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는 어떻게 시청자들과 친해졌을까 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무한도전 텔레파시 특집에서 멤버들은 멀리 흩어진 다음 아무런 사전 연락 없이 추억의 장소에서 만나야 했다. 레슬링 특집을 막 마무리했을 때라 장충체육관을 주로 찾을 것이라 서로들 꼽았고, 자주 갔던 남산 팔각정과 여의도 공원도 이름을 올렸다. 그들이 떨어져 있던 시간은 불과 몇 시간이었지만, 서로가 추억하는 공간에서 마주했을 때 서로를 향해 달려가 반기는 모습은 참 낭만 있어 보였다.
당시 DSLR을 이용해 촬영한 덕분에 특유의 색감과 아웃포커싱이 그 장면들을 더욱 낭만 있게 만들었다. 서로에게 어떤 장소가 더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고 실제로 가서 만나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주며 담아낸 덕분에 만남이라는 결과가 꼭 우연스럽지만은 않게 보여줬다. 6년의 시간이 그들에게 어떻게 깃들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고등학교를 다녀 식구 같은 동창들이 있다. 10년 넘게 만나면서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는데도 지겹지가 않다. 그 시절 누가 무슨 사고를 쳤고, 어떤 친구를 좋아했고처럼 시시콜콜한 사연들이 이야기의 주제이지만, 함께 그것들을 기억하는 그 술자리가,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자리라서 지루한 적은 없었다.
함께 기억한다는 게 일상생활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일 수 있지만, 무도처럼 의미를 부여해 버리면 그것이 가진 낭만이 참 크게도 보인다. 그 가슴 따뜻해짐의 발원은 일종의 공동체에 관한 인식인데, 다르게 이야기하면 내가 어딘가에 소속돼 있다는 안정감일 수 있겠다. 무언가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중에 공동체에 속한 또 다른 누군가를 배려할 수 있는 것도 이 안정감이 뒷받침돼 있어서 가능한 것일 수 있다.
텔레파시 특집이 그러했듯, 공동체의 기억은 온전히 나만 생각해서는 완전할 수 없다. 남과 향유할 수 있는 기억이어야 나에게도, 남에게도 의미가 있기에 그 성질이 이타적이다. 남에게도 의미 있는 기억이라는 점을 내가 인지하고 있고, 그 기억에 대해 상대가 실제로 의미 있게 여긴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그 이타성이 감동을 가져다주는 것 아닐까.
그럼 이 기억이 가진 실체적 힘은 또 뭘까. 물론 술자리에서의 유희도 있겠지만, 우리를 웃을 수 있게 하는 이 '기억'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다음 자리를 약속한다. 서로의 미래를 궁금해하고 서로의 인생에 조심스럽게 말을 얹는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고, 정말 힘들 때 찾게 되는 이들을 존재하게 하는 것. 외로움이 문득 찾아와도 기댈 곳이 있다는 든든함. 나를 어딘가에 고정시켜 결국 버티게 하는 힘.
그 힘이 어느 정도까지 커질 수 있는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직업 특성상 여러 집회나 추모 행사에 많이 가는 편이었는데, '함께 기억해 달라'는 외침을 많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이 나와 함께하는 집단이기를 바라는 마음. 그 집단이 달성하고자 하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떠나서,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기억하는 것이 가져다 줄 힘이 절박한 이들이 있었다.
사고 유가족들이, 범죄 피해자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외로울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힘을 찾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기에 그 외침이 슬프게 들릴 때가 있다. 눈물 닦아가며 그저 함께 기억해 달라며 소리치는 이들. 함께 기억하는 일이, 함께 기억할 사람을 곁에 두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것인지, 또 그 힘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 것인지 봐왔다.
무도 멤버들이 함께 확인한 6년 동안의 기억은 그들에게 다시금 도전을 이어가게 할 힘이 됐을 거다. 그 힘은 동시에 그들의 추억에 공감한 시청자들이 자신들이 '무한도전'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이란 점을 상기시키게 했다. 자연스럽게 몸집을 불려 가고 단단해진 무한도전이라는 공동체는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지, 그들의 친해짐의 비법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되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새삼 무도, 참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