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한사랑 특수학교 학급 증설
[Chapter 6] 광주시 한사랑 특수학교 학급 증설
: 갈 곳 잃은 아이들의 손을 잡다
“우리 아이들이 이 학교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습니다. 제발 친구들과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2023년 5월, 제 앞을 찾아온 학부모님들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은 아이의 성장을 축하해야 할 축복의 순간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졸업장은 곧 학교라는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는 ‘퇴거 통보’나 다름없었습니다. 광주시에 위치한 특수학교, ‘한사랑학교’의 이야기입니다.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학교는 단순한 지식의 배움터를 넘어섭니다. 그곳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이자,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생명줄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행정의 숫자 놀음과 견고한 예산의 벽 앞에서, 아이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었습니다.
갈 곳 잃은 아이들의 손을 다시 잡기 위해,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고 모두가 함께 조금씩 열어나간 이야기입니다.
1. 차가운 현실: 축복받지 못한 졸업, 예고된 이별
한사랑학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운영하는 사립 특수학교입니다. 이곳은 중증 장애 학생들에게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하고 따뜻한 보금자리입니다. 하지만 이 따뜻한 공간에는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초등 과정은 11학급(학년당 2반)인 반면, 중등 과정은 절반 수준인 6학급(학년당 1반)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이 기형적인 ‘구조적 병목 현상’은 잔인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의 절반은 상급 학교인 중학교로 진학하지 못한 채, 정들었던 교정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누군가는 묻습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것은 비장애인의 시각일 뿐입니다. 신체적 제약이 크고 환경 변화에 예민한 중증 장애 학생들에게, 익숙한 선생님·친구들과의 이별은 단순한 전학이 아닌 ‘사투(死鬪)’와 같습니다. 낯선 환경에 대한 공포는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힘겨운 일이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었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교육받을 권리’이자, 우리 사회가 지켜주어야 할 가장 연약한 아이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였습니다.
2. 거버넌스의 시작: 4개의 퍼즐 조각을 맞추다
문제 해결의 길은 멀고도 험했습니다. 사립 학교라는 특성상 교육청의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선례가 발목을 잡았고, 학교 부지를 소유한 재단의 승인이라는 높은 산도 넘어야 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수년간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공간이 없다”, “예산이 없다”는 공허한 메아리뿐이었습니다.
저는 2023년 5월, 이 문제를 개인의 민원이 아닌 ‘정책 의제’로 격상시켰습니다. 혼자서는 풀 수 없는 매듭이었기에, 광주하남교육지원청, 재단과 학교, 그리고 학부모를 한 테이블로 불러모았습니다. 흩어져 있던 4개의 퍼즐 조각을 맞추기 시작한 것입니다.
2023년 7월, 한사랑학교에서 열린 1차 추진회의를 시작으로 우리는 머리를 맞댔습니다. 광주시 특수교육 수요 증가 데이터를 제시하며 증설의 당위성을 호소했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근거로 교육청을 압박했습니다. 동시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회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2023년 10월 마침내 ‘학급 증설을 위한 부지 사용 승인’을 이끌어냈습니다. 굳게 닫혀 있던 첫 번째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3. 위기와 돌파: 숫자가 아닌 사람을 보다
순항하는 듯했던 배는 2024년 7월, 거대한 암초를 만났습니다. 교육청 기획경영과 등에서 난색을 표한 것입니다.
“통계상 광주시 관내 다른 학교 특수학급에 배치 여력(공간)이 남아 있습니다.”
“사립 특수학교 증축에 대규모 재정을 지원한 선례가 부족합니다.”
행정 편의적인 숫자와 관례가 아이들의 삶을 가로막는 순간이었습니다. 4차 회의장은 무거운 침묵에 잠겼지만, 저는 결코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특수학급 아이들도 특수학교로 오고 싶어 하지만 자리가 없어 못 옵니다. 수치상 남는 자리가 있다는 이유로 증설을 못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숫자가 아닌 아이들을 위한 자리를 봐주십시오.”
저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공립 특수학교를 짓지 못한 것은 님비(NIMBY)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공공의 책임입니다. 그 책임을 대신 짊어지고 있는 사립 학교에 지원을 못 하겠다는 것은 국가의 직무 유기입니다.”
팽팽한 대립 속에서 갈등을 봉합할 ‘단계적 중재안’을 제시했습니다. 많은 예산이 드는 중·고교 동시 증설 대신, 당장 급한 ‘매년 1학급씩 증설’로 단계를 나누고, 별관 필로티 공간과 4층 증축을 활용해 예산을 효율화하자는 현실적인 제안이었습니다.
이 유연한 제안 앞에 교육청도 마침내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내며, 멈췄던 시계바늘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4. 결실: 안전과 배움,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치열했던 2년, 총 7차례의 공식 회의 끝에 2024년 12월, 드디어 ‘2026년 단계적 학급 증설 확정’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것은 단순히 교실 몇 칸이 아니었습니다. 더 의미있는 계획안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공간의 혁신) 별관 1층 필로티 공간을 활용해 3학급을, 4층을 증축해 3학급을 확보하여 총 6개 교실을 늘립니다. (안전의 강화) 본관 4층에 있어 누수가 발생하고 이동이 불편했던 노후 급식실을 1층으로 이전합니다. 이제 아이들은 물 새는 천장 밑이 아닌, 안전하고 쾌적한 곳에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동권의 보장) 승강기를 확충하여 휠체어를 탄 학생들이 학교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무장애 교육 환경’을 완성합니다.
교육부 특별교부금과 교육청 자체 예산을 확보하여,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아이들은 ‘강제 전학’의 두려움 없이 친구들과 함께 중학교에 진학하게 될 것입니다.
5. 에필로그: 정치는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
불안과 불신으로 가득했던 학부모님들의 눈빛은 어느새 안도와 희망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진정한 정치는 거창한 담론이 아닌, 갈 곳 없는 아이에게 교실 한 칸을 내어주는 것, 아이들이 밥 먹는 곳이 위험하지 않게 고쳐주는 것, 그래서 밤잠 설치던 부모의 마른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사랑학교의 학급 증설은 단순한 공사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보내는 “너희도 우리의 소중한 시민이며, 끝까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따뜻한 응답입니다.
교실이 완공되고 아이들이 그곳에서 새로운 꿈을 꾸는 그날까지, 관심과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학교 담장을 넘어 광주 전역에 울려 퍼지기를 소망합니다.
광주시 한사랑학교 학급증설 민원회의 (2023.05.25.)
https://blog.naver.com/hiyanda/223111946252
1차 추진회의 (2023.07.27.)
https://blog.naver.com/hiyanda/223168358997
2차 추진회의 (2023.08.21.)
https://blog.naver.com/hiyanda/223189460644
3차 추진회의 (2023.10.06.)
https://blog.naver.com/hiyanda/223230424648
4차 추진회의 (2024.07.08.)
5차 추진회의 (2024.12.23.)
한사랑학교 도시가스 배관망 설치 지원 정담회 (2025.04.22.)
https://blog.naver.com/hiyanda/223784331619
한사랑마을 태양광 기증식 (2025.04.22.)
https://blog.naver.com/hiyanda/223842525659
6차 추진회의 (202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