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후행동 기회소득’의 진화
[Chapter 7] 경기도 ‘기후행동 기회소득’의 진화
: 오늘의 기후행동이 내일의 자산이 되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개인은 한없이 작아집니다. “나 하나 텀블러 쓴다고, 나 하나 걷는다고 뜨거워진 지구가 식을까?”라는 무력감은 우리의 발목을 잡곤 합니다.
경기도의 ‘기후행동 기회소득’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걷기, 자전거 타기, 다회용기 사용 같은 일상 속의 작은 몸짓에 정당한 보상(리워드)을 제공함으로써, 당신의 행동이 결코 작지 않으며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임을 증명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자칫 세금으로 용돈을 나눠주는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오해받거나, 흔하디흔한 ‘만보기 앱’ 중 하나로 잊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세금으로만 충당되는 예산’은 언젠가 바닥나기 마련이기에, “이게 과연 얼마나 가겠어?”라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여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기후행동 기회소득을 단순한 앱이 아닌 ‘경기도형 자발적 탄소시장’이라는 거대한 경제 생태계로 진화시키고자 했습니다.
1. 진단: ‘만보기’를 넘어 ‘플랫폼’으로
2023년, 사업 도입 초기 단계에서 예산 심의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돈 몇 푼 준다고 안 하던 기후 행동을 갑자기 하지는 않습니다. 금액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도민의 삶을 바꾸는 캠페인이 되어야 합니다.”
이 사업이 단순한 ‘리워드 앱’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앱 구동의 불안정성과 빈약한 콘텐츠는 도민들의 외면을 부를 것이 뻔했습니다.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앱을 ‘실천 플랫폼’으로 고도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단순히 걸음 수를 재는 기능을 넘어, 환경 교육을 이수하고,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연계하며, 다양한 탄소 중립 실천을 인증하는 ‘데이터의 저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점차 기능은 고도화되었으며,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2. 확신: 도민의 참여가 곧 정책의 생명력이다
하지만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공공정책의 성공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시민이 마음을 움직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칼럼과 토론회를 통해 우리 정책이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로 ‘확장’과 ‘섬세함’, 그리고 ‘확신’을 제안했습니다.
첫째, (확장) ‘걷기’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먹거리, 소비, 교통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줄여나가는 삶의 양식으로 넓어져야 합니다.
둘째, (섬세함) 기술의 발전이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한 보행 안내 활동 등 사회적 가치를 더해야 합니다. 디지털 기기가 낯선 분들을 위해 도민추진단이 경로당을 찾아가 앱 설치를 돕는 따뜻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셋째, (확신)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내 삶과 지구를 지키는 지속 가능한 동반자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도민의 참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걸음이 모이면 그것은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는 기업을 움직이고 정책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결국, 도민이 움직여야 세상이 바뀝니다.
3. 전환: 예산의 한계를 넘는 지혜, ‘자발적 탄소시장(VCM)’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행복한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성공할수록 예산이 빠르게 고갈되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도의 재정만으로는 1,400만 도민의 뜨거운 열정을 모두 보상할 수 없었습니다.
‘경기도형 자발적 탄소시장(VCM, Voluntary Carbon Market)’이라는 혁신적인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논리는 명쾌했습니다.
도민들이 줄인 탄소 감축량을 과학적으로 검증(MRV)하여 ‘탄소배출권(Credit)’이라는 자산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RE100 달성이나 ESG 경영 실적이 필요한 기업(삼성, SK 등)이 이 배출권을 구매하게 합니다. 기업이 지불한 그 수익은 다시 도민들에게 리워드로 돌아갑니다.
“도민의 걷기가, 텀블러 사용이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기업이 탄소배출권으로 사고파는 ‘경제적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이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경기도는 세금을 최소화하면서 지속적으로 기후 행동을 보상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소비성 예산’을 ‘자립형 경제 모델’로 전환시킨 정책입니다.
4. 확장: 데이터 행정과 정의로운 전환
“기후 정책은 사후 복구가 아닌 사전 예방으로 가야 하며, 그 핵심은 데이터와 정의(Justice)입니다.”
플랫폼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도민 생활 탄소 데이터’는 경기도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는 핵심 자산이 될 것입니다. 어느 지역, 어떤 연령대가 어떤 활동에 적극적인지 분석하면 더 정밀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꿈꿉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등 소외 계층을 위해 현장 활동가들이 마을회관 문을 두드리고 교육을 연계하는 이유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 머물지 않고, 전 세대가 함께 누리는 권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5. 에필로그: 작은 날갯짓이 태풍이 될 때까지
‘기후행동 기회소득’은 이제 단순한 앱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민의 선한 의지가 경제적 보상으로 돌아오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행정은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거대한 생태계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내딛는 한 걸음, 무심코 챙긴 텀블러 하나가 모여 ‘탄소 시장’이라는 거대한 경제를 움직입니다. 이것이 미래의 기후 정치의 본질입니다.
“환경을 지키는 일이 밥 먹여주냐”는 냉소적인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네, 밥 먹여줍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도 지켜줍니다.”
오늘도 경기도민의 주머니 속에서는, 지구를 살리는 동시에 내일의 자산을 쌓는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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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기도 탄소중립과 '기후행동 기회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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