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일기 | 0. 뉴삐

태명은 이뉴삐입니다

by Heestory

둘이 익숙한 우리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뉴욕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23년 11월의 어느날, 임테기의 흐릿한 두줄을 시작으로 우린 3년 간의 신혼 생활과 작별을 준비했다.


그렇게도 좋아하던 술은 무알콜 맥주로 대체됐다.

그전엔 몰랐는데 시중에 많이 보이는 논알콜은 0.1%이하의 알콜이 포함되어 임산부는 마실수가 없었다. 알콜이 0인 맥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나마 맛이 괜찮다고 하는 하이트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출산이 임박해서야 꽤나 괜찮은 무알콜 맥주를 찾게되었다. 클라우드 짱!


최애 음식 중 하나인 삼겹살과도 잠시 이별을 고했다.

일주일에 최소 1번은 먹던 삼겹살인데, 임신 기간동안 딱히 먹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임신 초기에는 아예 먹고싶지 않았다. 입덧은 없었지만 약간의 먹덧이 있어 칼칼한 음식이 당기곤 했다. 생전 먹지 않던 엽떡을, 그것도 마라엽떡을 종종 시켜먹었다. 딸이면 고기 대신 밀가루가 당긴다는 말이 있던데, 진짜였을까?


내 몸안에서도 익숙치 않은 변화가 시작됐다.


15주쯤 됐을 때 장이 꼬이고 배를 칼로 찢는듯한 근종통이 잠깐 찾아왔다. 사실 임신 준비 전까지만 해도 내 안에 그렇게나 많은 근종을 안고 사는 줄 몰랐다. 처음 자궁초음파를 하고 10개가 넘는 근종에 선생님도 놀라셨다. 우선 큰사이즈는 아니니 제거없이 임신 시도를 해보자고 하셨는데 다행히 큰 문제가 되진 않아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배신하다니. 근종통에 먹을 수 있는 약이 없어 타이레놀을 먹고 며칠을 버티기도 했다.


태동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고 재미있었을 뿐. (태동이 그립다고 하는 회사 선배의 말이 그 당시에는 전혀 와닿지 않았는데, 요즘 그 말이 너무나도 공감된다.)


날이 갈 수록 자리를 넓혀가는 아가 때문에 의자에 앉아 일하기가 점점 버거워졌다. 회사 라운지 쇼파에 앉아 배 위에 노트북을 올리고 나름 편한 자세를 찾아 업무를 이어갔다.


그렇게 한여름 만삭 임산부가 된 나는 시원한 에어컨 아래 앉아 제왕 날짜를 기다렸다. 남들보다 꽤나 큰 배를 만지며 마지막 남은 우리의 신혼을 최선을 다해 즐겼다.




하루에 2만보 넘게 걷던 뉴욕에서

건강하게 자리 잡아 준 아가, 이뉴삐(뉴욕베이비)!


이렇게 낯설고도 친숙한 작은 손님이 온전한 우리가 되는 과정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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