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에게 무너짐의 이유는 중요하지 않아졌다.
나는 내 무너짐을 오랫동안 ‘나의 약함’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회복을 시작하면서 알게 됐다.
무너짐에도 이유가 있었다는 걸.
나는 내가 더 이상 무너질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몸과 마음이 무너져내렸을 때에도
내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거라 느꼈다.
무너진 이유가 있을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무너진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는 걸
너무 오랫동안 참아왔고,
너무 오랫동안 말하지 못해서였다.
나도 생각을 할 수 있고, 소신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말”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무너졌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거야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널 틀리다고 공격해서 그런거야
너는 그저 진실된 마음이 닿기를 바랐어.
하지만 그 마음이 닿지 않은 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예고 없이 찾아오는 공격은
예측할 수 없는 거고, 피하기 어려우니까
무너져 내린 건 당연했던 거야.
앞으로 또 다른 무너짐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무너짐에도 분명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나는 이제 그 이유를 찾지 않으려고 한다.
무너져도 이젠 빨리 일어나고 싶어졌으니까.
이제 나에게 무너짐의 이유는 중요하지 않아졌다.