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떠날 거야, 항저우
憎_ 2
계화가 피는 10월과 11월이 그렇게 좋다면서, 도대체 왜 항저우가 싫다는 것인가.
문제는 바로 그것에 있다. 바로 저때를 제외한 나머지 계절은 지내기 상당히 쉽지 않다는 것. 아아, 이건 어쩌면 나에게 한정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항저우는 중국의 화동지역(华东地区)에 해당하며, 한국의 제주도보다 남쪽에 있고 타이완보다는 북쪽에 위치해 있다. 기후는 아열대기후로 한국이 속하는 온대기후와는 다른 기후대에 있다. 그래서 한국보다 기온이 대체적으로 높고, 한국보다 습하다.
자, 대체적으로 기온이 높아서 발생하는 제일 큰 폐해(아마도 거주자에 한해서)에 대해 알아보자. 중국은 건물에 냉난방이 들어가는 暖气线(난방 시설 설치의 지리적 기준; 秦岭——淮河线)이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북쪽으로 난방이 들어가고 남쪽은 난방이 들어가지 않는다. 항저우는 난방이 들어가지 않는 지역에 속한다. 비록 최근에 지어진 건물들은 개별 바닥 난방 등등이 들어가지만, 기본적으로 난방은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여름이 상당히 덥기 때문에 에어컨은 거의 대부분 설치되어 있어서, 난방도 에어컨으로 해결하는 편이다. 그래서 겨울에 건물 안이 정말 춥다. 에어컨으로 공기가 따뜻하다 싶어도, 발은 미친 듯이 시리다. 기본적으로 공기가 습하기 때문에 심지어 이 냉기가 뼛속을 파고든다. 정말 너무 춥다. 오히려 해가 떠있는 외부에서 햇볕을 쬐면 따뜻할 지경이다. 겨울이면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햇볕 아래 앉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습한 건 얼마나 습하냐고? 한국은 장마철을 제외하면 대부분 건조했던 것 같다(지금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온대기후대의 습기와 아열대기후대의 습기는 다른 것 같다). 여기는 항상 전반적으로 촉촉하다. 우리 집 제습기는 1년에 360일 정도 24시간 가동 중이다. 그럼에도 여름에는 이 습도 때문에 공기의 무게가 피부로 느껴진다. ‘더위에 숨이 턱 막힌다’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 겨울에는 앞에서 말했듯이 이 습기를 타고 냉기가 뼛속으로 파고든다. 글자로만 보면 이게 그렇게 힘들 일인가 싶지만, 건조한 한국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충격에 가까웠다. 내가 이렇게 습기에 약한 줄 몰랐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12년째 항저우에 살고 있는 나지만 여전히 여름이면 더위를 먹고(원래도 더위를 타는 편이긴 하다), 컨디션 난조로 불면증을 겪고 있다. 초기에는 正气口服液(zhèngqìkǒufúyè)라는 중국에서 여름철 더위 먹었을 때 먹는 약을 달고 살다가, 이제는 여름마다 가는 중의원(中医院)마저 생겼을 정도다. 더위를 타는 만큼, 추위는 상대적으로 덜 탔는데, 습한 항저우 겨울은 진짜! 너무! 춥다!! 하얼빈보다 더 춥다!! 특히 실내가 너무 춥다. 에어컨 난방을 켜도 발 시리고, 손 시리고, 에어컨 켜기 싫어서 안 켜면 온몸에 냉기가 가득 들어차서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물론 이런 촉촉한 습기가 잘 맞는 사람도 있긴 하더라. 한국에 갔다가 항저우에 오면 피부가 촉촉해지고 훨씬 편하다는 사람도 보긴 했으니까. 안타깝게도 난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