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동네에서 신주쿠를 오가는 덴샤 정기권을 구매하다

by 히요쿄
신주쿠 역


이번에 서울에서 도쿄로 들어오면서, 우리 동네 가장 가까운 역(最寄り駅)에서 신주쿠를 오가는 한 달짜리 정기권 티켓을 구매했다.


목적은 단 하나. 나에게 주어진 봄방학 3월 동안 도쿄 시내 곳곳을 마음껏 누비기.


일본은 철도 회사 대부분이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교통비가 상당히 비싼 편이다. 동네에서 덴샤(한국의 지하철과 같은 일본의 철도 교통 시스템. 다만 지하철과 달리 지상으로 다니는 경우도 많다.)를 타고 도쿄 시내에 한 번 나갔다 오면 만 원 정도가 기본으로 들어가는 수준이다. 각각의 기업이 운영하는 철도를 탈 경우 환승도 되지 않고 다시 기본요금을 새로 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갈아타야 하는 경우엔 왕복 교통비가 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꽤 많다. 당연히 버스도 마찬가지로 환승 불가이므로 버스를 타면 더 비싸진다.


서울에선 무료 환승 시스템이 지하철끼리는 물론이고 버스까지 잘 되어 있으니 상상도 하지 못할 교통비에, 여기서 지내며 드는 생활비가 실제로 영위하는 생활 수준보다 많이 들어간다고 체감할 정도이다. 멀리 한 번 나갔다 오면 밥 한 끼를 사 먹는 비용이 드니 그럴 수밖에.


이제는 그런 일본의 교통 시스템과 비용에 익숙해져 한 번 시내에 나가면 뽕을 뽑고(?) 돌아오려 하는 편이다. 비싼 교통비를 주고 나온 김에 이것저것 다 하고 돌아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되도록 많은 곳에 들러 무엇이든 더 경험하고 오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환승하지 않고 걸을 만한 거리는 그냥 걸어서 이동한다. 내가 사는 곳에서 最寄り駅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가 소요되는데(약 1km), 버스를 타면 역까지 금방 갈 수 있고 서울이었다면 당연히 버스를 이용했겠지만, 안 그래도 비싼 교통비에 버스비 200엔(왕복이면 400엔!)까지 추가로 내는 게 아까워서 늘 걸어 다닌다. 덕분에 처음에 도쿄에 왔을 땐 몸무게 2kg 정도가 그냥 빠졌다. 다이어트를 계획한 건 아니지만 그냥 이곳에 있다 보면 많이 걸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교통비를 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정기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철도 회사별로 통근, 통학하는 덴샤 이용자들을 위해 한 달 이용권을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계산해 보니 우리 동네 역에서 신주쿠까지 한 달에 13번 이상 왕복을 하면 정기권을 끊는 것이 그냥 다니는 것보다 이득이었다. 즉, 한 달의 반 정도 시내로 나가는 외출을 할 경우 정기권의 뽕을 뽑을 수 있는 것. 이 정기권을 가지고 있으면 우리 동네 역에서 신주쿠 사이의 모든 역들은 무료로 왕복할 수 있고, 신주쿠보다 더 멀리 나갈 때에도 신주쿠까지의 교통비는 차감되어 결제된다. 사실 정기권에 대해서는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학기 중에 학교에 다니며 이를 이용하기란 쉽지 않기에 방학인 지금이 적기라 여겨 구매하게 되었다.


2026. 03. 06.


정기권을 구매한 지 3일 차인 오늘. 3일 내내 정기권을 알뜰하게 이용했다. 아무래도 정기권이 있으니 괜히 더 부지런히 나갈 궁리를 하게 된다. 마침 서울에서 생활 루틴이 좀 무너져 있던 터라 도쿄에서 루틴을 잘 세워 지내야지 생각했었는데, 정기권 이용이 매일 낮의 좋은 루틴이 될 것 같다.


한 달 뒤 도쿄를 향한 좀 더 확장된 시야를 갖게 된 나를 기대하며, 정기권을 이용해 외출한 날들의 이야기를 해 나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