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배관망 확충
[Chapter 4] 광주시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배관망 확충
: 도시의 핏줄을 잇고, 온기를 전하다
도시의 진짜 얼굴은 겨울밤에 드러납니다. 아파트 단지는 반팔을 입고 지낼 만큼 따뜻하지만, 불과 도로 하나 건너편의 낡은 주택이나 농촌 마을에서는 기름보일러의 눈금과 사투를 벌이며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밤을 지새웁니다.
이것은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득이 적을수록 오히려 더 비싼 에너지를 써야 하는 '빈곤의 역설'이자,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즉 '에너지 기본권'의 문제입니다.
도시가스 배관망 확충사업은 끊어진 도시의 핏줄(배관)을 잇고, 가장 차가운 곳에 가장 먼저 온기를 전하는 일입니다. 경제 논리에 밀려 소외되었던 이웃들에게 따뜻한 저녁을 돌려주기 위해, 광주시 곤지암에 98호선 지방도를 따라 도시가스 배관망을 깔고자 했던 노력입니다.
1. 차가운 현실: 풍요 속의 빈곤, '에너지 섬'을 마주하다
도농복합도시 광주시는 급격한 성장의 이면에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시내 중심가는 촘촘한 배관망을 통해 저렴하고 안전한 도시가스(LNG)를 공급받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상황은 180도 달라집니다.
"기름값이 무서워서 보일러를 못 틀어요. 겨울이 오는 게 공포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하소연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 주민들은 등유나 LPG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도시가스보다 비용이 2~3배나 비쌉니다. 게다가 배관 설치는 철저히 '경제성 논리(투자 대비 수익)'에 의해 결정됩니다. 집이 드문드문 있는 농촌 지역이나 외진 사회복지시설은 언제나 투자 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곳일수록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에너지 비용 역진 현상'. 이것이 광주의 아픈 현실, 바로 '에너지 불평등'이었습니다.
2. 현장의 해법: 책상 위 지도가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다
이 오래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공문 발송이 아닌 현장 회의였습니다. 2023년 7월과 8월,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도시가스 공급 확대 민원 회의'를 릴레이로 개최했습니다. 경기도 공무원과 도시가스사(코원에너지서비스) 임원들을 이끌고 배관이 끊긴 마을 어귀, 좁은 골목길을 직접 걸었습니다.
특히 2025년 4월, 중증 장애인 거주 시설인 한사랑마을과 특수학교인 한사랑학교의 배관망 설치 정담회는 도시가스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머무는 시설조차 도시가스 연결이 어려워 난방비 폭탄을 맞고 있는 현실. 그 앞에서 저는 단순히 민원을 전달하는 중재자가 아니라, 반드시 방법을 찾아내는 해결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결국 경기도의 지원으로 정문 앞까지 도시가스 배관망을 설치되었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후원으로 한사랑마을 내부 연결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거주인들은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한사랑학교 내부 연결은 예산 문제로 마무리하지 못해 경기도교육청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에 있습니다.
단순 민원으로 치부되던 문제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차원의 공식 현안으로 격상시켰습니다. 2024년 10월에는 '미공급 지역 배관망 확충을 위한 현장 정책회의'를 주도하며 경기도와 가스사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차가운 답변은, 현장의 절박함 앞에서 ‘공급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약속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3. 행정의 혁신: 도로 따로, 가스 따로? 예산 낭비의 고리를 끊다
현장에서 확인한 가능성은 지방도 98호선의 도로 공사 현장에 있었습니다. 도로 공사 완료 후 깔끔하게 포장된 아스팔트를, 가스관을 묻기 위해 다시 파헤쳐야 하는 ‘이중 굴착’ 상황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행정은 도로 파손을 막겠다며 ‘신설 도로 3년 내 굴착 제한’이라는 규제를 두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스관 설치는 더욱 지연되었고, 이는 예산 낭비이자 주민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규제였습니다. 도로 부서와 에너지 부서가 소통하지 않는 전형적인 ‘칸막이 행정’의 폐해였습니다.
2025년 9월 예산심의에서 "도로와 가스관, 한 번에 묻읍시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국도·국지도·지방도 개설 시 ‘도시가스 배관 의무적 병행 매설’이라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Before] 도로 포장 → 굴착 허가 대기 → 도로 파손 및 가스관 매설 → 재포장 (비용 2배, 주민 불편 가중)
[After] 도로 설계 단계부터 가스관 반영 → 도로 공사와 동시에 배관 매설 (예산 30~40% 절감, 민원 제로)
“아낀 예산 30%면, 배관을 1km는 더 연결할 수 있습니다.” 논리는 명쾌했습니다. 이 제안은 경기도 행정 시스템에 ‘협업’을 이끌어 냈고, 절감된 예산은 고스란히 미공급 지역의 배관을 연장하는 재원으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4. 재원의 발굴: 건물이 아닌, 사람의 삶에 투자하라
행정의 효율화를 넘어, 근본적인 '예산'을 찾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기존의 시·도비 보조금만으로는 광활한 미공급 지역을 커버하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관심을 가진 예산은 ‘도민환원기금’이었습니다.
3기 신도시 등 택지개발로 조성된 ‘경기주택도시공사(GH) 개발이익 도민환원기금’은 당시 공모사업을 통한 생활밀착형 SOC 건물 건립 위주로 사용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수 지역에 화려한 건물을 짓는 사업보다 시급한 것은, 당장 오늘 밤 추위에 떠는 도민의 방에 온기를 전하는 것입니다.”
기금의 사용처를 '낙후 지역 생활 SOC(상하수도, 도시가스) 확충'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개발 이익은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라, 개발로 소외된 지역의 격차를 줄이는데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경기도의 재정 여건(세수 부족)과 관계없이, 도로사업과 연계하여 안정적으로 도시가스 배관망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이었습니다. 이는 '건물 중심'의 예산 투자를 '사람 중심, 삶의 질 중심'으로 전환하는 의미있는 제안이 되었습니다.
5. 에필로그: 골목 끝까지 흐르는 온기, 그것이 정치입니다
연결하려고 했던 것은 차가운 금속 배관이었지만, 결국 그 안을 흐르게 하고 싶었던 것은 따뜻한 '사람의 온기'였습니다. 지방도 98호선을 따라 광주의 외진 마을 도로 밑에는 새로운 온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도로를 닦으며 가스관을 함께 묻는 첫 시도는 행정의 상식을 바꾸는 의미 있는 변화가 되었고, 주민들은 더 이상 다가올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돈이 안 돼서 못 한다'는 패배주의가 사라지고, '방법을 찾으면 할 수 있다'는 적극 행정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도시가스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땅속 깊은 곳에 묻혀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좋은 정치도 바로 도시가스 배관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러내어 자랑하지 않아도, 시민의 삶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닿아 언 손을 녹여주는 그런 존재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광주의 겨울은 어제보다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도시의 가장 좁은 골목, 가장 끝자락에 있는 마지막 집의 보일러에 파란 불꽃이 켜지는 그날까지,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 (민원회의) 광주시 도시가스 공급확대 민원회의 (2023.07.26.)
❑ (민원대책회의) 광주시 도시가스 공급확대회의 (2023.08.01.)
❑ (현장회의) 광주시 도시가스 공급확대회의 (2023.08.08.)
❑ (현장회의) 경기도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배관망 확충을 위한 현장정책회의 (2024.10.07.)
❑ (현장회의) 한사랑학교 도시가스 배관망 설치 지원 정담회 (2025.04.22.)
❑ (추진회의) 광주시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배관망 확충회의 (2025.07.30.)
❑ (예산심의) 경기도 개발이익 도민환원기금 활용방안 (2025.09.17.)
❑ (예산심의) 경기도 도로·도시가스관 병행 설치 (2025.09.16.)
❑ (행정사무감사) 도시가스 등 생활 인프라 공급 확대 및 도민환원기금 활용 (202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