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니까 꽃구경 가자

널 떠날 거야, 항저우

by 홍흔흔
愛_ 5


항저우는 겨울에도 영하로 잘 떨어지지 않는, 1년 내내 비교적 온화한 기후의 도시다. 거기에 습도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식물이 살기는 참 좋은 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항저우에서는 1년 내내 푸른 나무와 예쁜 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각 시즌마다 유명한 꽃구경 명소가 있어서, 식물을 잘 모르는 나와 남편도 유명한 꽃구경 시즌이 되면 꽃구경을 다니는 편이다.




항저우 식물원의 매화 군락지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은 매화가 아닐까? 매화가 필 2월쯤이 되면 여기저기 매화 개화 시기에 대한 소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SNS에서는 오늘자 매화 개화 현황이 공유되기도 한다. 항저우에서 고전적이고 대표적인 매화꽃구경 장소는 아마도 杭州植物园(항저우 식물원)일 것이다. 항저우 식물원 자체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매화 군락지가 있어서 매화 시즌에 가면, 매화 구경만 몇 시간 할 수 있다. 西溪湿地(시시 습지)에도 매화 군락지가 있음! 시시 습지는 항저우 식물원보다 훨씬 더 넓고 커서, 반나절 매화 보고 반나절 습지 산책하다가 나올 수 있다. 아침에 문 열 때 들어가서 저녁에 문 닫을 때 나와도 아마도 전부 다 보지는 못할 수도 있다.


시시습지의 매화 군락지(만개했을 땐 못 가봤다)



나는 벚꽃이 유채꽃보다 더 먼저 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확인해 보니, 유채꽃이 벚꽃보다 더 빨리 피는 것 같다. 하지만 항저우에는 일찍 피는 벚꽃,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벚꽃, 늦게 피는 겹벚꽃까지 다양하게 있어서 사실 유채꽃을 즐기는 시기에도 벚꽃이 있긴 하다. 그래서 항상 함께 구경했던 것 같다.


예전에 항저우에서 지내기 전에 친구를 따라 우한에서 잠깐 지냈던 적이 있다. 하얼빈 교환학생 시절에 알게 된 친구인데, 고맙게도 겨울 방학 동안 고향에서 함께 지낼 수 있게 해 줬다. 덕분에 중국 사람들의 춘절을 일찍이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 친구의 고향은 유채꽃을 키우는 곳이었다. 겨울이 지나고, 유채꽃이 만개한 시기에 한 번 더 놀러 간 적이 있다. 온 세상에 노란 눈이 내린 것 같은 풍경을 보고 난 뒤로, 사실 도심에서 구경하는 유채꽃은 어디를 봐도 그때의 감동은 없다. 하지만 그때 경험 덕분에 유채꽃을 보면 그 황홀한 풍경이 그려진다.



항저우에서는 유채꽃 명소로 유명한 곳을 꼽자면 八卦田(bāguàtián, 팔괘밭)라고, 팔괘 모양의 유채꽃밭이 있다. 이곳은 다른 꽃구경 장소들에 비해서 시즌에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라 여유롭게 보기 좋다. 그리고, 근처에 조금만 산을 오르면 八卦田이 한눈에 보이는 곳도 있어서(紫来洞zǐláidòng), 가벼운 트래킹을 곁들인 봄 나들이를 하기 참 좋다.




역시 봄의 꽃구경이라면 벚꽃이 빠질 수 없지 않겠는가!!! 막 항저우에 왔을 때에는 벚꽃이 모여있는 곳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벚꽃을 못 봤던 건 아니지만, 벚꽃이 많이 몰려 있어서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즐긴다는 느낌이 드는 곳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엄청 유명한 벚꽃 구경 스폿이 생겼다. 그건 바로 滨江最美樱花跑道(Bīngjiāngzuìměiyīnghuāpǎodào), 이름마저 벚꽃이 제일 예쁜 산책로다. 이 산책로는 계획 단계부터 벚꽃을 쭉 심을 계획이 있었던 것 같다. 쳰탕지앙(钱塘江) 강변을 따라 길게 난 산책로(러닝 트랙)를 따라 벚꽃 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다. 초기에는 나무가 아직 작아서 아쉬웠는데, 이제는 나무가 제법 커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래도 사람이 많은 산책로인데 벚꽃 시즌이 되면 예쁘게 차려입고 사진 찍는 인파도 몰려서 사람이 더 많다. 그래도 산책로 자체가 너무 좁지 않고 차가 다니지 않는 산책로라서 사람에 치여서 너무 힘들다는 느낌이 비교적 덜하다. 해가 지고 좀 늦은 시간에 구경하는 것도 좋고.





봄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설레는 마음을 더 설레게 해주는 꽃들도 가득하니,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어쩌면 항저우에서 보내는 마지막 봄일 수도 있으니, 진하고 향긋하게 즐겨야겠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