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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회복일지

《회복일지》웃고 있는 토끼 그림을 그렸다.

"항상 웃던 토끼, 그리고 지금"

by 해정

나는 토끼 그림을 그렸다.

내가 그린 토끼는 너무나 밝게 웃고있었다.


왜 웃고 있는 토끼 그림을 그렸는지 물으셨다.

“음..이 토끼는 저를 닮았어요.”

“저는 항상 웃거든요, 그냥 항상 웃어요”


선생님이 나에게 물으셨다.

“왜 항상 웃어요?”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화를 잘 내지 못해요. 그래서 그냥 웃게 됐어요.”


선생님이 나를 보며 이야기 하셨다.

“화내도 괜찮아요. 화내고 싶으면 화내요”

“웃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난 저 순간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나는 늘 웃고 있는 토끼였다.

감정표현에 너무나도 서툴렀던 나는 왜 웃으려고 했을까?


웃고 싶을 때만 웃어도 되는건데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어떤 마음이든 간에 웃음을 택해버렸다.


그 웃음이 짙어질수록 내 마음은 무너져내렸나보다.

삶의 끝자락에 서게되면

저 순간이 항상 내 머릿속을 맴돌고 맴돈다.


지금의 내가 다시 토끼를 그린다면

그 토끼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나는 웃고 있는 그림 속 토끼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들판위를 마음껏 뛰어다니는 살아있는 토끼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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