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탄생
상상 속에서만 그려보던 그녀가 눈 앞에 나타났다.
예정일은 8월이었는데, 근종 위치가 좋지 않아 37주차에 수술 날짜를 잡았다. 여자로 태어난 이상 산통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었던터라, 제왕이 확정된 순간 약간의 아쉬움이 스쳐갔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겁쟁이이자 J인 내게는 제왕절개가 훨씬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D-day.
아침 수술이라 비몽사몽한 상태로 수술실에 도착했다. 안경을 벗으니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아 꿈같기도 했다.
제왕이 확정된 날로부터 거의 매일 수술 후기를 찾아보며 상황들을 떠올려봤다. 실제로 수술은 후기에서 본 대로 진행됐다. 수술대에 누워 하반신 마취에 들어갔다.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 등쪽에 주사를 놓는데, 하반신 쪽에 힘이 쫙 빠진다는 후기와는 달리 별 느낌이 없었다. 이게 맞나 싶어 말씀드렸더니 마취액이 잘 안들어 간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푸욱 바늘을 찌르셨다. 꽤나 두껍고 긴 바늘이라 그 느낌이 너무 불쾌했다. 수술실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그때였을 것이다.
수술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뉴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잠깐의 안도감과 함께, 후처치라는 제2의 두려움이 엄습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기를 옆에 눕혀주셨지만, 후처치가 시작되기 전 빨리 수면마취에 들어가고싶은 마음에 아기와의 교감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 이후에도 자궁수축제와 진통제 등 약물과 함께 하는 입원 생활을 보내느라 탄생의 감동보단 진짜 애를 낳은 게 맞는지 얼떨떨하기만 했다.
아기 얼굴을 보면 바로 모성애가 생긴다던데, 모유수유 시간에 아기와 처음으로 마주하며 든 생각은 걱정과 가여움이었다. 어두운 자궁을 벗어나 밝은 신생아실이 낯설진 않을지, 시끄러운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뭐 이런 사랑스럽지 않은 생각만 들었다.
아무튼 이로써 우리 세 식구는 모두 여름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인생의 첫 페이지에 여름을 만나게된 걸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