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는 어떻게 시청자들과 친해졌을까 ④
무한도전 레슬링 편에서 무도 멤버들의 오랜 기간 공개돼 온 치부들이 화이트보드에 적혔다. 결혼이 쉽사리 성사되지 않고 있던 정준하 이름 옆으론 '장모 거세게 반대라스', 천장 누수 문제를 안고 산 정형돈에겐 '집샌물샌'이. 각자의 신체적 특징으로 유재석은 '저쪼아래', 박명수는 '원머리투냄새 캡틴 (몸)곰팡이'란 레슬링 별명들이 붙었다.
예능과 개그프로그램에서 누군가의 약점을 공개하며 놀리고, 그 반응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건 고전적인 수법 중 하나다. 남에게 숨기고 싶어 하는 걸 굳이 드러내서 한 사람을 약해 보이게 하는 그 과정. 약간의 마조히스트적인 면모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무도도 여러 치부들을 웃음으로 만들어왔다.
'무한뉴스'라는 코너 속 코너는 그들의 치부를 공적 정보로 만들고, 당연하게 웃음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게 했다. 그 방식이 내밀한 사적 대화 형태스러운 걸 택하지 않은 건, 정보의 성질에 비해 가볍고 부담 없이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랄까. 그들의 주식 투자 참패나 다른 프로그램에서의 해고 소식처럼 다뤄지는 정보들의 성격이 보다 개인적이고 폐쇄적일수록 되레 그들과 시청자의 신뢰는 차츰 두터워졌고 무도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내집단으로 들어왔다.
'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어릴 때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들이라도 더 가까운 친구 몇 명이 있다. 서로만 아는 내밀한 정보를 공유하는 친구일수록 다른 친구들보다 친한 친구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그 정보가 자신의 부끄러움에 대한 이야기일수록, 그러니까 내가 너무 부끄러워 남한테 털어놓기 어려운 치부도 드러낼 만큼 널 신뢰한다는 뜻이니 무도 멤버들은 시청자를 참 많이도 신뢰했나 보다.
애초에 그 치부를 말을 안 할 수는 없을까. 왜 이 부끄러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결국 나누고 만 걸까. 나보다 더 한 치부가 이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에게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일 수 있고, (그래서 내가 이야기한 게 순식간에 별 게 아닌 것이라는 확신을 얻고 싶은 마음..) 하면 안 되는 것을 했을 때 오는 쾌락을 즐기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다.
예능이나 개그 프로그램에서 이 '치부 드러내기'를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던 배경을 되짚어 보면 결국 듣는 이들의 반응의 끝에는 위로가 있기 때문일 수 있겠다.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드러낼 필요가 없다. 그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라는 건 분명한 보상이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치부 드러내기'를 들은 상대는 웃어넘길 수 있고, 심각하게 들어주며 해답을 고민해 줄 수 있고 반응은 다양할 거다. 결국 이를 들은 상대가 화자가 용기를 낸 것에 대해 배려를 얼마나 세련되게 하느냐가 그 이후 인간관계의 결말을 짓는 셈이다. 적절한 위로가 돌아올 것이라는 보상을 바라며 나를 내려놓았기에, 치부 드러내기의 핵심은 어쩌면 상대에게 있다.
상대가 가진 배려심과 위로의 기술들이 나의 치부를 감싸 줄 때 한걸음 나는 그에게 의지했을 터다. 스스로 나약해짐을 인지하면서 그에게 던진 자신이 안전하다는 그 느낌. 기대를 걸 상대였다는 점을 확인한 데서 오는 안도감.
무도 멤버들도 거리낌 없이 치부를 드러내온 건 시청자들이 평균 이하의 자신들의 친구가 돼 주길 바랐던 거 일 수 있다. 그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의 아픔 곳곳을 드러냈던 이들. 그 드러냄에 생각 없이 웃고 지냈을 뿐인 것 같은데 나는 듣는 이의 역할에 충실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