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와 목서 나무(桂花)

널 떠날 거야, 항저우

by 홍흔흔
愛_ 2


항저우에서 지내는 이유가 정말 남편뿐일까? 그것 말고 항저우는 정말 단 하나도 예쁜 구석이 없을까? 물론, 남편이 제일 큰 이유지만 내가 좋아하는 구석도 몇 가지 있긴 하다. 매년 손꼽아서 기다리는 목서 나무 개화 시기도 그중에 하나이다. 항저우의 시화(市花)가 목서 나무(桂花)여서 그런지 항저우에는 목서 나무가 정말 많다.


나는 한국에서 전주와 대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다른 지역은 여행으로만 다녀봤다. 한국의 남쪽 지방에도 목서 나무가 있다고 하던데 나는 항저우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뭔지 몰랐다. 그냥 어느 날 길을 걷는데 너무 좋은 꽃향기가 나더라. 그래서 주변을 돌아보면 딱히 꽃이 보이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이 꽃의 이름이 계화(桂花)라는 것을! 계화는 꽃은 작지만 향이 상당히 강하다. 그래서 눈보다 코로 먼저 발견하는 꽃이다.



향이 얼마나 강하냐면, 이 시기에 집 창문을 열어두면 집 안으로도 꽃향기가 들어온다. 근처에 목서 나무가 있는 공공 화장실에 가면 화장실 냄새도 이기고 화장실 안에 꽃향기로 가득 찬다. 이 시기에 항저우를 걷다 보면 꽃은 안 보여도 향기가 가득하다. 그냥 온 도시가 계화향으로 가득 찬다.


향이 강하기만 하고 안 좋으면 이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거다. 향은 너무 달지 않고(한국인의 극찬 아니겠는가), 우아하지만 중성적이다. 항저우 사람들도 예로부터 이 향을 좋아했는지, 계화차, 계화를 넣은 롱징차, 계화를 넣어서 만든 떡, 계화를 넣은 요리가 상당히 많다. 계화향의 바디워시도 있고, 샴푸도 있고, 기념품 가게에 가면 계화향의 핸드크림도 있다. 가끔 계화를 닮은 노란 스노우가 흩날리는 마그넷도 볼 수 있다.


계화를 이용한 디저트가 상당히 다양하며, 요리에도 사용된다.


목서 나무는 금목서와 은목서가 있는데 이 둘은 향도 조금 다르지만, 개화하는 시기도 미묘하게 달라서 10월부터 11월까지 거의 2개월 동안 꽃향기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마침 이 시기는 항저우 날씨가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하다. 너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비가 한 달 내내 내리지도 않고, 꽃가루가 날리지도 않고. 그야말로 최고의 계절이다.


그래서 나는 매년 계화가 어서 피기를, 계화가 지기 시작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하면서 이때만 손꼽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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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