급 기관으로 지정했고, 학교를 통해서 표준어 보급을 추진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2000년 표준어 보급률이 53%에 이르렀고, 2015년에는 약 73%, 2020년에는 전국적으로 평균 80%에 달하는 표준어 보급률을 달성했다고 한다. (출처: 百度百科)
한국에서 중국어 공부를 할 때에도 표준어가 녹음된 테이프를 들으며 배웠고, 1년 동안 다녀온 어학연수도 하얼빈(중국의 동북에 위치)이라 사투리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얼빈도 사투리가 있다고 했지만, 못 알아들을 수준은 아니었기에 딱히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몰랐지. 남쪽 사투리가 이렇게 심할 줄.. 아니, 이게 지금 중국어라고?! 당장 버스 기사님이 하는 말도, 작은 가게 사장님들이 하는 말도 몇 번씩 다시 물어봐야 했다.
내가 항저우에 처음 도착한 것은 2014년이므로, 이제 겨우 표준어 보급률이 절반을 넘어가던 때였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평균 80%에 달하는 표준어 보급률을 달성했다고는 하나, 체감상으로는 잘 모르겠다. 평균의 함정이 분명히 있을 테고, 중국의 동서남북을 모두 합친 전국적인 수치니까 남쪽의 보급률은 어떻게 될지 또 모를 일이다(역시 북쪽 보급률이 거의 100% 가까운 수치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40대 이하) 표준어를 사용하지만, 그 이상의 나이대(남편의 부모님, 주변 30대 지인들의 부모님)의 어르신들 표준어는 표준어인 척하는 사투리다. 남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중국인들은 그래도 얼추 때려 맞추기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 같지만(지역이 완전히 다르면 중국인끼리도 못 알아듣는다), 외국인이라서 더 확실히 느끼는 것도 있다. 사투리는 교재도 없잖아! 발음과 성조는 물론이고, 심지어 단어도 다르게 사용하고, 어순까지도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제일 힘들었던 건, 교수님들의 발음 적응이었다. 물론 표준어를 사용해 주셨지만, 예외 없이 사투리 버전 표준어였다(정말 젊은 교수님들은 아니었지만!). 일상생활이야 어찌저찌 넘어가면 된다지만, 수업은 계속 들어야 하고, 과제 등 미션이 주어지는데 잘 못 알아듣겠는 것이다. 귀가 빠르게 열리는 편이라 발음도 잘 알아듣는 편이었는데, 모르겠는 단어를 발음대로 찾아보면 그런 단어는 안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곳 발음의 제일 큰 특징으로는 n/ng 발음이 구분되지 않음, sh/s와 ch/c 발음이 구분되지 않음이 있겠다. 그래서 요즘에는 대충 단어를 찾는데 안 나오면 저 두 가지를 바꿔가면서 확인한다. 그리고 표준어 상으로는 儿(er)이 들어가는 것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중국어 교재에서 ‘너 어디가?’의 중국어 표현으로 배웠던 ‘你去哪儿?’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대부분 ‘你去哪里?’가 사용된다. 비슷하게, ‘나 놀러 가’는 ‘我去玩儿’이라고 배웠지만 역시 그렇게 사용되지 않는다. 一点儿,一会儿도 儿을 빼고 발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가벼운 정도부터 상당한 수준의 차이까지 배웠던 것들과 다른 것들이 많았다. 이 충격과 피로감은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였다.
좋은 점이라면, 한국인들이 어려워하는 중국어 발음들이 있는데(sh/ch, r/l 등), 여기 사람들도 못 하는 게 있어서 그냥 좀 더 엉망진창으로 해도 된다는 것? 점점 더 표준어 발음과 멀어지지만 발음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 이게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굉장히 치명적인 단점이다. 가끔 어학연수로 중국 남방으로 오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다들 계획이 있으시겠지만!!).
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예전보다 발음 적응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사투리가 심한 표준어라면 발음 적응 기간이 필요하고, 아예 사투리를 써버리면 아예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저장성(浙江省, 항저우가 소재한 성) 닝보(宁波) 출신의 시부모님과 친척들의 말을 아직도 못 알아듣고 있다. 그건 중국어가 아니라 닝보어라서 말이다(종종 남편한테 ‘이봐, 닝보국 사람’이라며 놀린다). 장점이라면 모든 소통을 남편 통해서 하기 때문에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있겠다.
이런 이유로 중국에서 지낸 지 10년이 넘었지만, 애초에 거주만으로 늘지 않는 게 언어인데, 환경 등의 이유로 발음도 표준어에서 멀어지고 있어서 골치 아프다. 올해는 중국어 공부를 정말로 다시 시작해야겠다. 돌려줘.. 내 표준 중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