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과 캐리어 4
인터라켄.
스위스 대자연의 웅장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알프스로 향하는 관문과도 같은 곳이었다.
인터라켄 자체보다는 이곳을 기점으로 떠나는 융프라우 여정이 여행의 핵심이었다.
기차를 갈아타며 라우터브루넨이나 그린델발트 같은 그림 같은 마을들을 지나 클라이네 샤이덱으로, 그리고 마침내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로 향하는 길.
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푸른 초원, 나무들, 그리고 점점 더 위용을 드러내는 거대한 알프스 봉우리들. 말로 설명하기 힘든 TV에서나 보던 광경이 내 눈 앞에 있는게 믿기지 않았다. 현실이 아닌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창밖 풍경은 눈 덮인 설산으로 바뀌었고, 공기 또한 차갑고 상쾌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침내 해발 3,454미터의 융프라우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알레치 빙하의 장엄한 파노라마였다.
인간의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저 숨 막히는 감동과 경외감.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 미미한지를 온몸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추위도 잊은 채 하염없이 그 백색의 세계를 바라보았다.
전망대 내부의 얼음 궁전은 신기했지만, 빙하의 풍경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패러글라이딩이나 스카이다이빙 같은 액티비티는 꿈도 꾸지 못했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융프라우의 위대한 자연 속에 직접 서서 그 공기를 마시고 풍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고 행복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잠시 하이킹을 즐겼다.
발아래 펼쳐진 푸른 초원과 야생화,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설산의 조화는 완벽한 알프스의 풍경 그 자체였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며 걷는 동안, 마음속까지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인터라켄 시내는 기념품 가게, 시계 가게,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지만, 마음은 온통 방금 보고 내려온 알프스의 장엄한 자연에 빼앗겨 있었다.
숙소 창밖으로 보이던 산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위대한 자연 앞에서 느꼈던 겸손함과 경외감.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장소로 기억된다.
그 청정함을 언젠가 꼭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십 년도 더 지난 기억이지만, 어떤 장면들은 신기루처럼 머릿속에 또렷이 각인되곤 합니다.
마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듯. TV를 통해서나 접했을 법한, 믿을 수 없는 풍경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을 때의 그 생경함. 특히 전망대에서 마주한 한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뜨거운 신라면을 앞에 두고 후루룩 면을 넘기는 모습. 지구 반대편 높은 곳에서 펼쳐진 그 진풍경은, '아, 이게 바로 한국 라면의 힘이구나!' 하는 묘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저 역시 그 유혹적인 빨간 국물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높은 고도가 선사한 어지럼증 때문에 속절없이 바라만 봐야 했습니다. 결국 현지 직원에게 조심스레 두통약 한 알 얻어먹었던 기억, 그 작은 배려가 어찌나 고맙던지요.어쩌면 그 아쉬움 때문에 그날의 풍경과 라면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까지 모든 것이 한층 더 강렬하게 남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